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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Mar 20. 2022

스킬보다 더 중요한 업무 감각을 키우는 방법

야마구치 슈, 구스노키 겐의《일을 잘한다는 것》중에서

비즈니스의 본질은 고객이 가진 문제와 불만을 해결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고객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1930년대에 쓴 'Economic Possibility for our Grandchildren'이라는 글에서 2030년이 되면 살림살이가 8배 더 나아져 노동시간이 주당 15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3시간만 일을 하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고객의 니즈와 문제 또한 복잡해지고 고도화됨에 따라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갈수록 쌓이고, 새로운 문제들로 재생산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케인즈의 예언과 달리 현대 직장인들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기치로 이전보다 더 높은 노동 강도와 감정 노동,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동 시간 또한 케인즈의 예언과 달리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라고 불리는 실무자 단계에서는 정해진 업무 규칙이나 프로세스를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고 불리는 부장이나 임원급 단계에 오르면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를 넘어 업무에 순위를 매겨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고, 새로운 전략의 이니셔티브(initiative)의 도출과 실행은 물론 그에 따른 성과와 책임까지 져야 한다. 




하나의 인과관계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계라고 불리는 직장 생태계에서 우리가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실무능력 이외에도 비장의 무기 또는 필살기 하나쯤은 필요한데 그게 바로 '문제 해결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 것'이다. 특히 한정된 인적 자원에서 유능한 사람을 승진시키다 보면 어느새 그 일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로 조직 상층부가 채워지게 된다는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관리자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업무 해결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인사이드 인(inside in)'이 바로 그것이다. 아웃사이드 인은 외부 정보에서 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 반면 인사이드 아웃은 자신의 논리에서 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포스터


아웃사이드 인은 외부 정보에서 답을 찾기 때문에 직관과 감에 따른 업무 개입이 거의 배제되어 전략의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인사이드 아웃은 자신의 논리에서 답을 찾기 때문에 직관과 감에 따른 업무 개입이 크며 전략의 수정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이나 IT처럼 데이터를 중시하는 업계에서는 아웃사이드 인과 같은 사고방식이 흔하다. 왜냐하면 기술발전이 인간의 사고를 아웃사이드 인의 방향으로 유도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아웃사이드 인의 성향은 문제 해결에 대한 통찰력을 말살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를 나열해 선택지를 만들고 거기서 옳은 해답을 고르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생각하기 귀찮고 번거롭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해 그 답을 알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어떻게 하더라도 예측할 수가 없다. 2008년 리먼사태와 같은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수많은 긍융기관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경제 예측 자료에는 위기(risk)에 관한 경고가 거의 실리지 않았다. 오히려 2008년의 세계 경제 동향을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물론 일부 위험하다는 자료도 있었지만 극소수라 무시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전문가의 예측과 달리 2008년 미국에서 대규모 금융위기가 일어났고, 그 여파로 세계경제 또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결국 '월가의 이단아' 나심 탈레브가 예견했던 것처럼 '블랙 스완(black swan)'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후 잘못된 예측을 내놓은 수많은 전문가들은 '내 그럴 줄 알았다(I knew it would happen)'라고 뒷북을 치며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ibas)'의 추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아웃사이드 인인 사람들 중에는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외부'에서 원인을 찾고, 상황과 환경을 탓하며,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않는 데서 비롯한다. 아웃사이드 인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건 바로 복잡계 생태계에서 살고 있는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끊임없이 지식을 배우고 습득하는 것이다. 


그들은 다양한 지식을 쌓고, 정리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는 데 활용할 지식이 아니라면 쓸모없는 지식일 뿐이다. 오히려 온갖 쓸모없는 지식의 쓰레기 더미로 머리만 복잡해진다. 아울러 도움이 되지도 않는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인풋(input)하는데만 힘을 쏟는 것은 시간 낭비만 초래한다. 그들은 불안한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면 순간적으로는 안심이 되고, 또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안도감을 느끼는 동안 배는 정작 산으로 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의향을 물어보지 않더라도 어떤 상품이 잘 팔릴지 아닌지를 직관과 감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니즈와 욕구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를 통해 자료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니즈와 욕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바로 인사이드 아웃을 키우는 출발점이 된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적 기반의 완구기업인 레고가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국 '아이들은 왜 놀까'에 대한 놀이의 본질을 재해석함으로써 레고의 부활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관찰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다른 한축으로써 오감의 놀이 문화가 더 성숙할 것이라는 통찰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데이터 지상주의의 함정을 벗어나야 한다. 어떤 상품이 팔리지 않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년에 트렌드는 어땠는지, 색감과 모양은 어땠는지, 경쟁상황은 어떠했고, 지역에 따른 판매 방식은 어땠는지 등의 표면적인 현상만을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횡적이고 구체적인 현상 위를 우왕좌왕 오갈 뿐 문제의 본질에는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이드 아웃의 성향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먼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에게 어떤 지식이 부족하고, 도움이 되는 것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야 한다. 아울러 문제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이니셔티브를 도출함으로써 추상적인 현상을 구체화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관리자와 리더들이 범하는 업무의 우(愚) 중의 하나는 바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상황을 탓하거나 부하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아웃사이드 인의 성향을 가졌다는 걸 의미한다. 


완벽한 준비보다는 인사이트에 대한 올바른 이니셔티브를 도출해서 빠르게 실행하고, 지속적인 보완과 수정을 통해 성과를 업그레이드해가면 된다. 업무를 잘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업무의 감각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정보는 외부에서 안으로, 통찰력은 안에서 외부로 끄집어내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 그게 바로 인사이드 아웃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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