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와의 우당탕탕 첫 만남
여태 강아지만 키웠던 집에 새끼고양이가 들어왔다.
딸기농사를 하는 부모님 하우스에 어느 날부터 고양이 소리가 들리더니 고양이 가족이 세를 놓았다. 경계심 많은 어미 고양이가 어쩌다 우리 하우스에 새끼를 낳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침 일찍 하우스 문을 열면 잔뜩 겁에 질린 어미가 후다닥 도망가고 남은 새끼 고양이 4마리는 저들끼리 장난치며 뒹굴 거리다 쌓아둔 박스더미 밑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그렇게 고양이 가족은 우리 하우스에서 더위를 피하며 몇 밤을 보냈다.
고양이 가족을 발견한 지 5일째 정도 되던 날이었다. 하우스에 들어가니 진동하는 지독한 고양이똥 냄새. 우리의 편의와 딸기를 위해서라도 고양이들을 내쫓아야 했다. 그늘 하나 없는 더위에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 가족을 내쫓아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아빠는 빗자루를 들고 와 바닥을 쓸며 내쫓기 위해 노력했고 어미 고양이는 그것이 위협이 되었는지 다음날 하우스에 갔을 땐 이미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이주를 한 상태였다. 한 마리만 빼고.
이 고양이는 경계심이 가득한 보통 고양이와 달리 사람 소리가 들리면 더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울며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켰다. 박스더미에서 나와 얼굴을 빼꼼 내밀며 우리의 얼굴을 확인했고 아기 같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우리를 매혹시켰다. 혹시나 어미가 빠트리고 간 것은 아닐까 싶어 며칠을 지켜봤지만 어미는 오지 않았고 배고픈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작아져만 갔다. 아빠는 박스더미 안에서 죽어버리면 우리가 뺄 수도 없는 상황이고 한여름에 사체가 부패되어 냄새가 심하게 날 것이라는, 지극히 이상적인(T적인) 발언을 하며 얼른 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끼 고양이는 몸에 힘도 없으면서 계속해서 우리 곁을 맴돌았고 내가 손을 뻗었을 때도 순순히 몸을 맡겼다. 그렇게 새끼 고양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적어도 20년간 반려견과 지내온 세월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우리 집엔 검은 강아지가 있었고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곰이와 곰이의 아들 돌이가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슬퍼하던 아빠는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 아빠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작고 소중한 새끼 고양이를 박스에 넣은 후 집으로 데려갔다. 배고파 죽을 것만 같아 분유를 사게 됐고 아무 데서나 용변을 보면 안 됐기에 7년 차 집사인 친구에게 모래와 화장실을 받아왔다. 밖에 놔두려니 동네 깡패 고양이가 눈여겨보고 있길래 현관에 들였고 현관에 놔두니 문 열고 닫을 때마다 불안해 거실에 고양이를 데려 왔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엔 크나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족끼리 오랜 시간 상의한 후 다음날 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가 기본 건강검진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진정한 가족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름은 호두. 노란 털 사이에 군데군데 난 새하얀 털, 양 앞발의 신다 만 하얀 양말, 촉촉한 핑크빛 코와 발바닥, 자그마한 몸통을 가진 아주 귀여운 아기 고양이다. 의외로 성깔이 있어 뒷발팡팡도 시도 때도 없이 하며 한 번 문 사냥감은 절대 놓지 않는다. 사냥놀이를 하다 지치면 내 배 위에 올라와 쌔근쌔근 잠에 든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추운 지방의 사람들은 난로나 히터 대신 고양이를 안고 잔다고 한다. 사람보다 체온이 2~3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따뜻함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좋고, 고양이를 안음으로써 따뜻해져 사람도 좋고, 일거양득이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다니. 겨울이라는 계절이 얼른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채 배 위에 누워있는 호두를 가만히 쳐다본다. 에어컨 공기 아래 따뜻한 고양이의 체온은 마치 선풍기를 틀고 이불을 덮은 것처럼 포근하다. 배 위에서 들쑥날쑥 숨 쉬는 작은 생명체의 통통한 배를 보며 여러 다짐을 한다.
그저 사랑에 겨워 행복하게만 해줄게.
네가 아무런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게 해 줄게.
네 세상의 전부는 우리이니 네 세상이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게.
너에게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지금처럼 네가 심심할 때만 나에게 와 애교 부려주고 네가 놀고 싶을 때만 장난감 물어와 주면 돼. 그 정도면 우리가 30년 동안 함께 할 이유는 충분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