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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Aug 03. 2022

의도와 달리 갈등이 생기는 이유

#등가교환의법칙 #강철의연금술사 #갈등의원인 #갈등의유형 #갈등해소


사람은 무언가를 희생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와 동등한 대가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연금술에서의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그때 우리들은 그것이 세상의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 애니 <강철의 연금술사> 중에서 -


개인 또는 집단 간 등가교환(等價交換)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때 종종 갈등(葛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연인 간에는 나보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부부간에는 가사나 육아에 대한 관심의 차이가 클 때, 조직 간에는 이해관계가 충돌해 불균형이 발생할 때 갈등이 점화된다. 심지어 예비 신랑 신부의 경우 결혼 준비에 대한 등가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파경으로 치닫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다.


이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서 돌아가. 뭔가 갖고 싶으면 그 가치만큼의 뭔가를 희생해야 한다. 그거야. 이것만 기억해놔. 등가교환! 그저 주어지는 건 없어! -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에서 -


우리 삶에는 크고 작은 등가교환의 법칙이 존재한다. 등가교환은 '같은 가치의 교환'이란 뜻이다. 다른 말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달콤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시간적 자유를 포기해야 하며, 멋진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윗하고 기름진 음식의 섭취를 줄여야 하며, 승진을 바란다면 남보다 더 희생하거나 신의 성실해야 한다. 


등가교환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바로 교환가치의 측정에 대한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인 또는 조직 간 등가교환의 이면에서 자기 중심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주관적 가치관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등가교환을 부등가 교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신의 기준으로 보면 옳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등가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다고 느낄 때 흔히 상대방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맘이 편해지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면 결국 상대방에 대한 이해 부족과 상호작용의 미흡이 그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갈등이란 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이상의 목표나 정서들이 충돌하는 현상을 말한다. 갈등의 원인은 라틴어인 'Configere'에서 유래했다. '함께'라는 뜻의 'Con'과 충돌이나 다름을 의미하는 뜻인 'Figere'가 합쳐져 개인이나 집단 간에 서로 충돌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한자로 갈등(葛藤)은 칡을 뜻하는 '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藤'이 합쳐져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고설킨 모양처럼 일이나 사건 등이 복잡하게 꼬인 상태를 말한다.


살다 보면 수많은 갈등 상황과 조우하게 된다. 연인 간 사소한 말다툼도, 부부간 발생하는 불만도, 직장상사와의 견해 차이도 갈등의 단면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부정적으로 인식해 일단 피해고 보자는 식으로 회피하거나 빨리 해결하려고 강제력을 동원하거나 불란이 생길까 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순응해 버리면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내면 속에서 더 곪아가게 된다. 급기야는 어느 순간 억압된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생긴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이 직장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직장에서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영혼 없이 살아가다 보면 빨리 직장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날들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갈등이 생길 때는 무조건 회피하거나 공격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고,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소통을 진행함으로써 갈등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심리학자 던컨 크레이머 교수는 연애 중인 대학생 199명에게 '싸우는 횟수가 연애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까요?'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자주 다투는 연인들일수록 연애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 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싸움을 해결하는 방식이 연애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까요?'라는 질문에는 과반수가 넘는 학생이 그렇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연애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은 싸움의 횟수가 아니라 싸운 뒤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비 온 뒤 땅이 굳고,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듯이 서로 간의 차이와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잘 수용하고 건강하게 소통하면 상대와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좀 더 만족스러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 내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보면 가치관의 차이, 한정된 자원, 목표와 이해관계의 충돌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다. 완벽한 품질과 업무 처리가 중요한 사람이 있는 반면 신속한 업무 실행과 빠른 업무 처리가 중요한 사람이 있다. 전자와 후자가 한 팀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면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신중한 업무 태도가 더 중요할 수 있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빠른 업무 실행이 중요할 수 있다. 한마디로 케바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우선순위를 선택해서 업무를 추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조직에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 그것이 시간이든 예산이든 장비든 인력이든 조직 내 구성원들은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서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한정된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권력과 강제력을 동원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즉, 조직 내에서 한정된 자원을 이용하는 프로세스나 절차가 투명하지 않을 때 갈등이 심화되고, 조직은 공동의 목표보다는 개개인이나 집단 간의 경쟁과 사내정치가 난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부서 간 목표와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부서마다 각기 다른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협력이 아니라 경쟁관계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전 소니에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애플의 아이팟에 대응하기 위해 커넥터라는 제품을 개발 중이었는데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소니 내부에는 소프트웨어 파트와 하드웨어 파트가 막강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파트들이 독자적으로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상호 간 협력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식되던 소니의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안겨주게 되었고, 경영상 어려움도 겪게 되었다.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공통의 목표와 상호 양립 가능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부서 간 소통하지 않고 서로 칸막이를 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사일로(silo)' 현상이라고 부른다. 원래 사일로라는 것은 추수 후 곡식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따로 저장하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의미한다. 조직 내에서 사일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조직의 근본적이 목적, 즉 공동의 목표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일로가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업종은 병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사일로가 나타나지 않는 부서가 있는데 바로 응급실이다. 사경을 헤매는 위급한 환자 앞에서는 부서 간 사일로 현상이 생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서 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인센티브 제도는 가급적 지양하고, 부서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한다.


두 번째로 서로 간의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견해 차이를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차이점을 인정하는 노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의 성장 비결 중 하나는 다양한 인종, 국적, 성별, 나이, 종교 등을 가진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되, 사고와 행동의 기준이 되는 공통의 가치와 규범, 기업의 고유한 조직문화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 역지사지의 태도로 소통하는 것이다. 타인의 입장, 팀원 입장, 상사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갈등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상황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토머스 킬먼의 갈등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5가지 갈등 대응 유형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자기주장이 강한가와 얼마나 협력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봤을 때 5가지 유형은 경쟁형, 회피형, 타협형, 협력형, 순응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는 경쟁형이 유리하며, 사소한 문제이거나 더 중요한 문제가 많을 때는 회피형이 유리하다. 조화와 안정이 필요할 때는 순응형이 유리하며, 복잡한 문제에 대하여 단기적 해결을 추구하거나 시간 압박으로 빨리 해결점에 도달해야 할 때는 타협형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양자에게 모두 중요한 이슈라서 상호 간에 통합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할 때는 협력형이 유리하다. 


그럼 갈등관리에 가장 효과적인 유형은 무엇일까? 답은 협력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협력형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상황에 적합한 갈등 대응 유형을 선택해서 유연하게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나는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자신의 유형을 파악하여 강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개선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강원국 작가의 《어른처럼 말합시다》라는 책에는 '좋은 대화란 말하는 화자(話者)의 수사학이 아니라 듣는 청자(聽者)의 심리학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소통이란 화자의 논리나 스킬보다는 청자의 감정과 심리상태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하려고 하면 할수록 대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대화는 전적으로 듣는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너의 결혼식>이란 영화를 보면 주인공 두 명의 엇갈린 사랑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엇갈린 두 사람 간의 만남과 인연에서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방이 나타나느냐에 따라 사랑의 인연이 이어진다는 생각을 남자 주인공이 자동차 속에서 상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갈등도 마찬가지다. 갈등이 일어난 후 적절한 타이밍에 해소하지 않으면 갈등의 칡덩굴은 조직의 사일로를 타고 올라 급기야는 조직을 고사시키게 될 것이다. 갈등도 사랑도 효율적인 소통과 적절한 타이밍이 치료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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