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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퐁네프의 연인들>

이것이 진짜 '지독한' 사랑

이 영화를 나는 적어도 다섯 번은 감상했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영화<퐁네프의 연인들>가 지난 2014년 겨울에 재개봉됐었다. 나의 베스트 영화들 중 하나였던 작품을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으로 극장을 달려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셸과 알렉스. 그들의 사랑은 '날 것' 그 자체다. 돈도, 명예는 커녕 그들의 몸 누일 자리 하나 변변치 않은 형편인 그들에게 '사랑은 사치'였다. 하지만, 그들이 만나면서부터 사랑이 시작됐고 순수한 사랑을 지켜보는 내내 행복했다. 찌질해보일 수 있지만, 그렇기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확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체로 바닷가를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신, 그들만의 추억으로 자리잡힐 불꽃놀이 신, 그 신들 위에서 잊히지 않을 결정적인 사운드 역할을 한 미셸과 알렉스의 (다소 과장스러운) 웃음소리…. 이 장면들은 <퐁네프의 연인들>의 전반적인 잿빛 장면들과는 대비를 이루는 휘황찬란한 신들이다. 이 장면들은 특히나 관객들의 뇌리에 잊히지 않을 장면이라 감히 단언해보는데, 이유를 찾자면 순수한 사랑이 전하는 행복바이러스란 이런 것! 이라는 걸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 아닐까.



혹자는 사랑의 끝은 '집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미셸에 대한 알렉스의 행동은 집착성이 다분해보인다. 그녀가 떠나버릴까봐 그녀의 병을 고쳐주겠다는 포스터마저 불태워버리고 감옥행을 택한다. 사랑함에 있어, 상대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없을 순 없는 듯 하다. 아무리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다 할지라도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관심이 생기고 관심도가 짙어지면서 그것이 집착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게 되는 듯 하다.

크리스마스에 재회하자던 미셸과 알렉스는, 결국 만난다! 꽤 괜찮아진 모습으로 만난 둘의 미래는 불안과 희망으로 점철돼있다. 사랑을 지켜내는 건 불안하지만, 모든 것이 불안했던 시기에 만나 서로가 전부였던 때의 누구보다 최고의 사랑을 나누었던 그들의 사랑은 앞으로 더욱 빛날 것(이라 믿고 싶다)이다.


영화<타이타닉>의 명장면(잭과 로즈의 선상 신)의 모티프는 <퐁네프의 연인들>의 엔딩신이지 않았을까. 아름다운 미장센과 순수한 사랑의 융합이 환상적인 <퐁네프의 연인들>. 시간이 흘러도 변치않는 나의 베스트무비. 스크린에서는 평생 만나볼 수 없을 줄로만 알았던 작품인데, 재개봉을 통해 극장관람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어 그 감동이 배가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명작들의 재개봉이 연이어, 아니 쏟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알렉스가 미셸에게 했던 로맨틱한 대사로,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마무리지어본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 아침 '하늘이 하얗다'고 해줘.

그게 만일 나라면 난 '구름은 검다'고 대답할 거야 그러면 서로 사랑하는지 알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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