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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따코 Feb 09. 2023

원하는 모양으로 빛날 때까지

<빈센트 발 전시회> 후기 

빈센트 발 전시회를 다녀왔다. 

명과 암 모두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관찰력이 곧 창의성이기도 하구나'라는 생각. 

작가는 하나의 조명을 놓고 하나의 물체를 집어 그 물체를 종이 위에 두고 빛에 비추어 보며, 자신에게 어떤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빛을 받은 물체의 그림자가 종이 위에 떨어져 어떤 형상을 보일 때까지 몇 시간이고 앉아서 기다린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르면 (작가는 빛과 물체가 그것을 보여준다고 표현하지만) 그럼 낙서를 시작하는 것이다. 

제목이 <헤비메탈>이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결국 기획력과 꾸준함이 중요하다. 낙서를 하는 동안 즐거웠으니 여러분도 그것을 보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의 기획 의도가 명확하다면 그것이 대단한 물감이나 안료를 쓰지 않더라도, 제작하는데 십수 년이 걸리고 명예로운 대상을 취급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전시가 될 수 있다. 

나의 명과 암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밝은 사람일까, 어두운 사람일까. 물론 한 인간을 흑백으로 정의할 수 없겠지만 사람마다 가지는 은은한 명도 정도는 있지 않을까. 멀리서 걸어올 때 찌는 태양처럼 뜨겁고 눈이 부신 사람이 있는 반면, 블루라이트 하나 첨가되지 않은 조명등처럼 은은하고 편안한 사람이 있지 않은가. 모든 불이 꺼진 것처럼 어두운 사람도 있고. 

빛은 그림자를 만들고, 빛이 셀수록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림자는 나를 닮을 수도 왜곡할 수도 있다. 빛과 물체가 만들어낸 그 우연의 순간이 소중해 보였다. 그것은 내가 본 순간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니까. 조금만 빛이 틀어져도 물체가 위치를 조금만 옮겨도 아예 다른 모양의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니까. 순간을 담은 것들은 아무래도 멋진 것이니까. 


그래, 나의 명암 또한 순간적일 뿐이다. 지금은 어둡더라도 언젠가 밝아질 것이고, 지금은 간신히 빛나는 미약한 빛이더라도 언제나 더 발광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감자채칼이 피아노가 되고 면도기가 여성의 육체가 되고 유리잔이 바다가 된다면. 그 또한 아름답다.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도 일상적인 것들에 빛을 드리울 수 있는 작가의 시선이 그 관점이 아름답다고 여겨진 전시였다. 

가장 좋았던 작품. 구름 사이로 빛이 새는 것이 예쁘다. 제목은 <sea me> 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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