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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로 가는 길>

로맨틱 로드 트립 무비



영화 제작자인 남편 마이클을 따라 칸에 온 앤은 갑작스러운 귀앓이로 다음 행선지인 부다페스트행을 포기하고 파리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마이클의 동료인 프랑스 남자 자크가 자신도 파리로 향할 일이 있다며 앤을 데려다주겠다고 나선다. 그렇게 시작된 앤과 자크의 파리로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다룬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은 낭만과 어이 없음을 오가며 유쾌함을 선사한다.





칸에서 파리까지 차로 7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이틀에 걸쳐 여행하게 된 사연. 이렇게 길고 긴 여행기는 감독 엘레노어 코폴라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마이클과 함께 있을 때, 즉 비즈니스를 위한 만남 때와는 달리, 자크의 차는 투박하기 그지 없다. 운전 실력 역시 형편 없다. 투박하고 때로는 난폭하다. 단 한 번도 수리를 맡겨본 적 없는 덜컹대는 차는 앤을 불편하게 만들기 일쑤다. 더군다나 예정에도 없던 기나긴 식사 코스와 와이너리 투어와 다름 아닌 맛집 기행은 앤의 속을 끓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앤의 감정은 마냥 불만으로만 가득찬 것은 아니다.





늘 일에 치여 잠시도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마이클과는 달리, 자크에게는 '프랑스 남자만의 낭만'이 가득하다. 여유와 자유로움이 가득한 영혼체인 자크는, 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을 것. 앤이 보고 싶었던 라벤더꽃이 가득 핀 액상 프로방스를 지나는 드라이브 코스에서부터 그녀가 사랑하는 장미와 초콜릿 선물까지. 이렇게 '들이대는' 남자를 어느 누가 쉽사리 거부하곘는가! 물론, 앤은 유부녀다. 하지만 그의 남편은 사랑한다는 말과는 달리, 그녀는 뒷전에 두고 있다. 앤에게 "행복하냐"고 뭍는 자크의 질문에는 연민과 애달픔이 뒤섞여 있다(물론, 흑심도 가미돼 있다). 그 장면은 이 영화의 감독이 수많은 여성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질문일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 끄덕일 수 있는 여성은 몇이나 될까.



발 닿는 곳마다 사진기를 들이대는 앤의 모습, 낯설지 않다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프랑스 남자들 모두가 자크와 같이 여유롭고 낭만적이지는 않겠지만, 어찌됐든 여심을 사로잡는 그만의 로맨스 코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자크는 낭만적인 한편, 엉뚱하고 대책 없는 행동을 저지를 때도 맣다. 그 상황들은 앤을 당황케 만들지만, 그럼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자크가 한편으로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드디어 파리로 돌아온 후, 자크는 역시나 앤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물론 이성적인 앤은 그의 고백을 거절하지만, 얼마 후 도착한 메시지 카드와 장미꽃 초콜릿, 앤의 카드로 결제해야만 했던 여행 경비들이 든 봉투를 받은 후 앤의 행동들은 의미심장하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하곘느냐'고 묻는 듯한 눈빛에 '움찔'한 관객들이 더러 있을 것.


<파리로 가는 길>은 밝고 낭만적이다. 칸에서부터 액상 프로방스, 생 빅투아르 산, 가르수도교, 리옹, 베즐레이 성당을 거쳐 여행의 피날레인 파리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은 남프랑스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는, 혹은 추억이 있는 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The Romantic Road Trip Movie!' 보는 내내 '가슴 떨리게' 만든 <파리로 가는 길>. 전형적인 로드무비(여행지에 따른 순차적인 전개) 형식이지만 느껴지는 정서는 남달랐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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