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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타바바라>

삼십대의 사랑이란

영화<산타바바라>는,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다. 사랑이란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연에 의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30대쯤 되면,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인연은 작위적으로 조종될 수 없으며,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오랜기간 지속되지는 못한다는 것쯤은 말이다. 그래서일까? 쉽게 시작할수도, 쿨해질 수 없는 것 또한 어른들의 사랑방식일 수 있겠다.


'어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우의 여동생의 냉소적인 말들은, 과거의 내 모습을 추억하게 만든다. 과거의 내 모습들에서 공감대를 찾아 웃을 수 있었던 부분들이었다. 그와는 달리, 수경과 정우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진지하다. 계획된 일을 위해 떠나게 된 산타바바라에서 벌어지는 업무의 사건들로 인해 추억거리를 만들게 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사건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인생은 결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사랑은 더더욱 그러하다는 삶의 확실한(그래서 진부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일상을 스케치하는 영화<산타바바라>. 사건사고에도 그다지 격분하지 않는 정우의 모습이 혹자에게는 답답해보일 수 있으나 어쩌면 그의 모습이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담아내지 않는가. 물 흐르듯 살아가는 정우와 깐깐하고 다소 냉소적인 신여성의 모습을 갖춘 수경의 서로 다른 모습이 중첩되고 닮아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그들이 깊은 인연이 되고 지속적인 스침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강렬한 와인빛을 띠게 되는 과정을 담은 <산타바바라>는 진하디 진한 고유의 색을 띠진 않지만 와인처럼 음미하면서 감상할수록 마음 깊이 스며드는 농염함을 지닌 영화다.


계획적이라고, 우유부단하다고 이뤄지는 것이 삶, 사랑의 방향이 아니다. 왠지 이 영화는 로맨스 이외에도 관객들에게 "괜찮다, 조금 더 편안해지자." 라며 위로하는 듯도 하다. 한편, 낯선 로케이션에서 촬영된 영화들을 볼 때면 그렇듯 관객들로 하여금 여행의 욕구를 부축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공감했던 사랑에 대한 시선은 정우가 던진 단어 '닮음'이다. 취향이 맞는 사람과의 연애. 나의 사랑관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물론, 상대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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