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만 8점인 천년의 여정
“보물만 8점이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보경사는 경북 포항 내연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이다.
한겨울이면 눈 덮인 능선 사이로 고즈넉한 기와지붕이 드러나고, 사찰 마당에는 도심의 소음 대신 긴 시간의 침묵이 흐른다. 내연산 계곡의 찬 공기와 함께 어우러진 이 풍경은 역사와 자연이 동시에 숨 쉬는 공간임을 실감하게 한다.
보경사는 신라 진평왕 24년인 602년에 창건된 이후 1,400여 년의 세월을 이어왔다.
대덕지명법사가 유학 후 돌아와 창건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로 법맥을 잇고 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중창과 보수가 반복됐고, 지금 남아 있는 경내 주요 건물 대부분은 조선 숙종 대에 조성된 것이다.
이곳이 ‘문화재의 보고’로 불리는 이유는 보물만 8점을 포함해 다수의 귀중한 유산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새롭게 보물로 지정된 오층석탑을 비롯해 적광전, 원진국사비, 보경사 승탑, 괘불탱 등은 시대별 불교미술과 건축의 흐름을 보여준다. 대웅전과 팔상전, 영산전 등 전각 배치 또한 사찰의 역사적 깊이를 더한다.
보경사는 내연산 12폭포 트레킹 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사찰에서 출발해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약 10km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으며, 폭포마다 다른 분위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왕복 4~5시간이 소요되는 이 코스는 여름에는 청량한 물소리로, 겨울에는 고요한 계곡미로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입장료 없이 연중 개방되는 보경사는 템플스테이와 성보박물관도 함께 운영해 체류형 방문도 가능하다.
겨울의 적막함과 여름의 시원함, 문화유산의 무게와 자연의 생동감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각자의 속도로 시간을 걷는다. 신라 602년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진 시간의 결을 따라, 보경사는 여전히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