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은 보석 명소
해 질 무렵, 제주 동쪽 바다는 하루 두 번 숨을 고르듯 물러난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짧은 순간, 에메랄드빛 바다 한가운데서 초록빛 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이 길은 오직 물때를 아는 이들만이 만날 수 있는 신비로운 풍경으로, 파도가 물러난 자리에 해조류가 덮인 산책로처럼 펼쳐진다.
이 바닷길의 이름은 ‘김녕 떠오르길’. 제주시 구좌읍 김녕 해안에 자리한 이 길은 제주 해녀들이 물질을 위해 직접 쌓아 올린 인공 돌길이다.
공기통 없이 한 번의 숨으로 바다에 잠수하는 해녀들은 작업 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 돌을 놓았고, 그 흔적은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 문화와 함께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며 돌길 위에는 파래 등 해조류가 자리 잡았고, 그 결과 떠오르길은 초록빛 풍경을 품은 독특한 장소가 됐다.
이 길은 하루 두 번, 간조 시간 전후 약 1~2시간 동안만 모습을 드러내며, 특히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기 직전 찰랑거리는 물 위로 길이 드러나는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 자연과 인간의 노동이 만들어낸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다만 길 위는 해조류로 인해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미끄럼 방지 신발 착용이 필수다.
바닷바람이 강한 날이 많아 촬영 장비 사용에도 주의가 필요하며, 해 질 무렵 황금빛 햇살이 바다를 물들이는 시간대에 방문하면 인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어린아이와 동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손을 잡고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좋다.
떠오르길을 찾기 전에는 반드시 물때표와 기상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무료지만 공식 주소가 없어 ‘봉지동복지회관’을 목적지로 설정해야 접근이 수월하다.
인근 김녕해수욕장이나 김녕성세기해변, 만장굴, 제주올레 20코스와 함께 둘러보면 하루 일정으로도 알차다. 물때를 맞춰 드러나는 초록빛 바닷길을 걷는 경험은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