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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리뷰

2017년 8월 25일. <베이비 드라이버> 시사회가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가 더 의미 있었던 이유는, 감독 에드가 라이트와 극중 '베이비' 역을 맡은 배우 안셀 엘고트가 내한했기 때문. 뿐만 아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봉준호 감독과 같은 관에서 영화 관람을 할 수 있었고, 종영 후 두 감독의 대담(GV)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영화 관람을 위해 관내로 들어가 뒤를 돌아보는데, 봉준호 감독이 앉아계셔서 놀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눈을 똑똑히 보며 "봉준호 감독님이시다!"를 외쳤던 내가 어찌나 우스웠던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
사실 난, <베이비 드라이버> 이전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지인이 무척이나 기대하던 탓에 시사회에 오게 됐고, 영화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된 후, 나의 생각이 돌연 바뀌기 시작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센스'는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겠다. 여느 카-액션 영화들과는 다른 멋이 있는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감각 기관은 '귀'일 것이다. 물론, 볼거리도 다양하다. 또한, 카 액션 영화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스릴과 질주에 의한 쾌감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만든 주 요소'는 청각에 있었다.


우선, 이 영화에는 서른 다섯 개의 OST가 등장한다. 그것들 중 서른 개를 모은 앨범이 발매됐다고 한다. 귀에 익숙한, 혹은 생경했지만 리듬감 가득한 음악들을 서른 여곡 이상 사용했다는 것부터 감독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요왼 음악 위에 더해진 효과음, 그러니까 총 소리 등이 적재적소에 어우러져 OST의 총합을 이뤄냈다는 것. 영화 속 모든 장면들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비트들의 총합이라는 점이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사운드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말과 OST의 어우러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실제로, 이 완벽함을 완성해내기 위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현장에서 OST를 틀어놓고 배우들과의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영화 속 배우들(제이미 폭스, 존 햄, 릴리 제임스 등)을 보면 '음악적 feel'로 충만하다.


'베이비'라 불리는 극중 주인공은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를 다 갖춘 인물이다. 귀신 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그는, 상황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로 카 액션의 절정을 돋운다. 이름만큼 순둥한 이미지를 지닌 베이비의 무서운 운전 실력과 놀라운 청력을 지닌 그는 여느 캐릭터들과는 이질적인 면을 갖추고 있으나, 그래서인지 <베이비 드라이버>가 더욱 특별해보인다.

나는 <베이비 드라이버>를 '역대 가장 빡센 성장영화'라 표현하고 싶다. 어릴적 부모를 여읜 베이비가 성장해가면서 겪게 된 우여곡절은 흔히 볼 수 있는 성장담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는 사랑까지 배우게 된다. 그보다 더 빡센 청소년기를 난 인물이 있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베이비'는 강했다. 그가 더 강한 이유는 '따듯한 내면을 지녔기 때문'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잔혹한 범죄에 휘말리고 말지만.

스타일리쉬한 카액션 영화를 만나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참신하고 독특해서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될 것은 틀림 없다. 시·청각, 그 외 모든 감각과 감정을 열게 만드는 이 영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전작들을 보지 못했던 관객이라면, 이번 영화를 계기로 그의 팬이 될지도 모른다(나의 경우처럼). 지인에게 <새벽이 황당한 저주>를 추천받았다. 그 영화를 통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천재성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통쾌한 웃음!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유쾌한 그의 매력은 영화에도 충분히 배어있다. 아!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잔인한 영화를 잘 못 보는 분들은 이 점 감안하실 것. 영화만이 지닌 묘미,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9월 14일. 극장으로 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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