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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따코 Dec 31. 2020

Super Single 찾으시는 거 맞으세요?

Super Single / Queen and King

가구점에는 각기 다른 크기의 매트리스가 있다. 싱글, 슈퍼싱글, 더블, 퀸, 킹, 더블킹에 이르기까지 보통 900에서 1800폭까지의 매트리스가 존재한다. 크기뿐 아니라, 스프링, 폼, 라텍스, 스펀지, 혹은 그 모든 것이 합쳐진 프리미엄 매트리스까지 내장재도 다 다르다. 같은 내장재 안에서도 경도에 따라 또 세분화된다. 다양한 매트리스 종류에 고객들은 자주 “어떤 매트리스가 가장 좋냐”라고 물어보지만 그런 건 없다. 고가의 매트리스도 누군가에겐 온몸에 알이 배길 만큼 불편할 수 있고, 저가의 매트리스라도 포근한 잠자리가 될 수 있다. 수면습관, 자세, 장소에 따라 각자에 맞는 매트리스는 천차만별이다.


가구점에서 매트리스를 판매하면서 자주 겪는 소통 오류의 주범 중 하나가 바로 ‘슈퍼싱글’ 매트리스다. 한 번 묻겠다.

 슈퍼싱글 매트리스는 과연 싱글 매트리스보다 작을까? 클까?

누군가는 ‘슈퍼싱글(Super Single)’의 Super를 ‘초미니’의 초와 같이 ‘싱글’의 의미를 강조하는 접두사로 이해한다. ‘싱글’을 강조했으니 당연히 싱글보다 작은 사이즈라 생각하는 것이다. 또 누군가는 영어 Super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여 ‘싱글보다 상위의 것’ 즉, 싱글보다 큰 사이즈라 생각한다. 물론 가구점에선 후자의 뜻이 맞다. 나도 당연히 후자의 뜻으로 알고 있었기에, 고객에게 설명을 할 때 내가 아는 슈퍼싱글의 개념을 전제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슈퍼싱글을 전자의 뜻으로 해석하는, 슈퍼싱글은 싱글보다 크기가 작은 매트리스라고 생각하는 고객과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낡은 싱글 침대를 쓰다가 큰 침대로 바꾸고 싶다는 고객에게 열심히 슈퍼싱글을 권하고 있는데, 고객은 자꾸 자신은 더 큰 침대를 쓰고 싶어 온 것이라 반문하는 것이다. 그럼 그제야 그게 아니라 슈퍼싱글은 싱글보다 폭이 10cm 정도 더 큰 매트리스라고 설명하곤 한다. 오류의 원인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것. 하나의 이름을 서로 달리 해석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은 몰랐던 게 아님에도 맞닥뜨릴 때마다 새롭다. 그리곤 혼자 되뇐다. ‘사람들은 왜 나와 같이 생각하지 않지?’


그 이유는 바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늘 맞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줄곧 비합리적이거나, 편향된 것들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통상적이고, 편리한 것이 옳은 것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그런 당연한 생각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어 있어서, 나와 이견을 가진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 이상 발견해내기 어렵다.  


King이 Queen보다 큰 건가요?

어떤 고객이 물었다. 당연히 King의 이름이 붙은 것이 Queen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보다 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왕이 여왕의 상위 버전이라 쉽사리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면서도 안심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 고객의 질문을 받고서야 생각할 수 있었다. King과 Queen 모두 국가의 원수인 건 같은데 나는 왜 어떤 이름이 당연히 하위의 의미를 차지할 것이라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내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 중에, 당연하지 않은 것들은 얼마나 될까.


소통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우린 모두 서로 다른 당연함을 갖고 산다. 그래서 처음 보는 이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마치, 헷갈리는 미지수가 가득한 방정식을 풀려는 기분과 같다. 사람을 만나는 동안, 그리고 그들과 말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동안, 나는 늘 나의 ‘당연함’이 파괴될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은 꼭 나쁜 것만이 아니며, 파괴적인 것이 종종 그렇듯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당연함을 당연시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삶에 너무 당연하게 스며있는, 하루의 노동으로 고된 몸을 지탱해주는 매트리스를 판매하며, 얻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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