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방황기'가 있었다. 여전히 방황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 지도 모른다(단언컨대, 그럴 확률이 크다). 영화 <지랄발광 17세>는 17세의 네이딘의 암흑기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그 연령대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성별, 연령이 달라도 우리는 타인에게 말 못할 고민을 껴안고 살아가고, 그 고민은 선택을 촉구하며, 그 때문에 방황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은 고뇌하고 방황하는 존재인 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네이딘은 스스로를 '세상 그 누구보다 불행한 사람'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일찍이 아빠를 여의고 엄마, 오빠와 살아가는 그녀. 엄마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잘나가는 오빠는 자신의 기를 팍팍 죽이기 일쑤다. 유일한 친구는 오빠의 여자친구가 되고, 그러면서 자신과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외톨이 신세가 되어버린 네이딘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상대는 선생님 뿐이다(이 역을 맡은 우디 해럴슨의 연기가 영화의 매력도를 드높인다!). 하지만 그 역시 네이딘에게 썩 관대하지는 않다. 그러던 중, 같은 수업을 듣는 한국계 남자친구와 가까워지고 그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짝사랑해오던 오빠와는 (당연하게도)잘 이어지지 못한다.
<지랄발광 17세>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전형적인 하이틴코미디물의 구조를 따른다. 스스로의 상황에 불평 불만 가득한 소녀가 최악의 상황까지 경험한 후, 삶에 대한 지혜를 넓혀가는(성장하게 되는) 과정. 네이딘과 동등한 상황이나 감정을 경험하진 못했을지라도, 우리에겐 사춘기 시절의 암흑기가 존재했었다. 그 과정을 딛고 지금의 내가 형성될 수 있게된 것이다(그렇다고 지금이 완연한 성장을 이뤘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우리가 이 영화에 십분 공감하진 않더라도, 받아들일 만한 메시지는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고민에 사로잡혀있고, 우리는 그 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자신만이 불운하고 불행하다는 신세 한탄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혜안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유쾌하게,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영화 <지랄발광 17세>. 고등학생, 혹은 20대 초반 관객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