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동경하며

어느 느티나무의 이야기

소나무를 동경하며


한 여름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흔들리는 햇살을 올려다본다.


작고 둥근 잎이 무성한 느티나무는

지나는 바람 한줄기에도

잎과 가지를 부산하게 흔든다.


그 뒤에 병풍처럼 늘어선 소나무는

가볍고 뾰족한 잎만 조금 흔들 뿐,

가지는 움직임이 없다.


굳건함의 비밀은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것.


그런 소나무를 나는 동경한다.

얼마나 더 잎과 가지를 흔들어야 가벼워질까?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네 번이나 모기에 물렸지만

나는 단호히 긁지 않았다.






항상 무언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좀 더 크고, 위대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생각들에 그런 의도를 담으면 그렇게 될까 하여 매 순간 진지했습니다.

진지해진 나를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득 돌아본 시선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느티나무가 보였습니다.

나는 잎이 둥글고 무성한 느티나무로 태어난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가느다란 잎 사이의 공간을 여유로 채운 소나무와는 달리, 나는 숱하게 많은 무거운 잎들을 매 순간 쉼 없이 흔들어 대야만 바람을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열심히 바쁘게 흔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이 더 힘들어진 것일까요, 아니면, 더욱더 바람을 흘려보낼 수 있게 된 것일까요.


현실이 어찌 되었건, 아직도 나는 소나무를 동경합니다.

느티나무인 내는 소나무가 될 수는 없는 것을 잘 압니다.

다만, 소나무가 바람을 흘려보내는 기술만큼은 꼭 배우고 싶습니다.

그러면, 내 삶도 더욱 굳건하고 자연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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