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틱 Dec 20. 2021

겨울을 나기 위한 나만의 시련과 다짐

#건강 #수족냉증 #혈액 순환 #진화 #종(種) #반신욕 #족욕 #운동

"자기야 빨리 침대에 들어와.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다. 빨리~"


나는 아내가 정말 나를 반겨서 그런 줄 알았다. 아차, 또 속았다. 이 놈의 머리는 장식용인가? 침대에 눕자마자 아내는 두 발을 내 엉덩이 밑으로 쑤욱 밀어 넣는다. 순간 움찔했지만 아내의 무자비한 수족 냉증 공격에  나는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손발이 차가워 일명 '수족 냉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아내는 겨울철만 되면 그 빌어먹을 수족 냉증이 더 심해져 꽁꽁 언 겨울 날씨보다 더 차가워진 손발을 녹이느라 치열한 겨울나기를 해야만 한다. 


반면 나는 어릴 적부터 육상과 태권도를 통해 오랜 기간 운동을 했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헬스 등을 통한 꾸준한 운동을 한터라 겨울철에도 반팔티를 입고 다니고, 잠잘 때조차 발을 이불 밖으로 빼야만 잘 정도로 발열이 심한 체질이다. 어찌 보면 아내와 난 현생 인류 중에서도 완전히 다르게 진화된 종(種)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름철은 공생, 겨울철은 기생(희생?), 일평생은 상생 관계에 놓여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겨울철만 되면 내 뜨거운 몸은 항상 아내의 수족 냉증 해소의 타깃이 되곤 한다. 발이 어느 정도 데워질 때쯤이면 다시 손이 내 이불속 상의 안으로 쓰멀쓰멀 기어 들어온다. "으~~"라고 외쳐보지만 소용이 없다. 급하게 본능적으로 열을 쫓아 움직이는 아내의 손발을 거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나 하나의 희생으로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군대 시절 혹한기 훈련도 잘 견뎌냈는데......


손발이 어느 정도 데워지면 아내는 내게 어린 이제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어린애 같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눈밑 애교살이 웃음과 더해지면서 난 그냥 아내의 모든 행동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그런 수동적 난로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아내의 이 같은 수족 냉증 공격으로 난 의도치 않게 겨울철 새벽마다 하는 냉수마찰의 효과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밖에는 없다. 


이렇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끔은 발바닥이 차고 건조해져서 갈라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더욱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태국의 그 유명한 만능 통증 치료제(?)인 왕XX야몽 크림을 갈라진 발바닥에 바르고 정성껏 마사지한 후 그 위에 두꺼운 등산양말을 신는 신공을 발휘한다. 


아마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려는 아내의 고육지책(苦肉之策) 일 것이다. 옆에 누워있으면 야몽 크림의 파스 같은 냄새가 스멀스멀 내 코 주위를 자극한다. 이런 아내 모습을 보면 정말 안쓰럽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기도 한다. 나의 뜨겁게 불타는 몸의 열을 줄 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내는 항상 나의 손을 꼭 잡는 버릇이 있다. 남이 들으면 부부애가 정말 돈독하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손을 데우려는 불순한 의도가 저변에 갈려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럴 때면 난 더욱 아내의 꼭 손을 잡는다. 빨리 손을 데워야 손수갑(?)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손에 땀이 나고, 따뜻해지면 아내는 만족한 듯이 손을 뿌리친다. 오늘도 난 충실하게 난로의 역할을 해낸 셈이다. 내 몸의 열을 어느 정도 주고 나면 나도 어느새 몸이 이완되기 시작한다. 



체질적으로 몸이 차가운 아내 때문에 난 실질적으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무덥고 습한 여름철에도 맘 편하게 에어컨을 켠 적이 별로 없었다. 안방 에어컨을 켜면 밖으로 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풍기 바람도 싫어해서 함께 침대에 누워있으면 선풍기 바람 때문에 이불을 돌돌 말아서 반대편으로 눕는다. 보는 내가 다 답답할 정도이다.


직장 재직 시설에는 주말 부부로 오래 지내다 보니 수족냉증은 내겐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퇴직 후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니 아내의 수족 냉증이 생각보다 큰 문제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내가 조금만 희생하면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근본적으로 몸이 차가워서 고생하는 아내를 보니 내가 더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내겐 건강에 관한 명확한 철학이 한 가지 있다. "혈액 순환만 제대로 되면 병에 걸릴 일이 없다"는 게 내 건강의 철학이요 신념이다. '몸속 청소부'라고 불리는 혈액은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 몸속 모든 장기들은 혈액을 통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필수적이다. 혈액 순환이 조금만 줄어도 우리 몸에 큰 손상을 입는 뇌와 심장 같은 장기도 있다. 


그래서 나는 혈액순환을 항상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매일같이 운동을 꾸준하게 한 시간 이상 한다. 그리고 시간만 나면 욕조에 물을 받아서 반신욕을 한다. 그리고 여름철에도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뜨아'를 먹는다. 또한 여름철에는 차가운 냉면보다 뜨거운 국밥과 음식을 더 좋아한다. 예전부터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게 건강 관리에 엄청 좋다'는 오랜 믿음이 강하기 인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몸이 뜨거운데도 뜨거운 음식을 자주 먹으니 항상 땀으로 몸이 축축해질 수 밖에는 없다.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가장 먼저 혈압에 이상이 생긴다고 한다. 동맥이 좁아져 혈액순환이 안되면 고혈압이 발생한다. 좁아진 혈관이 막히게 되니 뇌경색, 심근경색 등도 일어나게 된다. 다음은 면역력이 떨어진다. 면역력 형성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혈액순환이기 때문이다. 혈액 속 백혈구가 온몸을 구석구석 다니며 제 기능을 발휘할 때 면역력이 가장 좋은 상태가 된다. 


혈액순환이 안되면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혈액 순환이 안되면 몸은 산소 부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만큼 에너지 소모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혈액순환이 안되면 특히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손과 발, 신장, 눈 등에 피곤함과 저림 현상이 발생한다.


피부건강에도 적신호가 발생한다. 피부톤이 어두워지고 피부가 칙칙해지는 것도 바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발생하는 증상이다. 피부의 회복이나 재생도 혈액 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몸에 상처가 생기면 회복에 필요한 미네랄과 호르몬 등의 효소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혈액 순환이 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 중의 하나가 바로 수족 냉증이다. 혈액 순환이 나빠지면 몸에 따뜻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해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혈액 순환은 산소 제공뿐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 당뇨, 동맥 경화, 뇌졸중(뇌출혈, 뇌경색), 수족 냉증 등 모든 대표적인 질병들이 바로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기는 질병들이다. 혈액 순환을 저해하는 원인 중의 대표적인 것들은 육식, 그리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는 습관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내가 평소 하고 있는 혈액 순환에 좋은 방법을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육식과 함께 채식을 늘이는 것이다. 내 같은 경우엔 운동을 꾸준히 하기 때문에 육식은 줄일 수가 없다. 하지만 채식을 많이 해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을 한다. 둘째는 산책 또는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서 혈액 순환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운동을 싫어하더라도 추운 겨울에도 가급적이면 실내 자전거라도 타면서 몸을 데우고, 땀을 흘리면 좋다. 


셋째, 몸을 데우는 음식을 자주 먹으면 좋다. 나 같은 경우에는 차(茶, tea)를 즐겨 마신다. 가급적 커피보다는 차를 많이 마시려고 노력한다. 혈액순환에 좋은 국산 재료에는 돼지감자, 생강, 우엉, 대추, 오미차, 녹차 등이 있다. 난 특히 돼지감자를 말린 차를 자주 마신다. 특히 말린 돼지감자는 혈액 순환에 매우 좋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니 믿어도 좋다. 


넷째, 반신욕과 족욕을 자주 해야 한다. 한 때 난 반신욕의 맹신자였다. 반신욕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다. 하반신을 데워서 온 몸의 열을 펌프처럼 순환시키는 형태라서 운동만큼 효과가 있으며, 면역력 향상과 근육 이완으로 통증도 완화되고, 노폐물과 독소를 내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반신욕을 10년 이상 실천을 해왔었다. 그 결과인지 오십 대 중반이 다 되었는데도 흰머리가 거의 나지 않고, 검은 머리가 여전히 풍성한 편이다. 반신욕은 혈액 순환에 있어서는 최고의 방법인 것은 경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퇴직 이후 오십 대 건강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늦은 저녁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아내는 여전히 나를 애타고 찾고 있다. 빨리 글을 마치고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나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의미심장한 각오를 재차 다져본다. 겨울이 빨리 가면 좋겠다. 운동과 반신욕을 싫어하는 아내를 억지로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따뜻한 내 두 손으로 고생하는 아내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마사지해줘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큰 성공을 만드는 작은 성공 경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