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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컨드 마더>

모녀의 성장기

엄마 발과 딸 제시카는 13년 만에 재회한다. 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쉬지 않고 부잣집 도우미를 해온 발.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주인집 아들을 돌보느라 온 정성을 쏟은 그녀의 삶은 왠지 모순적이다. 주인집 아들 파빙요는 그의 친모보다 발에게 더욱 의지하고 애정을 쏟는다. 제시카 역시 '너무도' 오랜만에 만난 발이 어색해서였는지, 자신과 떨어져 살아왔다는 데에서 오는 미움 때문인지 투덜대기 일쑤다.


발은 파빙요와 제시카 모두에게 '세컨드 마더'처럼 보여진다. 파빙요의 마음 속에서는 첫 번째 엄마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론 두 번째 엄마에 다름 아니다. 제시카에겐 실질적으론 진짜 엄마이지만 마음 속에서는 두 번째 엄마로 보여진다(겉으로 봐서는).



닫힌 공간에서 허드렛일만 해온 발은 주인집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기 일쑤인데다 바깥 문화에 완전히 둔감하다. 반면, 제시카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며 그에 대해 진취적인 마인드와 행동을 하는 인물이다. 성격도, 살아온 환경도 전혀 다른 이 두 모녀의 달갑지 않은 만남에서부터 동거의 과정을 다룬 <세컨드 마더>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담아낸다.


발과 파빙요의 엄마 사이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계급문제, 발과 파빙요의 혈연에 의함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애정 관계가 물음하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 13년 간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던 발과 제시카의 애잔한 삶을 통해 드러나는 신 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의 현실적인 문제, 나아가 파빙요와 그의 아빠, 그리고 제시카 사이에서 펼쳐지는 남녀의 본능적인 문제들 등 영화는 다양한 소재들로 어우러져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의 총합은 인물 내면의 갈등과 관계에서의 묘한 줄다리기를 한다. 이 문제들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제시카와 파빙요의 아버지 사이에서 펼쳐지는 묘한 관계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그려왔던 위태로운 중산층 가정의 단면들을 볼 때와 비슷한 감흥을 선사했다. 그리고 쉽사리 결단내릴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미스터리물에 버금갔다.


파빙요의 억척스러운 엄마상은 과거의 상징이며, 제시카의 진취적인 여성상은 현대를 상징한다. 이 둘의 만남이 조화를 이루는 데까지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발은 제시카와 함께 생활할 공간을 찾게 되고 기존의 삶에서 벗어난다. 무려 13년 만에!! 그제서야 발과 제시카는 '함께' 웃는다. 발은 신분관계와 통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었고, 제시카 또한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뤘고 엄마와의 재회에도 성공했다. 이 둘은 분명, 이전의 삶보다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처럼, <세컨드 마더>는 애잔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지만, 결국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엔딩 신에서 필자도 그녀들과 함께 웃었다(smile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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