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대, 사업하기로 내 삶을 피보팅하다!

#퇴직후생계문제 #인생이막 #인생후반전 #창업준비 #창업아이템선정 #사업

by 미스틱

퇴직 후 약 6개월 지난 시점, 평소 전화에 인색한 친형에게서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특별히 할 것이 없으면 김해에 내려와서 내 사업을 한번 배워보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잠시 머뭇거렸더니 당장 결정하지 말고, 곰곰이 생각해 보고 연락을 달라고 했다. 형의 호의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사실 뭘 먹고살지 계속 고민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주기 전까지 난 솔직히 형이 하는 사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산업장비를 판매·유통하는 사업체 정도로만 알았다. 전화를 통해서 알게 된 장비명(마킹기)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정말 생경하고 낯설었다. 형이 현재 판매·유통하는 산업장비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업종 중 하나란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마디로 사업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먹고살만하다는 뜻이다. 물론 그때까지 생존하는 게 관건이지만 말이다.


10년 전 형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기존 직장과 연관된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물론 거래선도 일부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초창기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형과 전화를 끊고 난 후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형이 제안하는 사업은 내가 28년간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기에 적합하지도 않았고, 문돌이 생활만 하던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평온하던 삶의 호수에 파랑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업무 및 관계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난 늘 창업의 꿈을 꾸곤 했다. 다시 인생을 리셋할 수 있다면 내 삶의 생사 이탈권을 더 이상 자격 미달(?) 상사들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인이나 부부가 헤어지거나 이혼을 결심할 때가 되면 둘 사이에 오만 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직장생활도 이와 마찬가지다. 퇴직이 임박하거나 퇴직을 경험하게 되면 좋은 감정과 추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안 좋은 감정과 기억만 남아 직장생활이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주변에 많다.


** 진절머리 유래 : 경북 동해안 바닷가 지역에는 '잘피'라는 해초가 있는데 '전저리"라고도 불린다. 잘피는 가난하던 시절 보리밥 지을 때 촘촘히 썰어 함께 쪄 먹기도 했고, 해안촌 아이들에게는 군것질거리이기도 했다. 뿌리째 끊어 씹으면 달착한 맛이 나기도 하며, 바닷가에 밀려 나온 잘피를 모아 거름으로도 썼다고도 한다. 하지만 뱃사람이나 해녀들에게는 여기저기 귀신의 머리처럼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진저리가 몸에 닿아 아마 성가신 존재였던 것 같다. '진절머리 난다'는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 포항 사는 친구에게 들은 말로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음 -


내 주변에도 경제적 자유를 이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찍부터 창업에 도전한 사람들이었다. 나처럼 'Low risk, low return'의 삶을 쫓은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퇴직 임박 시점이 되니 간극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지금이라도 창업에 도전하는 게 맞을까? 퇴직 후 창업을 도전하다 얼마 남지 않은 재산마저 탕진해 힘든 노후생활을 보내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퇴직 선배들은 가급적 창업보다는 적은 월급이라도 주는 곳에 재취업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난 생각이 달랐다. 태어나 한번 정도는 나의 사업가 기질과 능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야 삶의 여정의 끝에서 덜 후회를 할 것 같았다.


만능 백종원 짤 / 출처: SBS


20대 슈퍼리치가 된 알렉스 베커의 책 《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에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를 쌓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자신만의 사업을 하는 것이고, 그건 부모님이나 선생님, 주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슈퍼 리치에게 배워야 한다"라고 말한다. 20년 이상 스테디셀러인 로버트 기요사키의《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란 책에서도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는 '현금 흐름 4분면' 측면에서 왼쪽의 E사분면(Employee, 월급쟁이)과 S사분면(Self-employeed, 자영업자/전문직)을 벗어나 오른쪽의 B사분면(Big business, 사업가)과 I사분면(Investor, 투자가)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0년 동안 베스트셀러인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에서도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다른 선택을 내려라. 다른 산택을 내리고 싶다면 신념 체계를 바꿔라. 당신의 신념체계는 당신이 어떤 지도를 들고 있느냐에 따라 변화한다"라고 말하면서 추월차선 진입을 예고하는 돈나무 열매 씨앗인 '임대 시스템, 컴퓨터/소프트웨어 시스템, 콘텐츠 시스템, 유통 시스템, 인적 자원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라이프 해커 자청의 《역행자》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구조를 이해하면 평범한 월급생활자를 선택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며, 경제적 자유의 루트는 사업과 투자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의 정선용 작가는 "직원으로 시작하지만 직원으로 살지 마라. 근로소득에서 사업소득, 자본소득으로 옮겨가야 한다"라고 외치고 있다.


출처 : 부자아빠 가난한아빠2


부끄럽지만 우리 세대는 어릴 때부터 소위 트래픽 파이터의 삶, 서행 차선을 따라 사는 게 최선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이러한 이면에는 어릴 때부터 부자와 돈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몫했지만 '사업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연대보증을 섰던 사람들도 빚더미에 올라 함께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목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이자율도 두 자릿수에 육박했기 때문에 한번 빚을 지면 회생할 방법조차 없었다. 빚을 내면 절대 안 된다는 인식도 그때 생긴 것 같다. 그 당시 성공의 척도는 정답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남들이 가지 않은 길',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 '부의 추월차선', '사업가와 투자가', '역행자' 등의 프레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개념이었다.


하지만 소득과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옳다고 믿어왔던 신념과 원칙에 균열이 생기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현금 파이프라인 구축하기', 'N잡러', '파이어족', '추월차선' 등의 신조어 유행은 나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출처 :《월급쟁이 부자의 머니 파이프라인》


만약 창업이나 사업을 한다면 어떤 아이템이 좋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전의 오랜 직장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나와 짝꿍이 합을 맞추어 할 수 있어야 하며, 창업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트렌드나 시류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며, 시간을 너무 뺏기거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고, 또한 자녀들도 가끔씩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이나 업종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형이 제안한 사업은 이와는 거리가 다소 멀었다. 그래서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구심과 더불어 고민도 깊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생각한 사업 아이템은 형이 제안한 사업, 공인중개소, 경매투자 및 임대사업자, 식음료 프랜차이즈, 귀촌 및 농업 법인 설립 등이다. 여기서 제일 힘든 작업이 바로 두 번째 사회초년생으로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임은 틀림없다. 김미경 작가의 《드림온》이란 책에서 꿈이 성공과 다른 점은 바로 일시적인 성취인 성공과 달리 꿈은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키워가는 방향성과 성장의 키워드라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십 년 전 박사과정 논문을 작성할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바로 논문의 주제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논문의 연구 문제(research question)를 선정하기 위해 무려 200편이 넘는 영어 논문의 연구 배경과 내용을 요약해 지도교수님과 매주 리뷰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형식적 연구 문제보다는 실용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연구 문제를 원하시던 교수님의 요구에 나는 한동안 방향을 잃은 채 망망대해를 표류하며, 심지어 논문 작성을 포기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벼량 끝에 내몰려 힘들어한 적이 있었다. 일과 학업의 병행, 원거리 지역 근무에 따른 이동의 어려움 등도 한층 나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한 결과 연구 문제에 적합한 배경 논문과 연구모형을 찾게 되었고, 이를 내 연구와 접목해 작성한 연구 문제와 모형을 교수님께 보여드리니 그간 고압적이고 완고한 태도를 보이시던 교수님도 관심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논문의 주제가 마침 당시에 세간의 관심을 끌던 소비자의 크로스 채널 프리라이딩(cross-channel free-ridng,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무임승차)에 관한 건이었으며, 국내에서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논문의 주제 선정도 어려웠지만 그 이후부터는 모든 게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일 년간 표류하던 내 논문은 6개월 만에 완성이 되었다. 논문이 작성되는 기간 동안 교수님의 태도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셨고, 심지어 일절 간섭 없이 무한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셨다. 이처럼 논문 작성 시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다. 방향성만 잘 잡으면 그다음부터는 단계를 성실하게 밟아가면 어느새 원하는 논문이 나오게 된다. 세 차례의 논문 발표 과정을 거친 후 마침내 금장 테두리의 박사학위 논문이 세상에 출간되었다. 그때 기분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다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논문의 연구 문제, 즉 창업의 방향성만 결정되면 이후 상황은 나와 짝꿍의 노력과 열정, 성실과 끈기 등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에 달려있는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작업이다. 다만 예전처럼 절박하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러 내려가기 일주일 전, 난 짝꿍과 함께 형의 사업장에 들러 이것저것 산업장비도 살펴보고, 형과 함께 식사도 하면서 이런저런 자세한 얘기를 들을 시간을 가졌다. 형의 사업 스토리를 잠시 들으며 형이 얼마나 힘들게 지금의 사업을 일구었는지를 여과 없이 듣게 되었다. 형이 내게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동생아, 난 다시 태어나도 절대 직장생활을 하지 않을 거다. 무조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야 당연히 누구나 사업을 하는 게 겁나고 두려울 거야. 하지만 막상 창업을 하게 되면 어려움도 많지만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고, 하나하나씩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 경험과 지식이 쌓여가면서 추가적인 기회들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큰 강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물줄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거다. 걱정과 두려움에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게 샐러리맨들의 가장 큰 약점이다. 내 딸도 대학 졸업하면 어떤 형태든 창업을 시킬 예정이다. 사업을 하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 일찍 깨닫게 되고, 만약 실패해도 성공의 자양분이 되어 훗날 사업에 많은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동생아, 너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업을 할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형의 진심 어린 충고가 가슴에 정말 와닿았다. 창업도 하기 전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일단 일을 벌여놓고 그냥 그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하는 가운데서 경험과 지식이 생기고, 더 나은 사업의 방향을 만들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형과 같은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수정하고 확장해야 하며, 스스로에게 사업가로서의 믿음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난 아직까지 많은 것들이 부족한 것 같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각자 처한 환경과 상황을 탓하며 미룰 수밖에 없었던, 아니 외면하고 싶었던 삶의 진실(창업)에 대해 재미있는 연구가 있어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만약 샐러리맨으로 창업을 하고 싶다면 가급적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하는 게 창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퇴직 후 고민만 하지 말고, 직장을 다닐 때 미리미리 노후를 준비해 놓을 것을 퇴직 선배로서 감히 충고하고 싶다!!!




위스콘신대 조세프 라피 교수팀은 94년부터 2008년까지 기업가가 된 20~50대 약 5천 명에 대해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각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 시계열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참고로 이들 연구 결과는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인 실리콘밸리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한 사람들의 성공확률과 직장을 그만둔 후 창업한 사람들의 성공확률은 어떻게 차이가 있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한 사람들의 성공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좀 더 높았고, 실패 확률은 무려 33%나 낮았다고 한다. 이 연구의 초점은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하느냐, 아니면 그만두고 창업에 전념하느냐'라기보다는 창업자가 위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창업 성공의 요건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창의적인 사람이나 '위험 감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사업의 성공 필수 성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창의적이거나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할 정도면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risk-takers)보다는 위험 회피자들(risk-averters), 다른 말로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 창업을 해 사회적 성취를 이룰 확률이 높았다는 게 연구의 핵심 내용이라고 한다. 만약 창업을 한다면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위험 회피자가 되어야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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