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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Dec 16. 2022

노후 자금이 없습니다!

#노후자금이 없다 #일본 영화 #노후 필요 자금 #생전 장례식

영화 (노후 자금이 없다>의 포스터


가키야 미우의 장편소설 《노후자금이 없습니다.(老後の資金がありません)》라는 원작을 충실하게 영화로 만든 작품이 있습니다. 2021년 출시된 일본 영화 <노후 자금이 없다! (I don't have any money left in my retirement)>라는 영화가 바로 그것이죠. 일본 특유의 코믹한 연출과 만화 속 캐릭터 같은 등장인물이 매우 인상적인 B급 영화입니다. 4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50대 가정주부 아츠코는 수선이 필요한 핸드백을 메고 거리를 거닐다 쇼윈도 너머에 진열된 핸드백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그림의 떡입니다.


한 날 뉴스에서 부부 두 사람이 30년이나 더 살기 위해서는 최소 4,000만 엔(한화 약 4억 원)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아츠코는 충격에 빠집니다. 집안 살림엔 무관심한 남편, 알바만 지속하는 프리터족(Free+Albeit, 특정한 직업 없이 알바로 생활하는 젊은 층)을 자처하며 결혼을 앞둔 딸, 취직자리가 정해진 아들을 둔 부부에게 통장 잔고는 700만 엔(한화 약 7천만)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츠코는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 집의 자동차를 팔고, 최대한 노후자금을 모으려고 아둥바둥하지만 소소한 집안의 대소사로 인한 지출로 곧 낙심하게 됩니다.


자린고비를 자처하는 주부 아츠코에게 불행이 한꺼번에 닥칩니다. 잘 다니던 카드회사 계약직에서 해고되고, 딸의 시댁의 입김에 휘말려 감당 못할 호화 결혼식을 치르게 되고, 남편은 회사 부도라는 금전적 악재까지 줄줄이 닥친 것이죠. 게다가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장례식 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매달 보내는 요양비를 아끼기 위해 최고급 요양원에 입주해 잘 살던 시어머니까지 집으로 모시게 되면서 씀씀이가 헤픈 시어머니 때문에 가정 형편은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낼 참입니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가 보이스 피싱 조직 자식에 천만 원을 강탈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은 구직센터에 일자리를 요청해 얻은 현장 막노동에서 사고를 당할 뻔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곳에서 황혼 이혼을 한 선배를 만나게 되고, 선배가 현재 거주하는 셰어하우스에 갔다가 호트티스바에 다니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되죠. 그 장면을 아내 아츠코가 보게 되지만 오해는 이내 풀리게 되고, 오히려 아츠코는 셰어하우스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게 됩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협심증으로 쓰러지지만 응급처치가 빨라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죠. 하지만 철없는 시어머니는 그때 일을 빌미로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선언합니다. 장례식 비용조차도 없는 아츠코는 당연히 반대를 했지만 시어머니는 기어이 자신의 돈으로 생전 장례식을 강행합니다. 물론 아츠코는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않고 알바를 하러 가죠.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츠코는 병원에서 준 캡슐형 협심증 약을 넣어둔 목걸이를 착용하지 않고 나간 시어머니가 행여 걱정되어 장례식장으로 달려갑니다.


그곳에서 평소 철이 없다고 생각했던 시어머니가 자신에게 너무 고마웠다는 말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고 그간 섭섭했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얼어붙었던 고부관계도 자연스럽게 해갈이 됩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시누이가 시어머니를 모시겠다고 말하자 시어머니는 장례식 축의금으로 받은 100만 원을 며느리에게 주면서 고마웠다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인생은 제멋대로 사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라는 말을 남기며 딸의 집으로 떠납니다.


남편은 자신의 친구 회사에 재취업을 다시 하게 되고, 아들도 기숙사가 딸린 회사로 가면서 두 부부는 집을 처분한 후 부족하나마 어느 정도 노후 자금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받은 돈으로는 쇼윈도 너머에 진열된 핸드백을 구매한 아츠코는 행복해합니다. 셰어하우스로 집을 옮긴 아츠코 부부는 그곳에서 새로운 이웃을 만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 장면으로 이 영화는 대망의 해피 엔딩을 맞습니다. 참고로 아츠코역을 맡은 배우 아마미 유키는 <노후자금이 없어!>라는 영화로 제45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영화 <노후 자금이 없다>의 스틸 컷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노후 자금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생전 장례식을 치르면 어떨까?'라는 두 가지 어젠다를 문득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 준비 실태' 자료에 따르면 노후에 필요한 적정 생활비로 부부 기준 월 267만 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오십 대 중반인 저희 부부가 평균 수명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적정 생활비를 예상한다면 약 9억 원의 노후자금이 필요하다는 단순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살기 위해 깔고 앉아있는 부동산, 즉 집은 제외하고 말이죠. 물론 주택 연금을 활용한다면 이보다는 필요 액수가 줄어들 겁니다.


누군가 '은퇴 후 자식들이 독립을 하고 나면 생활비가 자연스럽게 줄지 않을까요?'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래 기사 내용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매거진 한경 22년 5월 31일 자 '내 노후 자금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란 기사를 보면 은퇴자들의 경우 은퇴 후 초기 10년간은 '활동적인 시기(go-go)'로 해외여행을 가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등 재량적 지출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 이후 74세부터 84세 사이인 '회상의 시기(slow-go)'에는 활동적인 시기에 비해 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활동량이 줄고, 재량적 지출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85세 이후 '간병의 시기(no-go)'가 도래하면 재량적 지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지만 의료비와 간병비가 더 크게 늘면서 전체적인 지출이 상승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프로 보면 'U자' 형태의 곡선을 띠게 되죠.


만약 연금만 잘 준비되어 있다면 노후 자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일반 직장인의 경우 개인연금, 퇴직 연금, 국민연금 등만 제대로 불입하고 그 혜택을 받는다면 노후 자금의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말이겠죠. 하지만 연금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기대 여명 증가에 따른 노인 빈곤율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노후 준비에 대한 걱정이 크다면 지금부터라도 미리미리 연금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이에 상응하는 현금흐름, 즉 임대 사업소득, 배당소득, 이자소득 등의 투자 수익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2017.12.12)


다음으로 '생전 장례식'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치르는 대부분의 장례식은 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조화를 입구에 최대한 많이 전시하고, 최대한 조문객을 받음으로써 생전의 고인의 지위를 과시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즉 고인을 애도하거나 추모한다는 의미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 즉 허례의식에 더 치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조문객이 많이 없어도 남들의 눈을 의식해 특실을 이용하는 행태도 그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비싼 장례비용도 문제입니다. 상조회사 보험료 뿐만 아니라 장례에 필요한 대여비, 물건비, 식대비, 인건비 등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죠. 무엇보다 평소 부모님께 효도를 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과 한 번뿐인 장례식이란 생각으로 영정사진 액자, 국화, 수의, 유골함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아끼지 않고 지불합니다. 더 심각한 건 상주의 경우 조문객들에게 연락을 하고, 조문객을 받고, 장례절차와 필요한 경비 지출에 신경을 쓴다고 정작 고인을 추모할 여력조차 없다는 것이죠.


장례예절도 무척이나 번거롭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가까운 관계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장례식장을 찾아가 대면 조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장례식장에 도착하자마자 문상을 드리고, 밥 먹자마자 바삐 돌아가는 조문 과정도 너무나 형식적입니다. 외국의 한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또 병원의 장례식장을 이용해야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돌봄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어 집에서 임종을 맞게 해드리는 게 일반적이고, 또 인간적이라고 합니다.


출처 : 의사신문


저는 <노후 자금이 없다>라는 영화를 본 후 주인공의 시어머니처럼 '생전 장례식'을 거행해 보고 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허례의식 장례식 문화에 비해 생전 장례식의 장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평소 건강할 때 그리운 가족들과 지인들을 장례식에 초청해 온전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하고, 또한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함께 축하 공연도 관람할 뿐만 아니라 예비 고인(?)의 감사 인사말과 손수 만든 선물들을 전달한다면 그보다 멋진 장례식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에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짝꿍에게 생전 장례식을 함께 치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때 함께 하는 생전 장례식은 멋진 추억이 될 거라고 말했죠. 짝꿍은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침묵은 암묵적 동의란 의미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죠. 짝꿍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계속 생전 장례식 계획을 얘기했습니다.


두 사람의 추억이 깃든 사진과 편지들을 스캔하고, 편집해서 멋진 영상도 만들고, 찾아온 축하객들에게 전달할 선물도 손수 만들고, 축하 공연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이죠. 외부 초청 공연은 비용이 드니 무상으로 가능한 가족들 위주로 초청 공연을 만들자고 제안도 했습니다. 짝꿍은 꼬나보며 더 깊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죠. 강렬한 동의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렇게 생전 장례식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까망눈동자니깐요!!! 이웃님들은 생전 장례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래 신문 기사는 일본 대기업 사장의 생전 장례식 기사 내용입니다. 읽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죽기 전에 신문에 실린 부고…한 일본인의 특별한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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