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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종의 전쟁> 리뷰

시저, 영원하라!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혹성탈출 프리퀄의 유종의 미를 거둔 작품이다. 혹성탈출 프리퀄은, 지구상에서 만물의 영장으로 자처해왔던 인간이 지위를 상실하고 그 지위를 유인원이 대신 꿰차는 과정이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소개됐듯, 만물의 영장이라며 거만을 떨던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반작용으로 영리한 유인원 시저에게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리를 내어준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인간과 유인원의 종 간의 전쟁을 다룬다. 각 종의 리더 대령과 시저는 자신들의 종을 지켜내겠다는 신념이라는 설득력 있는 이유로 대립한다. 단순하지만 인간적인, 고민의 여지가 될 수밖에 없는 단면들을 다룬 이번 영화. 결국 유인원의 승리가 되고 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 영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영화에서는 여느 시리즈들에서보다 시저라는 캐릭터를 집중 조명한다. 높은 지능을 지닌데다, 복잡한 내면을 가진 그는 여느 때보다 '감정적'이다. 아내와 아들을 잃은 뒤 이성을 잃게 된 시저는 '사적인 복수'를 감행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피에 굶주렸던 코바의 혼과 마주하는 그는 끊임없이 죄의식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시저는 자신의 복수(신념)을 달성해야만 한다. 본능이다. 사적일 수 있었던 상황이 공적, 그러니까 시저가 이끌던 무리가 인간 군대에 붙잡힌 채 강제 노동에 시달리게 되자, 시저는 탈출을 주도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시저는 냉정과 열정을 오간다. 냉철함을 잃지 않았던 시저는, 죽여 마땅할 종이지만 따듯하고 순수한 내면을 지닌 소녀로 하여금 열정(이라기보다는 온정)을 발휘한다. 그 온정은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리더가 지녀야 할 카리스마와 냉철함과 내면 깊숙히 품고 있는 온정은 시저 특유의 휴머니티다.

한편, 시저의 또 다른 휴머니티는 인간과 유인원이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코바, 인간군을 이그는 대령은 시저의 믿음에 반하는 캐릭터들이다. 그야말로 한쪽이 멸종해야 마땅하다고 믿는 비윤리적인 캐릭터들이 이끄는 종은 결국 자연적으로 잠식되고 만다.

우리는 인간이다. 하지만, 유인원의 승리를 봐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괴로움이 아니다. 이유는 앞서 연거푸 언급했던 시저(와 그가 이끄는 유인원 무리)의 휴머니티 때문이다. 그 어떤 인간 군상보다 아름다운 내면과 따듯한 포옹을 할 줄 아는 유인원 무리는 오히려 우리를 반성하게 만든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그 어떤 시리즈물들보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피날레다. 메시지 뿐 아니라, 우림에서부터 광활한 설원에 이르기까지 비주얼의 정점을 보여준다. 날것 그대로의 자연미를 담아내고자 한 맷 리브스 감독의 야심이 돋보인다. 한편, 묵직함으로만 일관될 수 있었던 분위기를 밝게 북돋워준 새로운 캐릭터 '나쁜 유인원'은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어눌한 언어 사용, 곁눈질로 배우고 얻어낸 패션 센스로 인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필자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클로즈업의 미학'이 두드러진 작품이라 정리하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클로즈업 쇼트들로 하여금 두드러지는 눈빛들은 대사 없이도 그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시저의 복잡다양한 내면은 눈빛만으로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의 눈동자가 담고 있는 카리스마와 휴머니티는 영원히 가슴 속에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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