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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의 경험

후에 다른 해변에서 경험했던 일이다. 나는 카리브 해에 있는 생마르탱 섬 남쪽의 침식 절벽 위에 앉아 있었다. 오후 내내 광대한 바다가 마치 딱딱한 바위를 달래기라도 하듯 물보라를 뿜어대다가 모습을 바꿔 바위 표면을 흠뻑 적셔버리는 광경을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바다야말로 받아들임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떴다.

형체 없는 바닷물은 지구의 깨끗한 혈액처럼 언제나 일어났다 스러지기를 되풀이하면서 그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떤 것도 거부하지 않았다. 언제나 투명하게 열린 상태로 모든 것을 부드럽게 덮어주었다.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을 부드럽게 다듬어주고, 완전히 주면서도 자신의 어떤 부분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볼수록 바다야말로 강하고도 부드럽고 민감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분명하게 들었다.

바닷물은 그저 자신이 닿는 대상과 같은 모습이 되어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수면을 건드리는 것이 무엇이건 바닷물은 온 존재로 파문을 일으켰다. 가히 신의 가슴 같았다. 바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신의 작은 얼굴, 경험의 핵심이었다.



_책 <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마크 네포 지음/흐름출판)> p. 55 56







전적으로 공감한다.
나 역시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드넓은 폭 만큼이나 넓은 아량을 갖춘 바다의 모습에 감탄을 멈추지 못랄 때가 많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또한 순응하는 태도는 유연하기에 부서지지 않는다.
또한, 끊임없이 활동하지만 본연의 참 모습을 잃지 않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사랑'한다.

여행 시, 열렬히 바다를 좇는 나는 그들을 찾을 때마다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에 실로 놀라곤 한다. 기온과 조도, 시간 등에 따라 변화하는 그들이지만 바다는 늘 내게 안정감을 선사해준다. 바다가 내게 직접적으로 건넨 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의 묵었던 스트레스와 염증 등을 앗아가준다. 감사할 따름이다.

또 보고싶다, 바다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바다를 훑고 지나칠 수 있었던 곳에 살다가 바다를 찾아가야만 하는 곳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바다에 대한 향수가 더욱 짙어졌다. 오늘도 나는 바다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한다.



_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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