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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이블> 리뷰

스크린 속 저 카페에 내가 있네



하루 동안 한 카페, 한 테이블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은 <더 테이블>. 총 네 개의 사연을 만나볼 수 있다. 오픈 후, 첫 손님으로 등장한 여인.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린 여자. 스타 배우가 된 유진이다. 그녀가 만난 상대는 전 남자친구 창석. 둘의 재회는, 만나지 못한 지난 시간 동안의 변화와 공기 중에 떠돌던 소문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다음으로 카페를 찾은 경진과 민호. 둘은 이전에 단 세 번 밖에 만나지 않았고 하룻밤의 사랑을 나눴다. 그래서인지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민호는 하룻밤 사랑 후,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후 재회한 이들. 과연 앞날은 어떻게 될까? 네 가지 사연들 중 상대적으로 가장 설렜던 에피소드.






오후 다섯 시 카페를 찾은 두 여인. 다짜고짜 본론부터 들어가는 은희의 거침없는 태도. 그녀의 말을 신중히 듣고 받아적기까지 하는 숙자. 이들은 은희의 결혼 사기를 위해 만난 '조직'이다. 둘은, 특히 숙자는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만 하는 상황.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모성애(같은) 감정선이 꽤 흥미롭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비 내리는 밤 아홉 시에 펼쳐진다. 식어버린 커피와 홍차를 주문한 두 남녀는 옛 연인이다. 결혼을 앞둔 혜경은 싱숭생숭해보인다. 아직도 앞에 있는 운철에 대한 미련이 가득한 것으로 보인다. 운철 역시 씁쓸함을 감추지(감추려 노력하지만) 못한다. 찢겨진 꽃잎들처럼 감정이 찢긴 두 남녀의 '현실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다.






어쩌면 <더 테이블>의 숨은 주인공은 카페 주인 아닐까. 매일 아침, 깨끗한 물 위에 꽃을 띄워두는 그녀는 카페를 찾은 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들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네 개의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두 인물, 목적(이야기 그 자체도 목적일 수 있다)을 위한 만남이라는 공통점 속에 각기 다른 사연이 펼쳐지는 공간. 공기를 타고흐르는 이야기들을 들어도 듣지 않은 척 해야하는 인물, 카페 주인. 사연이 배어있는 메뉴들을 깔끔하게 뒷처리하는 주인은 수많은 사연들을 듣고, 또 지워왔을 것이다.

<더 테이블>은, 김종관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한 번 더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우리네 일상에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굴해낸 그는, 소소하고도 사사로운 이야기를 위트있게 담아낸다. 하여, 영화 역시도 자연스러움이 한껏 배어있다. 그 어떤 영화들보다 자연스럽기에 공감도도 높을 것이다.

영화 속 에피소드들은 우리도 한 번쯤 겪었(물론, 절대 아니여야만 할 에피소드도 있다) 거나 들었을 법한 소재들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면, 진부할 수 있는 이같은 영화가 왜 탄생했을까. 그리고 왜 기대할까. 이유는 '공감'에 있다. 나의 이야기를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면서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을 웃고, 설레고, 가슴 아파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의 과거 속 비슷한 경험들이 오버랩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이면, 영화 속 카페에는 또 새로운 사람들이 찾을 것이고 그들만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유독,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사람 한 명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좋아하는(영화 속 상황처럼) 나. 곧 나와 만날 누군가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하지 않더라도)듣게 되겠지?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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