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일본영화 <작은 집>


동명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은 집>은, 영화만 봐도 기나긴 역사와 농밀한 서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현재에서 과거로의 플래시백 형태로 진행된다. 아라이 타케시는 얼마 전 할머니(타키)를 여의었다. 할머니의 살아 생전 기록들은 하나의 소설(사실은 작가의 자서전)로 탄생하게 되는데, 플래시백 속 이야기들이 바로 이 소설의 내용이다.


쇼와 시대, 변변치 못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하녀가 된 타키. 그녀는 하녀를 셋이나 뒀던 집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곳 집 주인으로부터 하녀가 지녀야 할 태도를 배운다. 주인의 소개로 빨간 지붕의 작은 집 하녀로 가게 된 타키는, 오랜 기간 그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타키가 지내게 된 집의 주인은 완구용품 업체의 간부다. 서글서글한 성격에다 미모까지 겸비한 사모님, 토키코. 타키는 자신의 임무를 열심히 행하는가 하면, 토키코와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작은 집 가족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 되어간다. 이렇게 별 탈 없이 살아가던 중, 작은 집을 흔드는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주인의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젊은 청년 이타구라. 그의 등장 이후, 작은 집에는 '위기'가 일기 시작한다. 위기의 관계에 놓인 인물은 토키코. 그녀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을 뒤로한 채 가부장적 태도로 일관하는 남편과는 대조되는 이타쿠라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 토키코의 외도가 시작된 것이다.


이 외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져만 간다. 안 된다는 관념은 머릿속에 있지만, 감정과 행동은 멈출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토키코. 걷잡을 수 없는 행동까지 저지르고 만다. 하지만 토키코와 이타쿠라의 불륜은 주인에게 들키지 않는다. 그 이유에는 타키의 역할이 컸다. 중재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타키의 하녀로서의 노련함으로 작은 집의 평화는 끝까지 유지된다.


전쟁의 여파로 더 이상 하녀를 둘 형편이 못 된 상황에 처하자, 타키는 작은 집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이후, 작은 집 역시 전쟁으로 인해 불타고 만다. 주인과 토키코는 죽음에 이르고, 그들의 아들만이 생존한다. 이렇게 타키의 하녀 시절 이야기는 막이 내린다.


영화는 현재의 시점에서 끝이 난다. 타케시는 작은 집의 아들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그를 찾는다. 그리고는 작은 집에 얽힌, 그러니까 타키가 비밀에 부쳤던 토키코와 이타쿠라의 불륜이 밝혀진다. 죽기 전 타키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오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끝에서야 비로소 그 이유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전쟁과 신분, 경제력 등의 상황은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영화 속 캐릭터에서는 그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영화 <작은 집>은 한 가정사와 시대 상황을 한데 묶은 드라마다. 영화를 보며 소설에 대한 관심도가 꽤 생겼다. 기회를 만들어 원작도 읽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큐멘터리영화 <공범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