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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Jun 24. 2021

난 하루에도 수십 번 딴생각을 한다

몰입과 행복, 그리고 마인드 원더링(Mind-wondering)과의 관계

행복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싶었던 행복연구가 매트 킬링스워스(Matt Killingsworth)는 하버드대 박사과정 재학 중에 행복을 측정하는 'Track Your Happiness'라는 앱을 만들었다. 그는 15,000명을 대상으로 세 가지 질문을 통해 65만 개의 정량적 데이터를 얻었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세 가지 질문은 '지금 기분은 어때요?', '지금 무엇하고 있나요?(22가지 중 선택)',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나요?'이었으며, 하루 중 무작위 시간대를 선택해서 피 설문자가 답변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하루 일과 중 47%를 하는 일과 무관한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데 시간을 허비했다고 한다. 이렇게 '무언가 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마인드 원더링(Mind-wandering)이라고 명명했다. 굳이 번역하면 '딴생각'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섹스를 하는 동안에도 딴생각을 한다고 대답을 했다. 결론적으로 마인드 원더링의 빈도가 높은 사람들은 행복지수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 행복감을 더 느낄까?


무언인가 흠뻑 빠져 심취해 있는 상태를 '몰입(Flow)'이라고 한다. 몰입은 '주의의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원하는 어느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몰입을 하게 되면 '아무 방해물이 없이 물이 흐르듯이(Flow) 편안한 느낌을 가지며, 하늘을 날듯이 자유로운 감정'이 된다고 몰입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가 말했다. 일단 몰입을 하게 되면 몇 시간이 한순간처럼 짧게 느껴지는 '시간 개념의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 무념무상(無念無想),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예술가들의 경우 창의성이 발현되는 순간에는 '배고픔, 피로, 심지어 자신의 정체성도 의식에서 사라진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와 같이 '온전한 집중의 상태'를 몰입이라고 정의하면서 행복과 몰입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말했다. 즉 몰입할수록 행복감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몰입과 행복감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서 최근에 일(Work)과 여가활동(Leisure) 간의 몰입과 행복감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일(Work)은 직장에서 하는 모든 유형의 일을 포함한다. 여가활동은 적극적 여가활동(Active leisure)과 소극적 여가활동(Passive leisure)으로 나눈다. 적극적 여가활동은 애인이나 친구와의 활동, 독서나 관람 등의 정신적 활동, 헬스나 골프와 같은 신체적 활동, 정원 꾸미기나 그림 그리기 등과 같은 창작적 활동, 반려동물과의 산책 등이 포함되며, 소극적 여가활동은 TV 시청과 영화 관람 등과 같은 시간 소모적 활동, 침대 눕기나 반신욕 등의 휴식 활동, 커피나 점심 등의 쉬는 활동, 집안일이나 외출 준비 등의 일상생활 활동이나 육아활동 등이 포함된다.


연구 결과를 보면 중요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일(Work)'을 할 때 몰입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행복감은 헬스나 골프와 같은 신체적 활동, 정원 꾸미기와 같은 창작적 활동, 애인이나 친구와의 만남, 산책 등의 '적극적 여가활동(Active leisure)'을 할 때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직장생활의 일(Work)을 할 때 가장 큰 몰입을 경험하지만 그에 비해 행복감은 낮았고, 적극적 여가활동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비교적 높은 수준을 몰입을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몰입할 때 행복감이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게임에 열중할 때, 낚시나 골프 또는 헬스를 할 때,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여행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등 자신이 좋아하는 적극적 여가활동을 할 때 몰입과 행복감이 높은 반면 업무적인 일을 하면서 바쁘기만 하고 마음은 딴생각을 하게 될 때 몰입과 행복감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이전 본사 근무를 할 때 업무적으로 힘은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은 엄청나게 빨리 지나갔던 것 같다. 아마 업무적 중요도, 강도와 긴장감 때문에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감은 항상 제자리거나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졌다. 아마 원하는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입도와 행복감이 동시에 충족되지 않았던 것이다.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몰입을 해야 한다!


예전 첫사랑인 아내와 연애를 하거나 데이트를 할 때 엄청난 몰입과 행복감을 경험했던 것 같다. 시간이 왜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지? 방금 만났는데도 금방 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 늘 하루가 짧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부터 만나서 놀아도 헤어질 시간이 되면 늘 시간에 쫓겨 정해진 21시 귀가 시간을 준수하지 못해 집 앞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는 장모님께 자주 혼쭐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이 원하거나 좋아하는 행위를 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몰입과 행복, 그리고 사간 개념의 왜곡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다행히도 요즘 난 개인적으로 헬스를 하거나 아내와 데이트를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개인 취향의 영화를 볼 때 가장 큰 몰입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아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온전히 그 순간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휴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소극적 여가활동) 불구하고 눈을 뜨고 눈을 감으면 하루가 다 지나간 것을 숱하게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몰입을 자주 경험하게 되면 때론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헬창'이란 용어가 요즘 매우 유행하고 있다. '헬스'와 '엠창 인생'이란 합성어인 '헬창'은 '헬스에 미친 사람들'을 가리킨다. 헬창이 되는 중요한 이유는  운동을 할 때 느끼는 무념무상의 몰입감과 건강한 신체에 대한 자신감과 과신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복감이 더해져 중독 상태인 헬창이 되는 것이다. 마니아라고 불리는 각종 취미 활동인들 또한 이런 이유로 몰입과 행복감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첫째, 행복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몰입도를 높이는 일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지 무엇을 할 때 보통 집안일, 그날 식사 메뉴 선정, 금전적 문제, 개인 및 가족 걱정거리, 후회와 회한, 즐거운 추억 등을 생각하면서 온전히 그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인드 원더링을 할 때가 많다. 매트 킬링스워스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중 절반 이상을 마인드 원더링을 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몰입을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평소 자신이 관심 있게 보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알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자기 계발과 영화 관련 콘텐츠를 자주 본다. 깊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관심 영역이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 것이다.


둘째, 마인드 원더링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집중은 현재의 행동뿐만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의 마음 상태와 변화도 함께 살피는 것이다. 예전 삼성그룹에서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 집중 타임'을 운영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어떤 그 누구도 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분은 언제 몰입과 행복감을 경험하는가? 의도적이라도 순간의 집중과 몰입의 경험을 향상해 행복감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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