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땅따코 Jul 12. 2021

물에서

나는

고여있는 것 같지만 흐르고 있지

아주 큰 강을 향해, 넓고 깊을 그곳을 향해

아주 고요하지만 가끔씩 첨벙 하고 튀어 오르는

진귀한 생명들을 품고 있어

어둠에 물들어도 그 투명함만은 절대 잃지 않아

많이 찾지는 않아도 분명히 알아주는 이가 있

여러 갈래로 갈라져 여기저기를 누비다

그곳에 길을 내고, 쉴 곳을 마련해 두지


나는

대단한 천체의 기운을 받아 파도를 칠 순 없어도

모두가 선망해주진 않아도

내 나름의 속도로, 내가 바라는 길로 흐르는 그런

하천 河川 이야


하천에 '하'가 '下' 아래 하 자가 아니라는 것 아니?
하천에 '하'는 '河' 물 하 자야
아래에 천하게 흐르는 물이 아니라

'느릿한 모양으로 끊임없이 흐르는 물'이라는 뜻이지

 

나는 그래

나의 속도로 나의 길을 가고 싶어

큰 강이고 싶고, 큰  바다인 게 더 폼나겠지만 어쩌겠어

나는 아직, 아마 결국엔

작은 강이 될지도

느리고 조용한 모양새로 흘러야 하는 그런 물일지도


그것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했어

그 느리지만 부지런한

물가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지구와 달의 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