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심장을 '콕' 건드린 책 <졸린데 자긴 싫고>의 저자 장혜현은 감성적인 글귀와 그에 걸맞은 사진들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이 책의 전반적인 상황은 이별 후, 정서는 슬픔과 그리움 등이다. 저자는 이별 후 본격적인 여행가가 된 듯하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난 후, 그와 함께 했던 장소를 홀로 다시 찾으면서 '혼자 여행'에 흠뻑 취하게 된 그녀. 오사카와 교토, 동경(그녀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파리 등지로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슬픔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되찾고 지켜나가려는 그녀는 분명 성장했을 것이다.
졸린데 자긴 싫고. 이 제목에는 수많은 의미심장한 속뜻이 새겨진 듯하다. 본능적으로 밀려오는 수면욕을 이긴 숱한 고민들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필자 역시 그렇다. 분명 졸린데, 잠이 온 몸을 뒤덮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 못 이룰 때가 많다. 잠 못 이룰 때는 고민이 가득할 때나, 혹은 추억이 되살아나 온 몸의 감각을 깨우는 순간들이다. 혹은, 제목처럼 자기 싫을 때도 있다. 좋았(행복했)던 순간들이 온 몸을 휘감을 때가 그렇다. 그 좋은 감정들을 조금이나마 더 느끼려고 잠을 유예시키고 싶을 때다.
사랑과 이별은 청춘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활동들이다. 어쩌면 단짝과도 같은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가지 상황은, 늘 반복하면서도 좀처럼 학습되지 않는 묘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계속 부딪쳐봐야 한다. 해보지 않으면 좀처럼 알 수 없는 것이다. 사랑과 이별로 인한 감정은 간접 체험으로는 도무지 깨달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 어떤 것보다 황홀하고 행복한 동시에 아프고 슬픈 것이 사랑의 양면성이다. 이별은 슬프고 아프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동력이기도 하다.
<졸린데 자긴 싫고>를 전반적으로 이끄는 힘은 여행이다. 저자의 발걸음이 닿은 곳들에서 전개되는 감정들은 독자들을 그 장소, 그 감정들로 초대한다. 그 장소 위에서의 여행, 사랑과 이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찬찬히 따라읽다보면, 마음 깊이 공감하고 있을 자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와 나, 그리고 이 시대 모든 청춘들의 사랑과 여행을 응원한다. 사랑과 여행은 전혀 다른 활동처럼 보이겠지만, 궁극적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졸린데 자긴 싫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공감의 힘이 되어줄(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것이다.
[책 속에서]
* 누군가 그랬는데, 성격은 그 사람의 운명이래요. - 70쪽
* 인생에는 특별한 순간이 있어요. 처음에 짜릿함을 알게 된 순간 짜림함으로 사랑을 시작하게 된 순간 사랑 안에도 무수히 많은 벽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그 벽에 부딪혀 결국 헤어지게 된 순간 헤어짐을 이기지 못해 아픔에 갇혀 버리는 순간 그리고 이 모든 걸 다 몰랐었던 것처럼, 또다시 시작하게 되는 순간. - 75쪽
* 기억들이 하나씩 빠져나가 잔잔해질 때 더 슬프고, 더 쓸쓸하며 눈물도 나지 않을 만큼 힘이 빠진다. - 76쪽
* 늘 연애의 고질적인 문제는 타이밍이지만 늘 연애에서 놓치는 하나는 사랑의 속도이다. - 103쪽
*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책 주인을 살피게 돼요. (중략)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같은 곳에 가봤다는 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애정도가 +1 상승해요. - 142쪽
* 용기는 무서운 걸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그 무서움을 남들보다 조금 더 참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2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