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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후기

스타일리시한 범죄영화의 탄생


스타일리시한 범죄영화가 탄생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나쁜 놈들이 들끓는 그들만의 세상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스타일리시한 비주얼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와 서사 구조도 만족할 만하다. 무너진 선악의 경계처럼, 극중 한재호와 현수의 역할과 감정선 역시 경계를 허문다.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들을 농락한다. 그 농락의 힘은 캐릭터들 간의 관계와 일맥한다. 한재호와 현수는 신뢰와 불신을 오가며 서로의 이득을 챙기려 한다. 온갖 '척'이 들끓는 상황, 한 순간도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되는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서스펜스의 힘은 영화의 끝까지 지속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핵심일 수 있는 한재호의 대사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는, 극장을 나온 뒤에도 끊임없이 상기되는 표현이다. '섬뜩하게도' 이 대사는 한재호가 '현수에게' 건넨 말이다. 과연 그랬다. 우리는 끝까지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됐다. 영화 속 인물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믿는 척 하면서도 끊임없이 불신했던 것처럼.

영화가 '진짜 섬뜩'한 이유는, 현실 속에서도 살아 숨쉴 법한 인물들 모두가 '나쁜 놈'이라는 점이다. 범죄자와 경찰 모두 예외 없이 나쁜 행각을 벌이는 과정은 가히 흥미롭다. 팽팽한 한 가닥의 줄 위에 놓인 인물들.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이 줄이 끊어질지 모르는 긴장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지닌 감정선이다.

제목에서도 표현했듯, 이 영화는 스타일리시하다. 지루할 틈 없는 액션신은 섬세한 미학적 연출에 의해 한층 강렬하게 빛난다.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의 병렬 구조가 은유하듯, 나쁜 놈들의 세상은 모든 것들을 무너뜨린다.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본성마저 처참하게 부순다. 나쁜 놈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 빠진 약 두 시간 여 동안은 그 안에서 흠뻑 취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스타일리시한 범죄 영화의 탄생. 칸의 주목을 받을 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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