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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따코 Feb 17. 2023

마트 앞에 서서

생활비 멈춰

장을 보는 일이 두렵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피부로 느껴진다. 먹는 것은 둘째 치고, 기초 화장품이나 세, 치약, 생리대 같은 것들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굶으면 그만인 것들 보다, 위생, 청결과 관련한, 어쩌면 사회적 체면과 직결되는 생필품들에 궁핍 레이더가 더 예민하게 발동한다. 핸드폰 충전기, 시계 건전지까지 아주 작은 것도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없다.


달걀, 우유. 자취생에게 없으면 안 될 2가지다. 매일 먹던 우유의 가격이 거의 3,000원에 육박한다. 단백질원을 달걀로 보충하는 것이 지겨워 고기라도 살라 치면, 100g당 4,000-5,000원의 가격에 주춤하게 된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도 과자나 군것질에는 일부로 눈을 두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거, 없으면 당장 생활에 불편한 것 위주로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렇게만 담아도 50,000원 정도는 우습게 넘어버려서 포스기 화면에 물품의 가격이 찍혀 내려가는 모습을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게 된다.


오늘 강냉이가 먹고 싶었다. 그렇지만 3,290원이라는, 그나마도 할인된 가격에 마음을 접었고, 그리고 집은 고구마스틱은 작은 봉투에 1,800원 정도 하길래 다시 내려놓았다. 달걀, 우유, 돼지 목살 대패 500g, 레몬주스, 딸기를 구입해 39,600원을 지불하고 장바구니를 챙기지 않아 재사용 봉투에 일주일치 식량을 담아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월세 보증금 대출 이자가 거의 2배 가까이 올랐다. 변동 금리가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가스비도 자취 2년간 내던 금액의 2배를 웃돌게 청구됐고, 관리비도 10,000원 이상 올랐다. 내 한 몸이 공간을 차지하고 기초대사량만큼의 에너지원을 얻고 인간관계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1년 만에 무섭도록 올랐다.


그러자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다 부모님이 떠올랐다. 자식 둘에, 각각 육남매, 사남매 틈에서 자라나 손 벌리는 친척들까지 있던 30-40대의 부모님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했을까. 지금 내 상황에서 자식 둘을 낳고, 자가를 가지고, 제 사업장을 운영하는 일은 마치 다른 세계의 일처럼 오직 특별한 이들만이 그럴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의 부모는 그렇게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자, 단순한 호기심이 든다. 사람은 정말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는 것일까.


부모님께 묻고 싶었다. 어떻게 매일을 살았느냐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돈을 모으고 돈을 썼으며 돈을 저축했느냐고. 어떻게 나와 내 형제를 키워냈느냐고.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그동안 수고했다고도 말해주고 싶어졌다. 그 마트 앞에 서서.

우중충.. 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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