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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Nov 18. 2022

익숙함에 빠져 성장이 멈출 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면 먹고 갈래 #봄날은 간다 #컴포트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은 원래 변하는 겁니다.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상우(유지태)가 너무 순진하거나 아니면 막무가내 꼴통(?)인 것이죠!!! 하지만 아마 이런 상우의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담담한 대사가 관객을 마음을 자극했고, 대사 또한 광고로 패러디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연인 사이에서 길거리 데이트를 하다가 아무 이유 없이 이 대사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짝꿍의 쪽팔림을 봐야만 했죠. 우리는 순수함을 늘 동경합니다. 우리가 일본 영화 <러브레터>와 한국 영화 <클래식>을 좋아하고,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와 알폰소 도데의 <별>을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상우의 대사가 오늘따라 애잔하고, 가슴 시려서 그냥 주제와 관계없이 떠들었네요. 다시 교훈적인(?)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_ _)


영화 <봄날을 간다>에서 출근을 하러 버스를 탄 은수(이영해)가 다시 내려 상우(유지태)에게 돌아가 "우리 헤어져"라고 말합니다. 상우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렇게 대답합니다.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자." 그렇게 그 둘만의 행복했던 봄날은 가버렸습니다. "라면 먹고 갈래요?"란 말도 유행시킨 이 영화에서 상우와 은수는 겨울에 처음 만나 봄과 여름에 걸쳐 사랑을 하고 헤어집니다. 하지만 봄은 다시 찾아오고, 거짓말처럼 은수가 상우를 찾아왔지만 결국 두 사람은 담담하고 완벽한 이별로 끝을 맺습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말이 한동안 인터넷에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당연하지 않은 것에 익숙해져 무뎌지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친구의 소중함은 혼자가 되었을 때, 연인의 소중함은 이별을 했을 때, 부모의 소중함은 돌아셨을 때 느끼게 됩니다. 익숙함 뒤에 가려진 소중한 존재의 가치를 우리는 종종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습니다. 덧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뜨거운 커피가 식어 그 열기가 허공으로 사라지듯 소중함은 익숙함으로, 익숙함은 소원함으로 점차 바뀌어 갑니다. 마치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클리셰 장면처럼 말이죠.




익숙함은 어쩌면 길들여짐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길들여짐은 모든 관계를 지배하게 되지요.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를 처음 본 어린 왕자가 "이리 와서 나랑 놀자. 난 아주 슬프거든"이라고 말하자 여우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이라고 말하죠.  여우가 다시 말을 잇습니다.


"넌 아직은 나에게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 역시 마찬가지일 거야. 난 너에게 있어 수많은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와 어린 왕자와의 대화 중에서 -


길들이는 것에 대해 여우는 '관계를 맺는다'라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경계를 풀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만큼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진다고 말합니다. 여우를 길들이는 과정 속에서 어린 왕자는 진정한 의미의 '관계'를 깨닫게 됩니다. 여우는 어린 왕자가 오는 날을 손꼽으며 그를 기다렸죠. 하루는 '함께'여서 '특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길들여짐은 서로 간의 관계 맺기를 통해 깊어지고, 또 특별해지기도 합니다.



영화 <어린 왕자> 스틸 컷


익숙함은 남녀 관계에서 설렘과 흥분의 감정이 사라지고 정서적 친밀감과 안정감이 형성된 상태를 말합니다. 한편으로 익숙함은 관계의 소원함, 무례함, 권태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 상태로 이어져 양날의 검처럼 함께 공존하게 됩니다. 권태감을 느끼는 연인들은 더 이상 설렘을 느끼지 않게 되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져 더 이상 상대방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게 됩니다. 급기야 남은 자존감을 지키려고 말도 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익숙함은 미지근한 물속에서 헤엄치는 개구리가 물이 끓어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는 실험처럼 익숙함의 함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브룩스 여기 있었다. (Brooks was here)"


50년 이상을 쇼생크 감옥에서 길들여져 살아온 무기수 브룩스(제임스 휘트모어)는 평소 얌전한 성격으로 도서관 사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브룩스가 동료 한 명을 잡아 인질극을 벌였는데 그 이유가 가석방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감옥에서 길들여져 익숙했고, 나이가 들어  자유 세상에 나가 외롭게 살아야 하는 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앤디의 설득으로 인질극을 그만둔 브룩스는 오랫동안 애정을 담아 길러왔던 새를 날려보낸 후 사회로 나오게 됩니다.


사회로 나온 브룩스는 사회화 수순을 밟으면서 슈퍼마켓 계산대 일을 도와주지만 너무 바뀌어버린 자유 세상에 적응을 못한 채 끊임없이 두려움과 외로움에 시달리다 결국 숙소 대들보에 "Brooks was here. (브룩스 여기 있었다)"라는 말을 써놓고 목을 매고 자살을 선택합니다. 그에게 있어 자유는 익숙함과 길들여짐을 뺏어간 최고의 형벌이었던 겁니다. 연인들 간의 관계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린 흔히 사랑을 구속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 스틸컷


원래 익숙함은 환경 적응을 하는 동물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새로운 자극과 반응이 줄어들고, 관심이 감소하며, 일상의 불안감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삶의 방식은 익숙함에 의해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린 늘 편하고 익숙한 옷을 반복적으로 입고, 단골 음식점을 자주 가며, 친한 지인들하고만 자주 만나고, 아는 길로만 가려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향은 더 짙어집니다.


사람은 익숙하고 수동적일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낯설거나 능동적일 때는 뇌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단체 모임에 가서도 낯선 사람들보다는 친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낯선 장소에 가기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음식을 먹거나 쇼핑하는 것을 즐기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인생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우리가 점쟁이를 찾아가는 이유는 "동쪽으로 가! 귀인을 만날거야!"라는 점쟁이의 말을 믿고 그대로 행동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웃기는 건 동쪽을 가니 정말 귀인을 만나 일이 풀리게 됩니다.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과 플라세보효과(placebo effect) 때문이죠.


인지적 구두쇠라고도 불리는 뇌는 불필요한 일에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반복되는 일이나 습관을 만들어 신체가 알아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둔다고 합니다.  경험에 의해 연결된 뉴런을 경험을 인지하고 저장해두었다가 같은 일이 반복되었을 때 동일한 반응과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상태가 바로 습관, 관성, 타성이라고 불리는 방어기제입니다. 뇌는 변화를 싫어하고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죠. 이미 형성된 습관과 패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익숙함이나 친숙함을 만드는 것도, 머리가 아프니깐 생각하지 않고, 쉽고 편한 것을 취하려고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이나 직장 생활에서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길 꺼려 합니다. '안전지대'란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최소화되고, 환경이 통제되는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익숙해진 영역이어서 안정감이 있고, 긴장감 없이 생활할 수 있으며, 습관적으로 행동하면 되기 때문에 실패나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이 적기 때문입니다. 안전지대에서  '현상 유지 편향' '항상성'이 더 강해집니다.


《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의 저자 알렉스 베커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한다고 그의 책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익숙함을 버리기 위해서는 컴포트 존을 벗어나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이죠.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어키스와 돈 존스는 한 실험에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느끼는 불편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서 낯설고, 불편한 경험을 만들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하고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불안감과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지고 업무 성과가 향상되는 영역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최적 성과 지대(optimal performance zone)'라고 부릅니다. 시작은 고통을 수반하고, 고통은 성장을 수반하고, 성장은 성과를 수반한다는 뜻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익숙함에 대해서 누군가 인식의 장애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익숙함에 길들여져 소외감, 무례함, 권태감,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은 환경 적응 동물인 인간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익숙함이 지겨움으로 느껴질 때 우리가 해야 할 것들 중 하나는 바로 그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보고, 이미 누리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새롭게 자각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익숙한 일상이 사라졌을 때 그런 일상이 절실하게 그리워지듯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은 늘 익숙함의 뒤편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익숙함에 권태감이 찾아올 때일수록 서로 간에 애쓰고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남자들의 경우 마음의 상처가 생기면 '남자의 동굴(man's cave)'에 들어가 스스로 치유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시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뭐가 문제였는지,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내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성찰하고 생각할 시간이 될 겁니다. 작은 해답이라도 찾는다면 그건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소중한 열쇠일 수도 있는 것이죠.


익숙함에 길들여져 권태감을 느낀다면 헤어져야 할 신호가 아니라 서로 간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연애할 때 세로토닌 호르몬의 분비, 큐피트(에로스)의 장난으로 세상 모든 게 새롭고, 설레고, 사랑스럽고, 흥분되던 시점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감정이란 게 서로 관심을 가지고, 챙기고, 보살피면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듯 가렵지만 재생과 회복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비가 오면 땅이 굳듯이 믿음도 더 단단해집니다. 아름다웠던 추억을 연료 삼아 가슴 깊숙이 숨겨두었던 연애 발전기를 가동해 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첫사랑의 추억이 깃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즐겨 찾던 장소로 여행을 가는 것도, 함께 찍었던 행복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 것도 그 당시를 떠올리고 회상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새로운 자극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낯선 곳으로 여행하기, 낯선 음식 함께 먹기 등 새로운 경험을 시도함으로써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부부로 살면서 각자 자신의 행복과 성장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부부가 평생 동안 알콩달콩 행복한 관계로만 사는 건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것이지 현실은 완전히 이와 다릅니다. 그냥 서로가 각자 원하는 삶의 여정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을 맞는다면 그건 뭔가를 얻었을 때가 아니라 뭔가를 잃었을 때라고 말을 했습니다. 권태감을 느낀다면 그건 변화와 성장의 타이밍이란 뜻일 겁니다. 익숙함이 주는 양가적인 편안함과 권태감! 이 경계선을 잘 왔다 갔다 하며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자전거 페달을 처음 밟을 때 조금씩 흔들리지만 시간이 갈수록 앞으로 나아가면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오늘 글 주제가 재미가 없으니 글을 쓰면서도 잠이 오네요 ㅠㅠ 정답이 없으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헤지(hedge) 하는 방법이 있다구요.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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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시작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_ _)/ 작가님들! 금주 한주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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