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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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네포의 신작을 기다려왔다. 전작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을 읽고 작가의 '열혈팬'이 된 한 명의 독자로서 말이다. 신작 <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에서도 '고요'라는 단어가 제목에 포함돼 있다. 왜 이토록 저자는 고요에 집중하는 것일까.

마크 네포는 암을 여러 차례 극복한 인물이다. 그는 암 투병에서 얻은 깨달음과 영적 전통에서 배운 삶의 가르침들을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에서 서술했다. 이번 신작 역시, 앞선 책의 연장선이다. <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에서는 '들음'을 주 소재로 깨달음을 서술한다. '놀랍게도' 저자는 '청력을 상실'했다. 청력을 상실한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들음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신비롭게 빛나는 예술'이라고 말이다.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든 "깊은 들음"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해주고 모든 중요한 것에 이르게 만드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깊은 들음'의 방법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책에서는, 타인과 세계와의 관계, 자신에 대한 다양한 감동적인 경험. 특히 '상실'을 통한 경험으로부터 깨달은 다양한 저자의 깨우침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책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조화(사랑)'다. 우리는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숱하게 듣고 읽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경청의 '핵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마크 네포가 말하는 '깊은 들음'에 대해 말이다. 깊은 들음의 핵심은 '만물(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서두에 인용된 스탠리 쿠니츠의 '우주는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거미줄과 같다. 어느 한곳을 건드리면 거미줄 전체가 흔들린다'는 세계관은 <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 전체를 아우른다. '받아들임', '포용', '수용'과 같은 것들이 마크 네포가 주장하는 깊은 들음의 핵심 태도다. 바다와 같이.

'형체 없는 바닷물은 지구의 깨끗한 혈액처럼 언제나 일어났다 스러지기르 되풀이하면서 그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떤 것도 거부하지 않았다. 언제나 투명하게 열린 상태로 모든 것을 부드럽게 덮어주었다.' (55쪽)

어떠한 것이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깊은 들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운명의 모든 소명들을 긍정적으로 말이다. '예기치 못한 심오한 방식으로 소명이 주어져도 자신의 소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도 들음의 한 형태다.' (65쪽)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빈 공간을 마련해둬야만 하는데, 이를 위해 저자는 '침묵과 만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르틴 하이데거도 이렇게 말했다. '존재가 말을 하도록 내면에 빈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침묵, 즉 고요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저자. 이 핵심을 표현하기 위해 이 책이 탄생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책 제목에서 연거푸 '고요가 강조'되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신은 온전히 우리와 함께한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삶이 다양한 가면을 쓰고 나타나 우리의 계획을 구부리거나 쪼개거나 뒤집어버리지만, 배움은 흔히 이런 순간에 시작된다.' (86쪽)

'암으로 고통받던 중에 터득한 진정한 앎의 한 가지 측면은 죽어야 산다는 역설이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이 의미를 체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159쪽)

앞선 발췌문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고통과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배움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즉, 세상 모든 것들이 배움의 원천이라 볼 수 있다. 자연과 타인, 타자 모든 것들을 통해 말이다.

'조화를 이루면 천국이라 부르고 조화가 부족하면 지옥이라 한다. … 음악의 화음을 맞추듯 삶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 … 삶의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듯, 영혼의 진화에서 앞으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목소리에 변화가 온다. 그러므로 삶의 모든 경험은 하나의 시작과 같다. … 고통이나 아픔은 준비의 작업이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위해 먼저 조율을 해야 하듯, 지혜를 표현하려면 먼저 가슴을 조율해야 한다.' - 하즈라트 이나야 칸

책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깊은) 들음이 우리의 고립을 깨고, 다른 생명들과의 교감을 깨우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나아가 건강의 열쇠가 된다고 말이다. 연거푸 언급했고, 또 강조해왔지만 진정한 들음은 받아들임으로부터 기인된다. 잘 듣기 위해서는 빈 공간, 즉 '침묵의 공간'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그런 후, 그 공간에 받아들인 것들을 채우라는 것이다. 받아들임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이해, 인정, 포용, 조화, 배움, 그리고 사랑. 이 모든 것들이 깊은 들음을 완성시켜주는 원동력이다. 저자의 세계관과 일맥하는 수전 멕헨리의 말을 끝으로 서평을 마무리짓겠다.

'깊은 들음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을 넘어서 어떤 순간이든 드러난 것을 몸과 존재,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랑과 조화로 다져진 깊은 들음을 통해, 영혼을 채워나갈 수 있는 나, 그리고 독자들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작에 이어, 이번 책 역시 '오프라 윈프리의 짧지만 강렬한 추천문 "마크 네포의 문장은 숨을 멎게 한다"'이 책의 띠지를 장식하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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