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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아저씨 Mar 31. 2020

영화 같은 일상생활

도대체 오늘은 무슨 장르야?

나는 SF영화나 재난영화를 즐겨본다.

매우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영화 같은 일들이 내 주변에서 마구마구 일어나고 있다. 


2020년 2월 중국에서 도망치듯 탈출한 나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다.

< 한국으로 오기 직전 중국의 한 공항에서 >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나의 초조함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듯하다 

뉴스와 인터넷에서는 매일같이 현실감 없는 숫자들이 갱신되고 또 갱신되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뉴스를 봐도 친구들의 SNS를 통해 접하는 놀랄만한 소식들도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실감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금의 상황을 굳이 표현하면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재난영화가 따로 없을 정도다. 

평화롭던 우리 생활이 드라마에서 갑자기 공포영화로 바뀌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영화에는 많은 장르가 존재한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가지는 장르(Genre)는 프랑스어로 소통의 종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굳이 그 단어의 기원을 따지자면, 고대 그리스 시대의 플라톤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결코 현대에 와서 쓰이기 시작한 현대어가 아님에는 틀림이 없다.


장르를 통해 영화나 음악은 그 특징과 색깔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일정 범위 내에서 갖고 있는 의미를 정리해 줄 뿐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도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장르가 우리 삶에도 적용된다면, 과연 나는 오늘 어떤 장르의 하루를 살았던 것일까? 

인생을 어떤 한 장르로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영화에는 각 영화마다 불리는 장르가 있다.

그럼 아마도 각자가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가 본인이 추구하는 인생의 장르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속 욕구의 창이 되어준 영화 스크린


우리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마음속 어딘가에서 숨바꼭질 하듯 숨어있는 내면의 욕구를 스크린에 투사해준다.'라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때론 공포스러운 장면을 보며 두려움에 떨면서도 나의 욕구를 대신 표현해주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곤 한다. 

<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 >  주인공 찰리의 눈빛에서 우리들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우리들의 욕망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욕망들이 스크린 밖 현실 속으로 튀어나오게 되면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역설적으로 얼마 전까지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 뭔가 자극적인 주제의 영화를 찾았다면, 이제는 너무나도 자극적인 현실 때문에 그런 현실을 뒤로하고 영화를 통해 안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들이 잠시 브레이크에 걸려 앉아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아마, 그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겠지 하는 마음이 든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면, 잠시 내가 좋아하는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위로를 얻고 이 시기를 이겨 낸다면, 어느 날 영화와 같은 나의 이야기도 잘 다듬어져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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