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위 10m 불상 품은 사찰
겨울의 동해는 짙은 청록빛 수평선 위로 파도를 밀어 올린다. 그 바다와 절벽이 맞닿은 경계 위에 자리한 해동용궁사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바다 위에 세워진 사찰로, 천년의 전설과 함께 독보적인 풍경을 품고 있다.
매년 1천만 명 이상이 찾는 이곳은 낙산사, 보리암과 함께 한국 삼대 관음성지로 꼽히며, 바다와 신앙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해동용궁사는 임진왜란 당시 소실된 이후 1930년대 통도사 운강스님에 의해 중창되었고, 1974년 정암스님이 관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꿈을 꾼 뒤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2021년에는 화엄사 말사로 정식 등록되며 사찰로서의 위상도 더욱 공고해졌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곳의 큰 매력이다.
사찰 입구에서 용왕당까지 이어지는 108계단은 108번뇌를 내려놓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계단을 따라 내려갈수록 파도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중간중간 배치된 십이지신상 앞에서는 자신의 띠를 찾아 소원을 비는 이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해동용궁사는 수행 공간이면서도 자연스럽게 관광과 신앙이 어우러진 분위기를 형성한다.
용왕당을 지나면 약 10m 높이의 해수관음대불이 동해를 향해 서 있다. 단일 석재로 조성된 한국 최대 규모의 석상으로, 바다 위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자연 암반을 활용한 굴법당에는 ‘득남불’로 불리는 미륵좌상이 모셔져 있으며, 사사자 3층 석탑에는 불사리 7과가 봉안되어 있어 종교적 의미도 깊다. 용궁교와 용문석굴 너머로 펼쳐지는 동해 풍경은 사진 명소로도 손꼽힌다.
해동용궁사는 매일 새벽 4시 30분부터 오후 7시 20분까지 개방되며, 계단이 많아 편한 신발 착용이 권장된다. 해안 절벽에 위치한 만큼 바람이 강한 날에는 파도 물이 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파도 소리와 함께 번뇌를 내려놓고, 바다를 마주한 관음보살 앞에서 소원을 비는 경험은 일상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