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겪게될고민 #퇴직후챙겨야할일 #젖은낙엽안되는방법 #퇴직과은퇴차이
요즘 느릿느릿 걷는다. 급한 일 그런 것도 일절 없다. 매인 데가 없으니 억지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따분하다고 느낀 적도 없다. 운동, 사우나, 산책 등도 매일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그 덕분에 건강과 피부가 이전보다 몰라보게 좋아졌다. 평일 대낮에 영화를 보거나 카페를 가는 것도 가능해졌고, 낮술까지 먹는 호사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역할과 책임의 짐을 내려놓으니 마음도 몸도 매우 편해졌다. 저녁이 있는, 쉼표와 느낌표가 있는 삶이 일상에 더해지면서 삶의 만족도와 질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루 종일 시도 때도 없이 울리던 단톡방 깨톡(?) 소리, 주말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괴롭히던 요일병이 없어지니 원인 모를 우울증, 스트레스, 피곤한, 불면증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복잡한 출근길에 더 이상 맘 졸일 필요가 없어졌고, 눈비 내리는 날은 되려 감성 돋는 하루로 바뀌기도 했다. 나처럼 삶에서 뭔가를 이루려고 악착같이 애쓰며 살았던 사람도 이렇게 무위(無爲)하며 살아갈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잠시 헛헛함이 밀려왔지만 어쨌든 퇴직 후 내가 누리는 일상의 평온함, 행복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가정은 다소 등한시했지만 직장엔 모든 걸 헌신한 남편들이 막상 퇴직을 하게 되면 그들을 가리켜 세상은 흔히 '삼식이', '백수세끼(?)', '바둑이', '젖은 낙엽' 등으로 부르며, 비하하고 조롱하기도 하지만 내 짝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직장생활 하느라 고생 많았으니 당분간 다른 생각 말고 푹 쉬라며 나를 토닥토닥 다독여 주었다. 오랜 비연고지 근무로 주말부부 생활을 장기간 한 것, 그리고 34년간 식지 않고 연애감정을 이어온 것이 지금의 관계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여전히 달달했고, 연애전선에 전혀 이상 징후는 없었다. (혹시 나만의 착각이 아니길---)
어떤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짝꿍 옆에 착 달라붙어, 연애시절처럼 짓궂게 장난도 쳐보고, 아이처럼 맛날 걸 사달라고 떼도 써보고, 산책 가자고 징징거려도 착한 짝꿍은 그런 나의 유치한 응석을 다 받아준다. 다만 '뭐하는 짓이지?'라며 한심한 듯 째려볼 때 시크하게 외면하는 스킬!!!만 있으면 무사통과다. 어차피 둘만의 로맨스, 애정 표현은 나이가 들수록 더 유치하고, 오글거리고, 장난기 가득한 것 아닌가. 스무 살 때 나와 짝꿍도 이랬으니깐.
그러다 가끔 내가 집에 있어 귀찮고, 성가시지 않냐고? 내가 앞으로 일을 안 해도 되냐고? 물어도 짝꿍은 전혀 개의치 않는단다. 삼십 년 정도 돈 벌었으면 됐다고,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이 한마디에 난 '이 정도면 내 인생 정말 성공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의 고단한 삶을 충분히 보상받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신은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데 그래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업급여가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생계라는 현실적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자산이 적은 건 아니다. 다만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보니 (그리고 최근 급격한 시세 하락과 거래 절벽과 맞물리면서) 유동화, 즉 현금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돈맥경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부동산의 경우 시세보다 훨씬 싸게 매물로 내놓았지만 어려운 현상황을 반영하듯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예상했던 퇴직 시나리오와 달리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게 된 것이다.
퇴직과 은퇴는 엄밀히 다른 말이다. 퇴직은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은퇴는 현직에서 물러나 더 이상 생산자로서의 삶을 살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난 아직 생산자의 길을 가야 할 입장이라 퇴직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퇴직 전 나는 현역(직장인)으로 있을 때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있지만 그래도 매월 꼬박꼬박 들어오는 급여, 그리고 출근하면 해야 될 일, 업무와 연결된 사람들이 있어 현실에 안주하며 살았던 것 같다.
'막상 나가면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다 먹고 살아가잖아', 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직 이후의 삶을 사전에 준비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일인 듯싶었다. 왜 슬픈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을까? 예고 없는 사회적 죽음(퇴직)과 막상 맞닥뜨리면 입에 풀칠하는 문제는 상당한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근로자 퇴직 평균 연령 49.3세임을 볼 때 국민연금 받을 때까지 약 15년의 소득 크레바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시간이 갈수록 마음만 조급해질 뿐 내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된다. 대부분 재취업을 할 건지? 창업을 할 건지? 고민만 하다 실업급여 수령기간이 끝난다. 나처럼 오랜 기간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지내온 관리자 유형은 특히 재취업 시장에서 더욱 불리하다. 대부분의 취업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펙이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갖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취업의 희망을 버린다면 취업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지만 대신 자존감은 휴지통에 던져 버려야 한다.
재취업이 어려운 대부분의 경우는 어떨까? 퇴직자가 도착한 막다른 골목 끝에는 치킨집, 커피숍, 편의점과 같은 업종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회사에 좀 더 붙어있기 위해 영혼까지 팔았는데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마저 몽땅 저당 잡혀야 한다. 희생하고 엄청나게 투자를 했는데도 보상은 터무니없이 줄어든다.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최악의 선택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남들이 모두 걷는 안전한 길을 따라 걸은 사람들의 최후는 의외로 한 곳으로 몰리면서 원치 않는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흔하다.
나 또한 안일하고 소극적인 생각으로 퇴직 후의 내 삶을 다소 방관하며 살았던 것 같다. 반세기 동안 남을 의식하며 살았으니 이제 나를 좀 의식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쉬엄쉬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려 해 봤지만 내가 마주한 현실을 그리 호락하지 않았다. 퇴직 후 자칫 잘못하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인생 후반전을 그릇칠 수 있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신중하고, 계획성 있게 접근해야 할 시점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퇴직 후 10개월 차가 되니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유익한 시간도 많았지만 방황하며 허투루 보낸 시간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훗날 나처럼 퇴직을 해서 인생이막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퇴직 후 일 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가치 있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나의 주관적이고, 부족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후회 없는 인생,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싶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퇴직을 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바로 물건, 관계, 마음의 정리부터 해야 한다. 버릴 건 버리고, 남길 건 남겨야 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비워야 새롭게 채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불필요한 물건부터 정리하자. 직장생활 때문에 사놓은 불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배경과 직함 때문에 유지되는 관계는 퇴직과 동시에 저절로 정리되니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나 또한 현재는 꼭 필요한 소수만 남아서 관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헛헛한 마음을 잘 달래야 한다. 그간 소홀했던 마음의 생채기를 돌볼 차례다. 있는 그대로 온전히 나를 보듬고 어루만지는 시간을 가져야 남은 시간을 흔들리지 않고 보낼 수 있다.
두 번째, 퇴직 후에는 경제적 관념이 잠시 없어지는 비이성적 상태(?)가 도래하는데 바로 퇴직 직후가 바로 그 시기다. 평생 이렇게 큰 목돈을 쥐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소비 관념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미친 척하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위시리스트를 우선적으로 실행해 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공식 휴가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국내 최고 행복전도사인 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감을 주는 활동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퇴직 직후에는 사랑하는 짝꿍과 함께 장기간 여행을 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가급적 한달살기를 계획해서 무작정 짐보따리를 싸서 떠나자. 한 달도 좋고, 두 달도 좋고, 그 이상도 좋다. 제주도도 좋고, 울릉도도 좋고, 전국 여행도 좋다. 코로나도 어느 정도 풀렸으니 이왕이면 해외여행도 추천하고 싶다. 생활비를 줄일 수 있으니 여행비도 예상보다 많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둘이 써봐야 얼마나 쓰겠는가? 그간 짝꿍도 고생 많았으니 목돈 중 일부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쓰길 바란다. 나의 경우 탐라 한달살이는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 둘만의 행복한 여행은 훗날 평생의 얘깃거리, 추억거리, 안줏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 번째, 실업급여 기간을 활용해 배움과 관계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Nothing comes from nothing).'는 명언을 나는 무엇보다 신뢰하고 있다. 여행을 잘 다녀왔으면 그다음에는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해 국비지원으로 최근 핫하고 트렌디한 취업 분야를 배우고 경험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창업을 하더라도 이제는 온라인 마케팅이 대세가 되었다.
온라인 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SNS 생태계도 잘 알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그 생태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스타 또는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집할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버렸다. 나 또한 이런 기회를 제대로 못 가진 것을 지금 많이 후회하고 있다.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맥도 형성되고, 그러한 실력을 펼칠 기회도 얻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기회도 돈도 생기는 법이다.
네 번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주최하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 또는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확인해서 참여하길 추천한다. 이 과정은 창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 스스로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단계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의 경우 약 4주간 진행되는 창업이론교육의 경우 창업이론 일반과정과 업종별 분반과정으로 구성되며, 점포경영 체험교육은 약 16주 정도 진행되는데 실제 경영 체험을 위한 점포가 무상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멘토링 시간에는 교육생 맞춤형 컨설팅이 이뤄지며, 창업에 소요되는 비용 중 일부 보조금과 함께 대출과 같은 기타 정책자금도 연계 지원되니 창업을 할 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가급적 창업을 할 때는 자기 자본을 투입하는 것보다 정부지원을 받아서 하길 추천한다. 참고로 교육 만족도는 80% 이상에 달하며, 졸업생 중 68% 정도가 창업에 성공을 했다고 한다. 이때 맺은 멘토와 인맥들은 추후 직접 창업을 할 때도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고 하니 이런 공공 지원 프로그램을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도 맺고, 우군 화도 진행하는 것 또한 인생이막의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섯 번째,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여가활동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온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경우 자신이 주도하는 삶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막상 시간이 주어져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국내의 여러 연구기관이 우리 국민들의 퇴직 준비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실제로 노후자금 마련보다 더 취약한 것이 바로 취미·여가와 같은 사회활동이라고 한다.
퇴직 후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사회활동은 크게 취미·여가(문화, 예술, 관광, 스포츠), 자원봉사, 종교 활동, 자기 계발, 사회참여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자신의 평소 관심과 일치하는 분야와 젊었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분야를 골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된다. 취미나 여가활동이 전문 영역화되면 생계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여섯 번째, 퇴직 후 소득 크레바스 시기를 감안해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 후 대부분 목돈이 생기면 대출을 상환하거나 또는 무리한 투자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중에 돈이 부족하거나 떨어지면 퇴직 후 부부 불화의 큰 원인이 되니 혹시 적금이나 퇴직금의 규모를 고려해서 2~3년 정도의 생활비 정도는 항상 통장에 남겨두어야 하니 이 점 꼭 명심하길 바란다.
일곱 번째, 현역(직장인) 시절 때 반드시 퇴직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매달 급여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회사에 가면 해야 할 일, 업무와 관련된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적 직함과 회사 배경이 주어지기 때문에 자칫 퇴직 준비를 소홀히 할 소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퇴직은 항상 불시에, 비자발적으로 닥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그 후유증과 쇼크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수밖에 없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제안한 것처럼 현역 시절 기간 노동소득을 자본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바꿀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현금흐름이 나오면 자산을 최대한 만들면 좋다.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해 나가는 이자보다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어느 정도 원하는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부동산 월세, 주식 배당 등 현금 흐름을 만든다면 퇴직 이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최근 전 세계 20~30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 트렌드가 급속도록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직장 내 업무 성과에 연연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적당히 해야 할 일만 하며 개인적인 생활에 더 집중하는 문화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용어를 둘러싼 해석이 다양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직장에 더 이상 얽매이지 말고,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자기 계발이나 자산 증식의 기회로 삼는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러니 오히려 퇴직 준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한 회사에서 재직기간이 길고, 직급이 높을수록 퇴직 후에 겪는 심리적 충격이 크며, 재취업률 또한 10% 정도로 현저하게 낮다고 한다. 재직 시의 이점이 퇴직 후에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퇴직 후 신중년은 지위, 생활 리듬, 소비 수준, 가정 내 역할, 체력 등 다섯 가지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명함과 직함이 없어지므로 퇴직 후 사회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며, 하루 일정표 등의 수립과 실행을 통해 생활리듬을 만들어야 하고,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지므로 소비수준도 줄여야 하며,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대비해 가정 내 새로운 역할 분담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종소리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종이 더 아파야 한다는 글을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마음씀님)의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모래를 삼킨 진주조개는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진주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는 조개는 썩어버린다고 한다. 지금 난 멀리 종소리를 보내기 위해, 몸속에서 보석을 만들기 위해 내면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모를 심해의 바다에 가라앉더라도 바닥이 있으면 딛고 올라올 수 있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아마 여태껏 내 의지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잘 살아왔으니 인생이 막도 그러할 것이라고 또 굳게 믿는다. 내가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정호승 시인의 대표 시(詩)인 <산산조각>으로 글을 끝맺고자 한다.
산산조각/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