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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영화 <김광석>

진실을 향한 1%는 관객의 몫



다큐멘터리영화 <김광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 故 김광석 죽음의 배후를 취재한다. 그의 죽음은 자살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취재원들을 보면 김광석의 죽음은 명백한 타살이다. 물론, 이것 역시 명백하다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왜냐, 99%의 확신이 있다해도 단 1%가 채워지지 않은 것을 진실이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취재자이자 감독인 이상호는, 김광석이 살아 생전엔 그와 일면한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왜 손발 걷어붙이고 김광석 죽음의 배후를 쫓게 됐을까. 바로, 김광석의 음악을 통해 위로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의 제작 배경에 대해 "나 역시 김광석의 노래를 통해 위로 받았던 한 사람이자, 취재 기자로서 부채감을 가지고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그는 tvN '백지연의 피플 INSIDE'에서 김광석 취재를 계속하는 이유로 "법적인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언론에는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 듣자마자 '아' 하며 속으로 감탄사를 되뇌었다. 멋있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죗값을 주려는 것보다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으로 꽉 들어찬 말이다.

김광석의 죽음은 급하게 자살로 졸속 처리됐고, 그렇게 알려졌다. 다양한 의문점들이 있었으나, 자세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미스터리를 더욱 증폭시켰다. 영화는 이 미스터리를 밝혀내기 위한 이상호 감독의 발자취를 따른다.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 영화는 본래 음악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려 했었다. 김광석의 노래들이 나오고 그에 걸맞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려던 게 기획 의도였다. 하지만 영화는 의도대로 완성되지 못한다. 저작권 문제 때문이다. 주옥 같은 명곡들을 남겼던 그의 노래들. 왜 그를 그린 영화를 봤음에도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을 제대로 듣지 못했을까. 영화는 그에 대한 이유도 일러준다.





영화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지만, 언급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겠다. 하지만, 감독은 진실을 관통할 만한 취재원들의 열거를 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부족한 1%의 채워나간다. 그 1%는 영화 관객과 김광석의 죽음 이유를 밝히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채워나갈 몫이다.

이상호 감독은, 시사회 현장에서 영화 직전에 이렇게 말했다. "한해 평균 3만 명에 달하는 변사자들이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사자 대응은 미비합니다. 김광석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저는, 기자는 사회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고 배웠으나, 공권력은 모든 변사자들을 돌봐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라고. 그는 지난 2014년 <다이빙벨>을 통해,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노력했다. <김광석> 역시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열망이 가득한 영화다.

사실들을 끌어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허구나 과장 없이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섬뜩하다. 미스터리가 서스펜스로 변하는 순간을 경험한 몇몇 장면에서는 닭살이 돋을 만큼 간담이 서늘해졌다. 김광석(혹은 그의 노래)의 팬이라면, 혹은 진실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찾길 바란다. 개봉은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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