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생각했던 사업가의 마인드셋 이야기

#창업준비 #인생이막 #창업마인드셋 #환경설정의중요성 #비참한노후탈피

by 미스틱
난 인생 후반전의 분기점에 서 있다


퇴직을 하고 실업급여를 받은지도 9개월차에 접어 들었다. 마지막 실업급여를 받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퇴직 후 잠시 여유로웠던 마음은 이미 온데간데 없고, 당장 뭔가를 하지 않으면 마치 세상에서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이 내면에 발아하기 시작했다. 인생 전반전은 인생주기율표에 따라 숙제 한번 게을리한 적 없는데 성적은 왜 이리도 초라하기만 한건지. 괜시리 지나온 삶이 야박하게만 느껴진다.


다가올 후반전은 전반전과 달리 맨몸으로 뛰어할 텐데 걱정만 앞선다. 몸도 예전같지 않다보니 자꾸 삶을 뒤돌아보고, 주춤하게 된다. 짝꿍은 이런 내가 불안해 보였는지 조금만 더 쉬면서 작전을 짜보자고 계속 어르고 달랜다. 잘 못 창업하게 되면 자칫 그간 모아놓은 얼마되지 않는 짐보따리마저 뺏길 수 있다고 말이다. 짐보따리를 뺏길지 아니면 키울지 아무도 모른다.


퇴직 후 난 인생 후반전은 전반전과 달리 불필요한 경쟁의 사투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 강점을 활용해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늘어가는 건 삶에 대한 걱정과 살아왔던 삶에 대한 성찰 뿐이다.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가늠자와 가늠쇠를 정렬해 영점을 맟춘 후 목표물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길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사회 초년생도 첫단추를 잘 꿰야 하듯 인생 후반전에 막 접어든 오십대 사회초년생인 나 또한 어디에, 어떻게 첫 단추를 끼울지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전반전은 실수해도 일어설 기회가 있지만 후반전은 그럴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위기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누군가는 위기를 기회로 느끼기도 한다. 이제부터라도 잠시 멈춰서서 방향을 다시 잡아보려 한다. 난 지금 인생 후반전의 분기점에 서 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거나 하길 꺼려하는 곳에 사업의 기회가 있는 법이다


2주 전, 나는 친형의 권유로 형의 사업 노하우를 배울 겸 사업장이 위치한 경남 김해로 짐보따리를 싸서 내려갔다. 퇴직 후 맞닥뜨려야 할 인생이막의 첫걸음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형의 사업은 한마디로 산업체에 필요한 마킹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인데 타각기를 포함한 잉크 및 레이저 마킹기를 판매·유통·A/S 하는 것이었다. 겨우 2주 남짓한 기간이었지만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사업은 그야말로 만고풍상(萬古風霜)의 어려움들이 가득했다.


규모가 큰 사업장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의 거래처는 영세하고, 작업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이었다. 최근 근태와 장래 비전을 이유로 퇴사한 A/S 직원들을 대신해 형이 직접 제조업체에 설치된 장비 A/S 하러 갈 때 나도 함께 따라 간 적이 있었다. 처음 방문한 제조업체는 철판을 절단해 소분하고, 포장을 해서 판매하는 가공업체였다. 그곳을 방문한 후 난 제조업체의 열악한 작업 환경에 적잖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개방된 창고 형태의 작업장은 무더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고, 스탠드 선풍기에 의지해 일하는 작업자들의 옷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철판 절단으로 발생하는 시끄러운 굉음과 비산먼지, 작업자들 간의 고성이 함께 섞여 작업장은 그야말로 사고 현장처럼 정신이 없었다. 두루마리 휴지 형태로 돌돌 말린 수톤의 커다란 원통형 철판 덩어리들이 나무 팔레트 위에 위험하게 적재되어 창고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작업 통로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작업자들은 좁은 통로를 위험하게 왕래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니 좁은 통로에 설치된 장비 A/S는 쉽지 않았다. 작업자들이 통로를 지나갈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 길을 비켜줘야만 했다. 무엇보다 무덥고, 시끄럽고, 불편한 A/S 작업 환경은 내게 충격적이었다.


두어 시간 남짓 A/S를 지켜보면서 난 사업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상대해야 할 대상이 관리자급이 아니라 현장의 나이 든 저직급 사원들이다 보니 기술적인 용어와 장비 사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또한 원활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A/S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러 늦은 점식을 먹으면서 난 형에게 제조업체의 열악한 작업 환경과 A/S 어려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형은 덤덤하게 내게 말했다. "동생아, 원래 사업은 이런 거야. 남들이 하기 싫어하고, 하길 꺼려하는 곳에 사업의 기회가 있는 거야." 그 순간 나는 뒤통수를 크게 한방 맞은 것 같았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업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어려움들을 맞닥뜨려야 함을 어렴풋 깨달을 수 있었다.




사무실에 돌아온 후 난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접하고, 현실을 알게 되면서 사업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인생은 실전이다'란 말의 뜻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런 나를 보면서 형은 사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사업에 적용되는 내용은 아니니 이 점 참고해서 읽어주기 바랍니다)


사업에 대단한 기술은 필요 없단다


동생아, 네가 보기에는 이 사무실에 생소한 장비들도 많고, 사용이나 설치, A/S 등도 많이 어렵고 힘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몇 가지만 알면 장비를 판매하고 A/S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단다. 사회에 나가보면 뭐 대단한 기술이 있어서 창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알고 보면 실상과 달리 대단한 기술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나 관심만 가지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방문한 공장도 원통형 철판 원재료를 구매해서 절단 후 포장해 재판매하는 곳일 뿐이다. 특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그냥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고 선점한 덕분에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것이 아닐까. 주변의 많은 제조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기업들이 많다. 첨단산업이 아니라면 사업에 대단한 기술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사업도 이와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업종이다. 그러니 미리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제조업체를 폄하하는 내용은 아니니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


창업은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해. 환경설정처럼 말이야.


창업이나 사업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창업을 하기 전 창업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할 거야. 형도 처음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창업을 할 때 그런 감정에 휩싸인 적이 있었어. 하지만 일단 시작해 보니 어떻게든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쌓이게 되고, 거래처가 점차 증가하면서 사업의 규모가 생기게 되었지.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두려운 감정을 뒤로하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인간의 특성상 환경설정을 해놓으면 그 환경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필요한 순간에는 절박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을 필요가 있단다.


사업은 견디고 또 견디는 내성을 키우는 것이다.


어려움을 숱하게 겪다 보니 웬만한 어려움에도 견딜 수 있는 내성도 생겼다. 안돼도 좋고, 되면 더 좋고라는 생각 말이다. 인생 자체가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로병사라는 고해의 바다를 건너는 일인데 당연히 어려움이 없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해. 일이 잘 풀리다가도 마지막에 변수가 생겨 예상을 뒤엎는 일들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그때마다 이런 일들이 마치 지속될 것처럼 생각해 절망하거나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안 될 것 같은 일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지면서 다시 일어서곤 했지.


견디는 비결은 그저 주어진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생존한 비결은 그저 주어진 자신의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능력에 맞게 풀어나간 것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어려움은 더 이상 어려움이 아닌 것이 되게 마련이지. 너무 기대하거나 바라는 마음만 없다면 삶은 그렇게 불행하지 않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살 필요가 없다. 물론 삶의 재미와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원래 삶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동생아,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창업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그냥 필요한 몇 가지만 알고 시작하면 되는 거야. 돌아가면 가까운 시일 내 사업장을 렌트하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처음엔 몰라 당황하고 불안할 수 있겠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 지식과 경험이 쌓이게 되면 어느새 나처럼 사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직장생활을 나름 성공적으로 해왔던 너 같은 직장인라면 더욱 잘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화면 캡처 2022-08-21 232831.jpg 출처 : PIXABAY, 형 최고!!!


2주 동안 난 형의 말처럼 장비에 대한 판매, 설치, A/S에 대한 몇 가지 필수적인 지식을 전수받으면서 가급적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형은 내게 말한 것처럼 모르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밴드에 직접 만들어 올려놓은 짧은 동영상 자료들을 찾아서 해결하곤 했다. 필요한 지식을 몽땅 암기해야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폐쇄형 시험과 달리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오픈형 시험의 사업방식은 꽤나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나도 창업해 만약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오직 키워드 검색만으로 모든 문제 해결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2주의 시간이 흘렀다. 짧았지만 창업과 사업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다. 만약 내가 형의 사업을 전수받아 동종의 창업을 하지 않는다 해도 후회가 없는 시간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오십 대 후반에 접어든 형의 사업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건 지금까지 아무 내색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던 사업가로서의 형을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집으로 출발하기 전 나는 형에게 그동안 바쁜 와중에 정말 고생 많았고,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거듭 전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형의 사업을 전수받아 창업하기가 정말 망설여진다. 왜냐하면 형처럼 사업을 하기에 내가 가진 역량과 에너지, 그리고 사업가로서의 마인드셋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생의 낙(樂)과 의미(意味)를 내면 속에 가둔 채 사업에만 전념한다는 건 내겐 가혹한 일이기도 했다. 술을 한잔 걸치면서 짝꿍에게 나의 솔직한 생각을 전달했다. 짝꿍 또한 나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해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플랜비(Plan-B) 또는 백업플랜(Backup Plan)을 다시 마련해야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m_1568267646_3691_187E91464D56EA190B.jpeg 개 허탈!!!


배부른 얘기로 들리겠지만 인생 전반전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인생 후반전을 너무 애쓰지 말고, 가볍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가급적 생소한 분야보다는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진 업종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마 플랜비는 이러한 나의 바람을 반영하는 업종이 될 것 같다. 물론 짝꿍의 윤허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후속 절차가 남아 있지만 말이다.


만약 인생이막을 위한 창업을 한다면 꼭 짝꿍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었다. 회사에서 내 준 숙제를 열심히 하느라 본의 아니게 주거지를 떠나 타지에서 보내면서 느낀 그리움의 깊이를 진즉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잘 살고, 맛난 걸 사먹고, 좋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함께 나눌 존재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현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나눌 존재가 꼭 있어야 한다. 나의 말을 경청해주고, 나의 말에 위로와 공감을 건넬 수 있는 그런 사람과 함께 살고, 일할 수 있다는 것! 고해의 바다를 건널 때 그 보다 더 큰 위로와 축복은 없을 것이다. 내 오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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