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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자의 내일>

한 가족, 나아가 사회적 문제를 냉철하게 비판한 영화 <엘리자의 내일>. 보는 내내 씁쓸했다. 다른 국가의, 다른 환경에 처한 일가족의 이야기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내용.





<엘리자의 내일> 속 주인공 '로메오'는, 한때 루마니아 민주화 운동에 몸을 던졌던 인물이다. 지금은 작은 마을에서 의사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다. 아내 '마그다'와는 사이가 썩 좋지 않다. 하지만 이들 부부 사이에는 외동딸 '엘리자'가 있다. 엘리자에 대한 로메오의 애정은 각별하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유학을 앞둔 엘리자. 하지만 그녀에게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유학을 위한 중요한 시험을 앞둔 어느 날, 등교길에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고 만 것이다. 그 트라우마로 엘리자는 시험을 망치게 되고, 그때부터 로메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그 고군분투란, 딸의 미래를 위한 부정한 행위들이다. 이미 로메오는 학교 선생인 '산드라'와 불륜 관계에 놓여있다. 그 와중에 산드라는 임신에 대한 여운을 띄운다. 자신의 암담하고 불안한 현실 때문인지, 엘리자를 영국으로 보내기 위한 온갖 권력과 부정한 방법들을 총 동원하는 로메오의 모습에서는 강인한 아버지상보다는 애처로움이 느껴진다. 로메오는 현실의 온갖 부정성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어쩌면 그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위와 인맥의 힘. 현실에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이런 로메오와는 달리, 마그다와 엘리자는 원칙을 지키려 애쓴다. 하지만 현실은 원칙을 지키려는 자에게 부당함이 돌아간다. 아이러니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현실의 민낯은 왜 이리도 어둡고 까칠한 걸까. 엘리자의 폭행에서부터, 각종 부정적인 행위에 이르기까지의 사건들은 단편적으로 보면 일가족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루마니아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루마니아의 민주화를 꿈꿨던 로메오는 실패한 혁명과 국가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린지 오래다. 그래서 로메오가 기대를 건 인물이 바로 엘리자다. 희망인 동시에 희망 없는 국가에서의 해방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부정적인 것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암담한 현실은 씁쓸하고 참담할 뿐이다.


<엘리자의 내일>은 개인, 가족, 사회의 문제점을 일가족의 민낯을 통해 풀어낸다. 윤리적인 문제, 사회 구조상의 모순, 그로 인한 부조리를 통해 우리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반성이 현실의 이득 앞에 부딪히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를 일이다. 냉담하게 현실을 꼬집는 이 영화. 꼭 봐야만 할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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