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선택해야 되는 현실적 고민들

#퇴직 #고민 #재취업 #창업 #오도이촌 #러스틱 라이프

by 미스틱

우리의 생애주기를 90년으로 가정하면 '초기 30년' 학습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회에 적응하는 시기, '이후 30년'가족을 위한 부양과 생계를 책임지는 시기, '남은 30년'부부 또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평균 퇴직 연령이 2006년 50.3세에서 2021년 49.3세로 더 앞당겨졌음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남은 30년' '이후 30년'으로 살아야 활 확률이 높아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정년을 늘었지만 퇴직 시기는 점차 앞당겨지면서 인생 '이모작', '삼모작'이란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제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평생직장'이란 개념에 빠져있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현실과 인식과의 괴리(gap)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혹독한 겨울의 매서운 추위처럼 '퇴직'이라는 현실을 막상 맞닥뜨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기력의 늪'에 빠지게 된다.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제 휴무'를 해야 한다는 장점도 있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지(收支)의 격차로 인한 통잔의 잔고를 카운팅 하면서 좌불안석이 된다.


퇴직 후 가장 많이 드는 고민은 바로 향후 삶의 방향에 관한 것들이다.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어디에 살 것인지가 바로 그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시간적 기준점은 국민연금이 나오는 시점까지 어떻게 버틸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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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돈이지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근근이 버틸 것인지', '재취업을 할 것인지', '창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인 '그냥 버티기'는 10년 이상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텨야 하는데 쓰기만 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두 번째 '재취업'의 경우 아무리 내려놓는다 하더라도 현재 나이와 코로나 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재취업의 벽은 넘기가 힘들 것 같다. 오랜 기간 삶의 생사 이탈권과 칼자루를 남에게 맡겨 위태롭게 살아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재취업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려에서 제외되었다. 만약 꼭 해야 된다면 스트레스가 적거나 타인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그런 시간제 일을 하는 게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세 번째 창업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 경험,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노후자금까지 까먹을 수 있기 때문에 창업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퇴직한 선배들의 말을 빌리더라도 가급적, 아니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기도 했다.


창업에 관해선 뼈 때리는 교훈이 내게 한 가지 있다. 얼마 전 대학 동기 한 명이 대학가 인근에서 8년간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폐업하기로 결정한다는 소식을 직접 전해 들었다. 뇌출혈 전조증상의 이유로 퇴사를 결심한 친구는 8년 전 대학가 인근에 운영 중이던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권리금까지 포함해 3억대 중반에 인수했다. 8년간 365일 부부끼리 쉬지 않고 일한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했다.


매년 상승하는 알바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으로 수익은 감소했고, 코로나 시국이 계속되면서 대학가 상권이 완전히 황폐화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커피숍을 부동산에 내놓았다. 하지만 일 년 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결국 폐업까지 이르게 되었다.


친구의 말을 빌리면 "넌 퇴직해도 가급적 커피숍을 하지 마라. 돌이켜보면 직장보다 더 바쁘고 힘들고 일했지만 결과적으론 투자했던 돈을 매월 인건비로 돌려받은 게 다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돈으로 그냥 편하게 놀고먹으면서 인생을 즐기는 게 나았을 텐데 말이다. 혹시 투자할 돈이 있으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노는 걸 추천한다"라고 그간의 힘든 삶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친구의 진심 어린 눈빛에서 난 그의 말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세 가지 대안, 모두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만약 무슨 일을 하더라도 위의 세 가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내가 내린 해답이었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내가 내린 최종 결정은 '부동산 경매 컨설팅'이었다.


예전부터 난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부동산 재테크에 관한 책과 유튜브를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챙겨보고 있었다. 다만 시간 부족으로 현장 임장활동과 입찰은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금번 퇴직을 기회로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매뿐만 아니라 부실채권(NPL)과 정상채권(GPL) 분야도 깊게 건드려보고 싶었다.


운 좋게도 친구 한 명이 지역 내에서도 유명한 '부동산 경매 컨설팅'사업을 하고 있어 어쩌면 내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후자금은 아내와 반드시 상의해서 사용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터라 아내를 설득해 '부동산 경매 과정' 수업도 함께 신청해 다니고 있다. 과정이 끝나면 친구가 운영 중인 사업체에서 실무를 배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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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다음 고민은 '어디에 살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고정 수입이 끊겼고, 조만간 자녀들도 대학을 졸업하면 독립을 시킬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큰 아파트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부동산에 집을 매물로 의뢰했지만 거래절벽 때문인지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어 맘만 조급해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난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 시골 생활)'를 꿈꿔왔다. 그러한 나의 욕구는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란 프로그램 즐겨보기로 이어졌다.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서 보긴 하지만 말이다. '내려놓기'로 결심한 그들의 용기와 자유, 자의든 타의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홀가분하게 살고 있는 모습에서 난 대리만족을 느꼈다.


아파트가 팔리면 난 현재 소유 중인 전원주택지에 자그마한 농막을 지어서 오도이촌(五都二村) 라이프를 실천할 생각이다. 내가 전원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깨끗한 공기와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고, 무엇보다 직장이나 도시생활처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발적 고립의 삶을 살고 싶기도 했다.


*오도이촌(五都二村)은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 이틀은 농촌에서 산다는 뜻이다.


아내는 여전히 편리하고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시 생활을 원한다. 하지만 오도이촌을 통해 아담한 정원과 작은 텃밭을 가꾸다 보면 어느새 아내의 몸도 마음도 누그러질 것이고, 시골에 정착할 마음이 생길 거라고 믿고 있다.


오분 동안 오토바이를 타는 게 평생을 사는 것보다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단다. 갈 수 있을 때 못 가면 가고 싶을 때 못 갈 수도 있는 게 인생이란다 - 세상에서 제일 빠른 인디언 - 중에서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더 이상 책임과 의무감이 아닌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 제 몫의 시간을 담금질하며 힘든 인생의 여정을 묵묵하게 살아온 우리들, 어쩌면 불꽃같은 지난날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인생의 후반전은 이전보다 더 뜨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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