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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Nov 21. 2022

너그 아부지 머하시노?

#인과관계 #상관관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 #영화 친구


"너그 아부지 머 하시노?"

엉화 <친구> 한 장면


영화 <친구>에서 담임 선생님 역을 맡은 김광규 배우의 이 한 마디가 그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과 패러디 광풍을 일으켰습니다. "너그 아부지 머 하시노?"라고 묻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동수(장동건)가 아버지 "장의삽니더"라고 대답하자 담임은 "니 아버지가 죽은 사람 염하면서 돈을 버시는데 공부를 이따구로 하나?"라고 말하며 귓방망이를 세게 후려칩니다. 


이어 준석(유오성)은 담임 선생님의 말에 "건달입니더"라고 말하자 시계까지 푼 담임이 "너그 아버지 건달이라 좋겠다! 이 새끼야"라며 죽일 듯이 구타를 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학교 '통'과 '부통'인 이 두 친구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나가게 되고, 이후 한 아이의 대답을 들은 담임 선생님은 엄청 쫄게 되지요! 아부지가 진짜 건달이었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통'으로 나오는 진수(유오성)가 담임 선생님(김광규)보다 당시 실제 나이가 한 살 많았단 겁니다. 오히려 담임 선생님은 요즘 훨씬 젊어지셨죠. 역변의 대명사라고 해야겠습니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원빈님 죄송합니다 ㅠㅠ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사실이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앞으로 불러 세워서 왜 이따위 질문을 했을까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판 난다"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아버지 직업과 아들의 성적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싶었을까요? 전자(인과관계)는 아닐 것이고, 아마 후자(상관관계)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준석이에게 "너그 아버지 건달이라 좋겠다! 이 새끼야"라고 말을 한 후 폭력을 가하자 이에 눈을 부라리면서 "누가 좋다 했십니꺼?"라고 울분을 통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버지 직업과 자신의 성적과의 상관관계를 부인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상식적으로 이 둘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Correlation does not imply causation)"


살다 보면 우리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종종 혼동합니다. 물론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해 헷갈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인들이 상관관계를 마치 인과관계인 것처럼 속이는 뉴스 기사나 각종 정보에 휘둘려 선동을 당한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호구, 아니 요즘 말로 흑우가 되는 걸 말합니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이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인과관계(因果關係, casualty) 원인과 결과 관계란 뜻입니다. 특정한 사건(A)이 다른 사건(B)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A → B'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합니다. '결혼하는 사람 수가 증가하면(A, 원인), 신생아 출생 수가 증가한다(B, 결과)'라는 사건은 원인으로 결과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결혼하는 사람 수가 감소하면 신생아 출생 수가 증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과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가 '공변성(covariation)'입니다. A가 변할 때 B도 변해야 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가 '선후관계(time order)'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A가 선행되고, B가 후행된다는 것이죠. 세 번째가 '비허위성(non-spuriousness)'입니다. A, B 이외 다른 C요인이 개입해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어야 하죠. 즉 A, B 변수만으로 인과관계가 성립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세 가지가 존재해야만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에서는 원인이 되는 것을 제거하면 결과가 사라지지만 상관관계는 한 쪽을 통제해도 다른 쪽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반면 상관관계(相關關係, correlation)는 연구 대상 간의 상호 관련성을 알아보는 데 이용됩니다. A, B라는 두 변수가 있을 때 A가 증가할 때 B가 증가하거나, A가 감소할 때 B가 감소하는 등 두 변수 간 변화하는 것에 관련성이 있을 때 상관관계라고 합니다. 어느 한 단체가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급증하면(A), 익사 사망자 수도 증가한다(B)'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두 변인 간의 상호 관련성은 당연히 있을 겁니다. 기온 상승의 원인인 한여름이 되었으니 당연히 아이스크림 판매량도 늘고, 물놀이 익사자 수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변인 간 상관관계는 존재하지만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엄밀히 말하면 상관관계의 경우 두 변수 간 변화의 연관성을 가진다는 '공변성'은 충족하지만 '선후관계'와 '비허위성'의 요건은 충족하지 못한다는 뜻이죠. 




얼마 전 미국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과 스웨덴 샬그렌스카 대학 연구팀은 내과학 전문지에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성인 당뇨병 발병률이 낮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2만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2~4년마다 커피 등 음료를 얼마나 마시는지와 당뇨병 등 건강 상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카페인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적게 마시거나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낮고 특히 하루에 커피 5잔 이상 마시는 남자가 당뇨병 예방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만약 이런 기사가 나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마 여러분은 이 연구결과를 신뢰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얘기하면 카페인 섭취와 당뇨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것이지 그 둘 사이에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연구팀은 커피에 수 백가지 성분이 들어 있어 어떤 성분이 당뇨병을 억제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연구에서는 카페인이 몸의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밝힌 연구도 있었지요. 그러므로 신문에 건강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사를 끝까지 보신 후 인과관계까지 밝혀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상관관계만 있는 것인지 확인하신 후 "아! 인과관계로 입증된 것이 아니라 그냥 상관관계네!"라고만 인식할 수 있으면 되겠습니다. 입증되지 않는 허위사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우(愚)를 절대 범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어떤 연구원이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연중 증감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한 여름에 아이스크림이 가장 많이 팔렸습니다. 그런데 그 기간에 물에 빠져 죽는 익사자 수 또한 가장 많았습니다. 연구원은 그 통계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후 당황하면서 이렇게 발표를 합니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증가하면 익사자 수도 증가한다"라고 말이죠! 한 마디로 익사자 수 증가의 원인이 아이스크림 판매량 증가였던 것이죠.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 사망자 수의 증가와 같이 한 가지 원인(한여름으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부터 비롯되는 두 가지 결과(아이스크림 판매, 익사 사망자 수)를 서로가 인과관계라고 오해하여 일어나는 오류를 '허위적 상관관계(spurious correlation)'라고 부릅니다. 최근 이런 허위적 상관관계라고 불리는 각종 기사나 보도들이 우리들의 눈과 귀를 혹세무민(惑世誣民) 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허위적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라고 믿는 것입니다. 


'필연성'과 '확실성'의 원리가 작용하는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의 경우 확률과 통계에 근거해서 연구를 합니다. 사회과학의 경우 실험집단과 통제집단과의 유의미한 차이를 근거로 인과관계를 밝히기 때문에 항상 예외와 오류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제3의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회과학은 '맥락적, 상황적 유효한 모범 답안' 정도라고 이해하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다시 영화 <친구>로 돌아오겠습니다. 만약 담임 선생님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면 절대로 성적 부진자들을 전부 한데 모아서 "너그 아부지 머 하시노?"라고 일일이 물으면서 귀싸대기를 때리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직업과 자녀의 학업성취도 간의 연구를 목적으로 "너그 아부지 머 하시노?"를 우격다짐이 아닌 설문지 조사를 했다면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몇 년 전 부모의 소득수준과 학력이 높고 문화생활이 풍요로운 가정의 자녀일수록 학업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모 신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담임 선생님의 질문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너그 아부지 얼마 버시노?"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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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출처는 잘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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