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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스널 쇼퍼>

거스를 수 없는 욕망의 늪


유명 클라이언트 '키라'의 퍼스널 쇼퍼로 살아가는 '모린'. 덕분에 그녀는, 상상도 못할 고가의 명품 브랜드 의류와 주얼리들을 직접 고르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직접 두를 수 없는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통해 욕망을 채워나가는 모린. 그렇게 그녀의 욕망은 커져만 간다. 커져가는 욕망은 막을 길이 없다. 우연히 키라 몰래 그녀의 옷을 입어보게 되면서, 모린의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실체와 다른 환상.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 영화 <퍼스널 쇼퍼>가 들춰내는 인간의 내면이다. 보이지도, 잡을 수도 없는 내면의 욕망처럼, 모린이 찾고 있는 세달 전 죽은 쌍둥이 오빠 루이스의 영혼도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아니, 안 보이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퍼스널 쇼퍼이기 이전에, 모린은 영매이다. 루이스의 영혼과 접촉하기 위해 루이스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모린에게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그녀를 조종(?)하려 드는 정체 모를 이의 연락 때문이다. 그 정체 모를 이는, 끊임없이 모린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에게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보내는 주체는 누구일까. 이 미스터리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흥미를 드높이기 위한 무기다.


욕망의 늪에 발을 들인 순간, 멈추지 못하는 관성. 이에 대한 건, 대다수의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부분이다. 현실과 환상은 실체(실존)와 영혼과 나란한 구조 위에 놓인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메시지처럼, <퍼스널 쇼퍼>가 풍기는 분위기와 연출에서도 모호함이 감돈다. 그래서일까. 영화에 대한 평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특유의 분위기는 있지만, 명료함이나 완결성이 있다고는 단언할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력은 훌륭하다. 미스터리한 상황과 내면의 욕망에 이끌려 방황하는 한 여성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욕망'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욕망의 늪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 수렁에 빠지는 순간 헤어나오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것이 바로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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