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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Nov 17. 2022

호의와 권리의 경계선에서 멘털 지키기

#부당거래 #호의와 권리의 경계선 #호구 #호갱 #내가 봉이야 #김선달

https://youtu.be/EcTKvwthsMU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말이 한동안 세간의 이슈와 회자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 말은 영화 <부당거래>에서 검사 역을 맡은 류승범이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말한 대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얼마나 이슈가 되었는지 인터넷에 이 말의 뜻을 검색하면 웬만한 검색어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검색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 문장이 얼마나 실생활에 '공감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초기에는 조건 없는 선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상대도 처음에는 고마워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의가 익숙해지면서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 양 적반하장의 태도로 바뀌는 것을 일컫습니다. 한마디로 베푸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호구가 된 것이지요. 요즘에는 호갱(호구+고객)이란 말로도 종종 쓰입니다.




'호구(虎口)'란 글자 그대로 '범의 아가리'라는 뜻이지만 바둑에서는 상대편 바둑 석 점이 이미 포위하고 있는 형국을 말합니다. 만약 그 속에 바둑돌을 두면 영락없이 먹히고 말기 때문에 최근에는 "내가 호구인 줄 아나? 사람 잘 못 봤다" 등 상대방의 먹잇감이나 이용감이 된다는 뜻으로 자주 쓰입니다. 최근엔 발음이 비슷해 인터넷상에서는 '흑우(黑牛)'란 말로도 대체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는 "내가 봉(鳳)인 줄 아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우리가 뜻하지 않게 엄청난 행운을 만났을 때 "봉 잡았다"라는 말을 씁니다. 여기에서 쓰인 '봉'은 봉황(鳳凰)이란 상상의 새에서 나온 말입니다. 봉황이란 명칭은 두 가지 의미가 결합된 것으로 수컷을 '봉(鳳)', 암컷을 '황(凰)'이라고 부릅니다. 봉황은 원래 금실이 좋은 새로 유명한데 '봉 가는데 황이 간다'라는 말도 있지요. 그래서 '봉 잡았다'라는 말은 곧 '황도 잡을 수 있다'는 말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봉이냐?"란 말은 매우 부정적인 뜻이지요. 여기서 '봉'은 '어리숙하여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을 비유해서 이르는 말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 말은 조선 후기 유명한 봉이 김선달의 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봉이(鳳伊)'란 김선달의 별호를 말합니다. 썰(說)을 풀면 이렇습니다. 어느 날 김선달이 장 구경을 갔다가 닭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주인에게 일부러 닭을 보고 "봉(鳳)이냐"고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귀찮아진 닭 장수가 '봉'이 맞다고 해자 김선달은 얼른 비싼 값을 치르고 봉을 구매하게 되었죠.


영악한 김선달은 평안 감사에게 쪼르륵 달려가 닭을 '봉황'이라고 부르며 진상(進上)을 했고,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한 평안 감사는 그를 괘씸히 여겨 김선달의 볼기를 매우 치게 되었죠. 김선달은 자신은 닭 장수에게 속았을 뿐이라고 항변하였고, 이에 닭 장수가 결국 끌려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김선달은 볼기 값과 닭 값을 합쳐 후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김선달은 '봉이(鳳伊) 김선달'로 불리게 되었고, 그 후로 "내가 봉이냐? (Do I look like goodwill to you?)"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출처 : 구미 일보


호구나 봉이 된 사례는 실생활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 호의 차원에서 카풀을 했지만 출근 시간에 되레 늦게 나오거나 주유비 부담도 일절 하지 않으면서 카풀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사례도 많습니다. 일손이 부족해 도와주었는데 어느 순간 추가 업무가 되기도 합니다. 만날 때마다 한두 번 커피나 식사를 샀는데 어는 순간 아무도 계산하지 않아 자신이 계산하는 걸 보게 되기도 하죠.. 차를 이용해 출장을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의로 몰고 간 차량이 어느덧 업무 차량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감사의 표현이나 주유비 지원은 일절 없습니다.


직장뿐만 아니라 부부 간에도, 연인 간에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지인과 친구 간에도 호의를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호의와 권리 간의 경계선이 침범당하고, 종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 즉 종국으로 치닫기도 합니다. 문제는 호의를 베푼 사람의 입장에서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착각하는 '철면피 멘털(thick-skinned mental)' 또는 '흙수저 멘털(Plastic spoon mental)'에게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한국인이 가진 정서상 뭐라 딱히 욕을 해주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는 사람들의 마음, 즉 '심리적 의존'은 중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중독이 된 사람도 문제지만 중독의 환경을 제공한 사람도 책임이 있다는 말입니다. 진정 그 사람을 위한다면 중독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마땅할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호의와 권리 간의 경계선을 침범당하지 않고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애초부터 호의를 베풀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비상식적인 철면피 또는 흙수저 멘털을 가진 사람들에 호의를 베풀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악하게 대하면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악한 결과가 찾아 오기 마련이야! - 법륜 스님 말씀 중에서 -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란 책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처(matcher)의 개념이 나옵니다. '기버'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드문 유형으로, 상호 관계에서 무게의 추를 상대방 측에 두고 자기가 받은 것보다 상대에게 더 많이 주는 걸 좋아합니다. 심지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유형입니다. 반면 '테이커'는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유형입니다. 상대방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세상을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보고,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테이커 유형에게 걸리게 되면 호구나 봉이 되는 겁니다.


'매처'는 공평함을 원칙으로 삼아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원칙에 입각해 행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기브 앤 테이크'를 철저히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유형이기 때문에 요즘 세대들에게 흔하게 목격되는 유형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매처를 가장 실용적인 유형으로 간주합니다. 왜냐하면 주는 만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기버'를 가장 이상적인 유형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타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려고 노력하는 기버들은 매우 희귀하고, 또 경쟁자들이 없기 때문에 엄청나게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말합니다. 기버, 테이커, 매처 중에서 가장 성공하는 유형이 기버라고 주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건 없이, 기대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다 보면 언젠가는 상대방이 그 사람의 진심을 알아차리고, 그를 반드시 도와준다는 것이지요.


이 글에서 뭔가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괜한 영화 대사 한 마디에 휘둘리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호의를 베풀 때 기버의 마음으로, 즉 기대하지 않고 오직 주는 행위로써 기쁨을 느껴야 한다고 말이죠. 태양이 인간에게 조건 없이 따스한 햇볕을 주듯이, 나무가 인간에게 신선한 공기를 주듯이 말이죠. 주는 사람의 마음이 뭔가 기대하고 준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차리면 그건 더 이상 기버로서 자격을 상실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호의를 베풀 때는 조건 없이 베푸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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