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무자비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왠지 수동적으로 당하는 기분이다.

더위를 열렬히 느껴보고 싶었다.
오롯이 더위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무더위의 갑갑함을 느껴보기 위해 냉방을 중지시켰다.
더위의 무자비함 속에서도 분명 일말의 자비는 있을 거라는 예상과 기대와 함께.

더위의 극한을 느끼기 위해 냉방 없는 공간에서 열렬히 땜을 내며 유산소 운동을 했다.
후텁지근 이상의, 쉬운 말로 죽을맛이었다.
온 몸은 붉어지고 땀으로 뒤덮혔다.

샤워를 했다.
더위의 극한을 경험한 후에 뜨거운 물로 온 몸을 한번 더 데웠다.

개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위에 열기를 더한 후의 기분은 개운('시원'으로도 뜻이 통하는)했다.
그 깊숙한 곳에는 수분이 있었다.

땀, 샤워.
더위와 동반되는 것들이다.

더위는 결코 무자비한 것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더위 이후에 오는 것들은 정신을 고양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들이 있었다.
개운한 기운을 이어, 창문을 열어젖힌 채 쉼을 청했다.
무자비하게만 느껴졌던 지독한 날씨 위에는 바람이라는 값진 요소가 있었다.

잊고 있었다. 한여름에도 바람은 언제나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었다는 것을.
자연은 늘 자신의 자리에서, 그들만의 몫을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달았다.
세상엔 완전히 무자비하기만 한 요소는 없음을 말이다.


_2017.07.13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