책<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그대는 이미 스스로 일어날 힘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생활권에 깊숙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일, 타인과의 관계, 더 나은 삶을 향한 고민 등 우리 현대인은 저마다 다른 근심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치유를 갈구한다. 돌파구, 도피처의 창구라는 의미는 '힐링' 하나로 통하는 듯 하다. 저마다 힐링의 요소는 다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님들이 전하는 메시지들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 책들 중, 내가 특히 좋아하는 책은 허허당 스님의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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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첫만남에서부터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스님의 시(詩)들과 그에 어우러진 개성있는 붓그림의 앙상블이 기막히다. 여느 스님들의 책들도 많이 접했으나, 그들 중 '가장 한국미를 지닌 것'으로 나는 이 책을 꼽고 싶다. 특히 '여백의 아름다움'을 지닌 책이다. 글자수가 많지 않고 설명적이지 않은 시들로 엮여 있기 때문에 읽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그 짧은 글들이 심장을 관통하는 정도는 감히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다. 내가 꼽는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위트'에 있다. 책의 뒤표지에 쓰여진 문구가 나의 의견을 뒷받침해준다. '길을 잃고 헤매는 그대에게 건네는 허허당 스님의 호쾌한 가르침'…. 와닿지 않는가?


이 책을 통해 나는, 제대로 숨을 못 쉬던 머리가 풀코스 마사지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아가,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게 만드는 등 다양한 울림 있는 시들로 공감대를 자극받을 수 있었다.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욕망 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이는, 인간이기에 지니고 있는 근원적인 욕망과 자본주의 사회라는 환경의 영향도 큰 몫을 할테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테다. 자꾸만 무언가를 채워나가려는 우리들의 모습은 자기계발이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그것이 지나칠 때는 잃는 것들도 상당히 많아진다.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는, 욕심은 비우는 대신 청렴한 정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자신의 길과 행복은 스스로 찾아가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물욕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자연 안에서 그들을 만끽하며,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새기라는 것이 스님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궁극의 메시지다. 타인의 시선, 타자에 의해 자신이 바뀔 것이라는 헛된 기대감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접해보길 권한다.


현학적인 인문·철학서와는거리가 멀기 때문에 부담없이 추천하고픈 책이다. 붓 그림에서 느껴지는 스님의 위트와 천진성에 감탄할 준비 하시라.



[책 속의 한 줄]


잔을 채울 땐 확실히 채우고

비울 땐 확실히 비우라


무소유란

늘 빈 잔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비우는 데

걸림 없는 자유를 말한다


- '무소유'(80쪽)



아무리 힘주어 말을 해도 감동이 없는 사람과

입술만 살짝 움직여도 감동이 있는 사람이 있다

진심은 몸이 먼저 말한다


오늘 그대가 우울하다면 눈앞에 있는 무엇이든

진심으로 사랑해보라

금방 세상이 환해지며 온몸에 기운이 솟을 것이다


사랑받으려 하지 마라

그 순간 고통이 시작된다

그냥 사랑해라

그 순간 축복이다


- '진심은 몸이 먼저 말한다' (162쪽)



만약 그대가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아무 말 없이 무심으로 도와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모르는 체하라

무엇이든 행세를 하면 형벌이 된다


- '진정한 선 1' (186쪽)



혼자 하는 여행은

만물과 함께 깨어 있는 순간이요

우주를 통째로 품는 것이다


여행은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기보다

자신의 아름다운 내면의 풍경을 만나는 것이다


혼자 여행을 일주일 하면

세상사 모든 시비와 멀어지고

2주를 하면 불쌍해지고

3주를 하면 세상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

그리고 한 달을 하면

세상 그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 '혼자하는 여행'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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