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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따코 Dec 02. 2022

All your December

12월이 오고야 말았네요.

2021년을 처음 맞이하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아주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고 새해를 맞이하고자 피어싱을 뚫기도 하고 동네 골목 할머니의 열쇠가 오래되어 집 문이 잠긴 일을 해결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2022년을 처음 맞이하던 해는 저는 부산에 있었네요.

좋아하는 친구와 광안리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봤고 술에 취해 조금은 희미하고 조금은 불안하게 새해를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2021년 겨울에 열쇠를 고쳐드렸던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지금은, 그 골목에 시끄럽고 요란한 빌라가 들어서 있고, 할머니가 간혹 건네주시 초코파이와 과일들은 아주 미미한 향기로 그저 제 기억 속에 잔존할 뿐입니다.


2022년 새해를 함께 보낸 친구는

원하던 직장에 합격했고 아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가 공부하고 면접을 보고 합격하는 과정을 전부 알기에

친구가 진실로 행복하기를, 몸 담기를 소망했던 곳에 빠르게 적응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요. 이름하야 2023년을 맞이합니다.

나는 그 숫자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내가 준비가 되어있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올해의 1월 1일은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잠시 고민해봅니다.


사실 중요한 건 1월 1일이 아닙니다.

1월 1일 이후에 살아가 365일이 훨씬 중요하죠.

지난 365일을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최선을 다했던 일부의 시간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일부의 시간도

나란 인간이 가지는 편협한 1년이라는 시간 안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2023년에는 뭘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남은 2022년의 한 달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오늘 아주 맛있는 와인을 발견했습니다.

그 와인은 병 위에 아주 아름다운 산새가 그려져 있고, 파란빛의 기분 좋은 색채를 머금고 있으며 혀에 닿는 순간, 맵지 않고 적당히 달고 바닐라 향이 나며 딱 원하는 만큼의 씁쓸함을 품고 있는, 칠레에서 어떻게 주식회사 더블유씨코리아 뭐시기의 유통처를 밝고 남대문로 5가에 위치한 회사에서 우리 동네 세븐일레븐까지 건너왔을모르 매혹적인 체리의 맛을 품고 있는 완벽한 와인이었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싫은 것보다 좋은 것을 훨씬 흥미롭고 오래도록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싫은 것을 3장 동안 말한다면 좋은 것은 30장은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동시에 나를 부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일을 말할 때 훨씬 살아있습니다.


ANYWHERE, All you December입니다.

절기, 날짜, 달력이 좋은 이유는

'우리'가 유일하게 공통으로 지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슬플 때 저 인간이 슬플 순 없어도,

내가 1월일 때 저 인간이 1월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네가 나를 아무리 싫어해도, 내가 너를 아무리 싫어해도

우리는 같은 시간 안에 살고 있습니다.


2023년, 나는 이번 년에도 어리석게도 당신과 내가 같은 시간 안에 살고 있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2022년 남은 해에는, 치열하게 나 혼자만의 시간에 살 작정입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 못 하더라도, 누구나 나를 비난하더라도,

그런 걱정은 말고 그저 이겨내 보는 한 달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한 한 달.

30일이라는 시간 동안 제가 무엇을 이루어낼지 다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여러분은 남은 여러분의 30일이 궁금하신가요?

어떤 영화보다, 어떤 SNS의 가십거리보다 당신의 내일이 가장 궁금하길

그리고 비참하길, 기원하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그러니, 보란 듯이 이겨내시길.

보란 듯이, 사람에 위로받으시길.

오늘도 기도합니다.


저는 종교가 없지만

기도하겠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기도는, 누구든 할 수 있는 거라고 저희 할머니가 그러셨거든요.

구해줬어요. 하수구에 빠졌는데 나뭇가지로 벽을 타게 해줬더니 알아서 벽을 타고 올라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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