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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두근콩 Feb 04. 2023

아픈 마음에 문구 처방 #01지우개

문방구에는 다양한 문구류들이 있습니다. 동네 문방구를 들르면 재미난 문구 용품, 장난감 같은 것들에 마음이 홀려서 아이보다 더 열심히 문구류 하나하나를 뜯어 봅니다. '요건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싶은 새로운 물건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어요. 가게 사장님께서 눈치만 주시지 않는다면, 죽치고 하나하나 만져보고 뜯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문구점을 나오곤 합니다.


그 중 제일 만만한 물건은 아마도 지우개가 아닐까 싶어요. 자연스레 지우개로 손길이 갑니다. 햄버거, 콜라, 돈까스,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지우개, 주사기 모양 지우개..  


문득 이별의 아픔을 지나고 있는 분들께 지우개를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왕이면, 잘 안지워지는 지우개로요. 힘을 주어 세게 눌러 지워도 살살 지워지는 속 답답한 지우개를 말입니다. 만남의 추억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 않도록, 그래도 간직하고 싶은 여운을 조금은 남겨둘 수 있도록 말이지요. 허겁지겁 급하게 지운다해도 결코 단번에 없앨 수 없는 기억들은, 차라리 차근차근 잘근잘근 곱씹어가며 지워가는게 낫지 않을지. 희미하게 남겨진 사랑의 자국이 다음 사랑을 위한 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워진 글자 위로, 새로 글을 쓴다 해도 그 아래에 보일듯 말듯 남겨져 있는 지워진 흔적에 아련함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아픔이 있던 자리에 사실은 사랑이라는 흔적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해줄수도 있을 거에요. 그래서 오늘은 지우개를 하나 삽니다. 저에게 추억의 자리를 남겨줄 퍽퍽한 지우개를요. 그리고, 제가 만나는 분들의 아픈 마음에 처방해 줄 부드럽고 매끈한 지우개도요. 여러분도 오늘 지우개 하나 사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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