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좋은 배우자란?
배우자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로서 짝이 되는 상대다. 친구는 어깨동무로 서로 얽혀 있어 어깨를 풀어 버리면 쉽게 남남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배우자는 2인 3각으로 묶인 관계이다. 이미 한 몸처럼 되어 그 묶음을 풀어도 배우자 간에는 많은 부대 상황이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원래대로 회복이 불가능하다.
70년대 내 젊은 날에는 연애 대상이 곧 결혼 대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기대에 설레는 결혼을 앞둔 미혼 젊은이들이 갖는 배우자상,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해 가며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부부들의 배우자상, 삶을 뒤돌아보는 노인들이 바라보는 배우자상은 각 다를 것이다. 나는 삶의 과정을 한 참이나 지나와서 인생을 관통하며 갖게 된 좋은 배우자상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적는다. 여기서의 표현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타당한 배우자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개인적인 관점일 뿐이다.
배우자 선택 시 외모는 처음 만나는 상대방에게 직관적으로 주는 강한 느낌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외모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결혼하여 함께 생활하다 보면 많이 드러나게 된다. 살아가며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 중 외모나 막연한 느낌 때문에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기회가 되어 그런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면 '내 생각이 편견이었구나'하고 반성할 때가 있다. '잘 갖추어친 교양과 배려로 상대감을 감동시키는 좋은 사람이구나'하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내, 외적 매력을 겸비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춘 상대는 드물다.
배우자는 자신의 희망사항에 가까운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배우자 선택은 기업이 기술적(技術的)으로 완성된 사람을 채용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입사를 하고 연수를 시키고 현장에 내보내야 그 직원의 진가가 발휘된다.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결혼 전 얼마나 상대방을 알 수 없으면 결혼을 도박이라고까지 하는가? 결혼 전과 후는 매우 다르다. 좋은 면으로 달라지는 것이야 축하할 일이지만 감추어 둔 좋지 않은 면들이 드러나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는 후회해도 늦다. 1,2년의 짧은 연애 기간으로도 알 수가 없다. 배우자로 선택받기 위해 서로 과장하여 꾸미는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짧은 기간에도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 유아독존 안하무인인 인간, 특수한 주장을 맹신하고 추종하는 사람, 늘 남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 술만 마시면 미치는 사람, 폭력적인 사람, 언제든 기회만 되면 표변하는 사람, 낭비벽이 있는 사람, 도박이나 마약을 하는 사람, 거짓말을 늘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 등 피해야 할 사람은 많다.
나하고 맞지 않지만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최소한 상대방의 뜻에 맞추어 주려는 배려심을 갖춘 사람이라면 크게 문제는 없다. 노력하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성격이 완전히 다르고 남에 대한 배려심마저 없다고 한다면 부수적인 어떤 좋은 조건 하에서라도 좋은 부부가 되기는 어렵다. 그가 세상을 보는 안목이나 내면의 덕목은 중요하다. 결혼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에 상대방의 내면을 어느 정도 알고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 바꾸고, 고쳐서 나에게 맞는 사람이 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바보온달은 일반화가 불가능한 매우 특수한 경우이다. 사람마다 변화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희망사항을 일정 정도 갖춘 사람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아니더라도 그런 희망 중 포기할 수 없는 최소한의 내면적 덕목을 배우자는 갖추어야 한다. 배려심, 겸손, 책임감, 솔직함, 근면성, 친밀감, 교양, 추진력, 자기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취미나 특기 이런 내적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경제적 요인도 매우 중요하다. 경제적 황폐는 인격적 폐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현재의 경제력도 여러 면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의존적인지, 우연적인지, 일시적인지...., 의존적인 경제적 안정감은 오히려 불안요소이고 믿기 어려워 더 위험할 수 있다. 철저한 가부장적 사회인 조선시대에도 허난설헌은 여성이지만 부모님의 만류에도 상대방을 결혼 전 미리 알아보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상대방을 알아보려고만 한다면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쉽게 지나쳐 버린다.
멀리 앞을 내다보고, 배우자를 현명하게 선택한 사람들의 경험을 되돌아 생각해 보자. 진학이나 취업과 달리 결혼은 잘못되는 경우까지 상상해 충분히 먼 장래를 바라보며 결정해야 한다. 다시 고쳐하기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배우자 선택은 잘 다듬어 온 나의 인생을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이혼으로 인한 문제 인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는 더 조심스럽다. 결혼 전에 면밀하게 생각하고 잘못된 요소들을 사전에 알아야 한다. 현실을 바로 보고, 젊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하여 세밀하게 판단하지 못하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결혼 전에 당신과 함께할 2세의 육아까지도 생각해 보라.
부부간의 문제점을 스스로에게서 찾고 항상 열려있는 자세로 대화하여 상대방과 함께 문제를 풀어 가려고 생각하는 부부는 관계가 개선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남남처럼 살거나 남남이 될 것이다. 좋은 배우자의 조건은 ‘상대방이 이렇게 해주었으면.’하고 상대방에게서 조건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변할 때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해 줄까?’하는 면에서 봐야 한다. 내가 변하고 양보하는 덕목을 갖추었는가 하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내가 변할 때 상대방도 함께 해주는 공감력,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자신은 갖추지 않았으면서 상대방에게 그런 요소를 찾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70대 아버지와 30대 두 딸이 모여 같은 주제의 글을 써내려가는 뉴스레터 땡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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