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로맨스, 교훈 모두 갖춘 작품
'빌 머레이'에 대한 팬심으로 접하게 된 영화 <사랑의 블랙홀>. 이 영화의 원제는 <Groundhog Day>다. 역시나 원제가 영화와 더 적합하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제목은 역시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다(흥행을 위한 목적).
영화의 원제처럼, 주인공 필 코너스의 하루가 무한히 반복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핵심 소재다. 퉁명스러운 일기예보원인 그는 프로듀서 리타와 카메라맨 래리와 함께 성촉절 취재를 떠난다. 펜실베니아주의 펑수토니 마을에 파견된 그들. 펑수토니로 향하는 데 불만을 감추지 못하던 필은 이곳에 온 이후, 매일 오전 6시가 되면 이전 날들과 똑같은 상황과 마주하는 희귀한 경험의 주인공이 된다. 영화는, 삐딱하고 이기적이던 필이 매 순간 반복되는 삶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택한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 영화는 로맨스보다는 삶(인생)에 대한 교훈적 측면을 더 갖추고 있다. 매 순간 반복되는 삶의 처음은 필에게 매력적이고 유리하게 적용된다. 미래를 뻔히 아는 필은,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희귀한 순간들을 '이용'한다. 하지만 매 순간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염증,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없는 상황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따금씩 모든 상황을 미리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에 잠기기 마련이다. 영화는 그 상상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반복되는 삶은 의미 없음과 마찬가지다. 짜여진 틀대로 움직이게 되는 건 당연하거니와, 하루의 끝이 삶의 끝이 되어버린다면 죽음조차 무색해지고 만다. 죽음은 삶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해주는 관념이다. 죽음이 무가치해진다면, 삶에 대한 열정마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결국 '사랑의 힘'을 강조하면서 영화는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즉, 누구나 재미있게 감상할 만한 작품이다. <사랑의 블랙홀>은 코미디와 로맨스, 삶에 대한 교훈 등 다양한 요소들로 짜여진 작품이다.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 일견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