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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두근콩 Feb 06. 2023

삼대의 DNA

 '가는 귀가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노화가 되어갈수록 청력이 저하되면서 어르신들의 '가는 귀(작은 소리도 듣는 귀)'가 멀어간다는 걸 이르는 말입니다. 


저희 집 어머니와 세 자매는 나이가 들기도 전부터 가는 귀가 좋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 귀는 더욱 더 먹먹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우리집 딸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바닷가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우리의 딸들도 함께 데리고 삼대가 함께 하는 짧은 여행을 했더랬어요. 겨울 바다에서 맞는 깨끗한 바람과 고운 모래, 맑은 물이 주는 청량감이 그릴울때면 종종 강원도의 바다로 떠나곤 했는데. 나이 드신 어머니의 관절이 허락할 때까지는 부지런히 풍광 좋은 곳 구경을 많이 시켜드려야지 싶어서 계획한 여행이었습니다. 양양의 고운 모래와 잔잔한 파도의 여운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리네요. 이렇게 맑은 바닷물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투명한 젤리같은 바다 물결을 보고 있으니 가슴 속까지 꿰뚫어지는 것처럼 시원했답니다. 바다 구경을 충분히 하고 모래사장을 나오는 길목, 공기총이 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조카(10대후반) :      모래 털고 가야겠다.

언니(50대초반) : 응, 오래 살고 봐야겠다.

엄마(70대후반) : 그러게, 오리가 이 겨울에도 살이 올랐네.


??

뭔 소리들이여?

종합하면, 바닷 모래를 털려다 보니, 갑자기 오래 살고 싶어졌는데, 마침 바다에 통통 살이 오른 일군의 오리들이 나이들어 보였다는 얘기인가...


역시 그럼 그렇지.. 뒤늦게 서로 무슨 말을 듣고, 뱉은건지 깨달은 우리들은 한바탕 배꼽 빠지게 웃었습니다. 삼대를 이어갈 우리의 청력 유전자가 걱정되는 사이, 신발에 묻은 모래들을 다 털어내고 어린 아이처럼 웃으며 가볍게 발걸음을 돌리는 울 엄마. 


울 엄마, 이제는 보청기 정말 해드려야겠어요. 팔순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도 예쁜 것 눈에 담고 싶어 하고, 주름진 뻣뻣한 손가락이어도 기타 줄 퉁퉁 튕기며 젊어서 못다 배운 것들 이제사 열심히 배우고 있는 울 엄마.


 '사랑한다'는 말 만큼은 엄마 귀에, 엄마 가슴에, 엄마 손에 겹겹이 새겨드려야겠습니다. 

 '사냥한다'고 잘못 듣는 일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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