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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내일을 위한 시간>

착잡한 현실을 이겨내는 과정

프롤레타리아(혹은 그조차 되지 못하는)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 능한 그들의 신작<내일을 위한 시간>은 왠지 그들의 영화들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을 맡으면서 필자의 기대감을 더욱 불러일으켰던 작품이기도 했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다르덴 형제의 작품들 대부분이 그래왔듯, 역시나 조용하게 시작해 작은 울림이 반복되면서 조용하게 막을 내렸다. 영화가 시작된다는 신호(OST나 도입부) 없이 '본론부터 시작'하는 그들의 영화. 이번 영화에서의 주인공은 월요일에 있을 복직 투표를 앞두고 자신의 복직에 투표를 부탁하러 다니는 한 기혼여성 '산드라'다.



동료로서 산드라와 함께 일하는 데에 투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동료들이 딜레마를 겪는 데엔 '이유'가 있다. 바로 '돈'문제다. 산드라의 직장동료들은 산드라와 일하지 않는 대신 보너스를 받게 되는 '조건을 부여'받은 것.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생계에 타격을 입는 산드라처럼, 그녀의 직장동료들 또한 '그들 각자의 사정'이 있다. 노동자인 그들 또한 일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며, 보너스로 얻는 돈은 그들의 팍팍한 삶의 한 줄기 '빛'인 셈이다.


동료들을 설득하기에 나선 산드라에게는 '시간조차 부족'하다. 금전은 물론, 1박 2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내에 과반수의 표를 받기 위해 동료들을 설득하러 다니는 그녀의 행보를 스케치한 것이 <내일을 위한 시간>의 설정 전부다.



안정제를 먹으며 극도로 불안한 스스로를 안정시키며 동료들을 설득해야 하는 그녀의 이틀을 보았을 뿐인데, 어찌나 갑갑했는지... 그 어떠한 서스펜스영화들보다 결과에 대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산드라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그룹, 딜레마를 겪긴 하지만 산드라의 복직에 투표하겠다는 그룹. 두 그룹의 이들이 있지만 그들의 '말' 또한 투표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의문'에 부쳐질 뿐이다. 


투표결과는 영화 감상을 통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이 작품이 '대단한 이유'는, '윤리'와 '선택'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매순간 봉착하게 되는 선택의 순간들, 그리고 선택의 결과에 대한 자세,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선 윤리문제에 대해 재고하게 만들어 준 것이 다르덴 형제라는 거장 감독들의 역량에 의해 빚어졌다.


노동자들의 삶을 다뤘다고 해서, 직장을 잃을 위기에 봉착한 여성의 삶을 다뤘다고 해서 이 영화가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통쾌하고 짜릿하다. 그리고 배경음악을 좀처럼 사용치 않는 감독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단 한 씬에서 신나는 락앤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 '절제의 미학' 덕분에 다르덴 형제의 작품들은 늘 '빛'이 난다.


단순하지만 밀도있게 표현된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그들을 이해시키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윤리와 집단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역시나 대단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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