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가를 꿈꾸는 건축과 대학생 코지의 취미는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유모차에 딸아이를 태우고 공원 산책을 하던 한 여자의 사진을 몰래 찍다 어떤 남자로부터 발각된다. 남자는 돈을 지불할테니, 그 여자를 미행해달라고 의뢰한다. 영문도 모른 채, 미행에 가담하게 된 코지는 타인의 불륜에 말려들까봐 난감해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이고 미행을 시작한다.
알고보면 코지는 사연 많은 인물이다. 그의 눈에는 오래 전에 죽은 친구가 실존 인물처럼 눈에 훤히 보이는가 하면, 의붓누나 미사키와도 은밀한 감정선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죽은 친구의 옛 연인이자 코지의 죽마고우 미유 역시 코지를 짝사랑하고 있지만 선뜻 고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공원>은 코지의 일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다. 우리는 그의 몇일 간의 일상을 지켜볼 뿐이다. 평범하지만은 않은 상황들을 지켜보노라면 '지친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법하다. 갑작스럽게 행하게 된 미행, 의붓누나와 죽마고우와의 은밀한 감정선, 더하여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것들이 코지가 안고 있는 마음의 짐이다.
물론, 코지 외의 인물들 역시 마음의 짐을 안고 있다. 코지에게 사랑을 느끼는 미사키와 미유 역시 그들 나름대로의 내적 갈등과 슬픔에 시달리고 있을 것. 뿐만 아니라, 미행을 의뢰한 남자 역시 아내에 대한 의심을 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 속 배경이 된 도쿄 공원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보듬어주는 장소'가 아닐까. 도쿄 공원에는 불특정 다수들이 보여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더불어, 안면도 모르는 사람이 의외의 연이 되어 서로를 위로, 치유해주는 기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도쿄 공원>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따듯하고 의미있는 영화다. 각자 아픔과 슬픔을 지닌 사람들이 저마다의 속내를 털어놓고 마음을 가벼이 만들어가는 도쿄 공원의 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 그야말로 힐링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