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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4주>

당신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24주>. 심경을 복잡하게 만든 영화다. 잘 나가던 한 여자의 삶에 닥친 위기. 만약 그녀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이 영화는 질문을 위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나가는 스탠딩 코미디언 아스트리드는 임신 중이다. 그녀는 임신 중임에도 무대 위에서 기량을 펼쳐보이는가하면, 출산 이후에도 무대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며 관중들에게 당당히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불행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법. 아스트리드는 뱃속의 아기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남편은 출산의 의지를 놓지 않는다. 하지만 웬걸.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녀의 아기는 심장의 문제까지 떠안고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무서운 수술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아기. 심장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다운증후군이기에 평생을 누군가의 돌봄 속에서 자라나야만 하는 운명. 이러한 운명에 처한 아기를 밴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이 문제는 부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태어날 새 생명의 인생에 대한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아스트리드의 결정은 아기의 운명에 대한 책임으로까지 연장된다. 이 결정은 윤리적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임신중절 수술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스트리드가 살아가는 독일이라는 국가는 임신중절이 합법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선택에 의해 아기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명이 단절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부부의 이야기. 아스트리드와 그의 남편, 그리고 어머니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선택의 중심에는 태어날 아이가 있지만, 상황 전체를 놓고 보면 갈등의 중심에는 아스트리드의 삶이 있다. 아이를 배지 않은, 엄마로서중절의 고통과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은 아스트리드가 경력 단절 때문에 출산을 거부한다고 오해하기까지 한다. 한편, 그녀의 어머니는 출산을 결심한 아스트리드 부부에게 출산 이후의 삶을 감당해낼 수 있겠냐고 (임신중절을 권유하는 의도를 품은 채)거듭 질문한다. 이는, 아스트리드의 갈등에 불을 지피는 요소들이다.





제목인 <24주>는, 아스트리드가 임신 중절을 행한 때를 의미한다. 아스트리드는 24주 동안 아기를 뱃속에 품고 있었다. 그녀가 임신 중절을 결심하고 행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의 순간들은 매 순간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다. 아스트리드는 내외적 갈등에 시달리는데 이어, 출산의 고통까지 그러안으면서까지 아기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24주간 이어진 심신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한 한 여자의 이야기. 묵직하게 전개되지만, 지켜보는 내내 힘겨웠다. 또한, 이 문제는 아스트리드만의 것은 아니다. 그 누구도 아스트리드의 상황을 겪지 않으리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속내를 알지 못한 채 겉만 보고 판단하는 이들에게는 아스트리드의 결정이 비윤리적이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내야만 할 한 인간의 운명에 대한 결정권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아스트리드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스트리드의 불편한 시선이 물음한다. 과연 당신은 나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겠냐고. 솔직히 필자는, 아스트리드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녀가 견뎌온 24주보다 훨씬 전에 임신 중절의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라고 짐작해본다. 필자는 결단코, 아스트리드의 결정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보는 편이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이 리뷰의 끝은 이렇게 질문으로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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