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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Jan 09. 2023

인간은 정말 생각하는 갈대일까?

#파스칼 #데카르트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철학자이자 종교 사상가인 블레이즈 파스칼(B. Pascal)은 사후에 출간된 수상록 《팡세(Pensées), 1670년》에서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Man is only a reed, the weakest in nature; but he is a thinking reed)"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참고로 밀폐된 '용기 속에 담겨 있는 액체의 한쪽 부분에 주어진 압력은 그 세기에는 변함없이 같은 크기로 액체의 각 부분에 골고루 전달된다는 법칙'인 '파스칼의 원리(Pascal's principle)' 만든 천재 수학자이기도 합니다.


** 수상록(隨想錄) : 그때그때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적은 글


파스칼은 인간을 물가에 자생하며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갈대에 비유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색과 사유를 통해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극복함으로써 인간의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근대 철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프랑스의 르네 데카르트는 그의 저서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Je Pense, done je suis)"라는 너무나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물론 데카르트는 경험주의를 의심했습니다. 경험이란 게 사람마다 제각기 가진 개별적이고 주관적 지식이기 때문에 경험, 즉 감각이 알려주는 것이 아닌 이성을 통해 진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창했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지식을 찾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죠. 모든 것을 의심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은 바로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 즉 내가 생각한다는 것이고, 그건 곧 생각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생각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인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 자체가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세계미래신문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생각의 창조' 5대 비법... 그것이 뭘까?"라는 기사에는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먼, 요하네스 케플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 이들의 공통점으로 ‘위대한 생각의 창조자’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생각의 탄생》에서 “생각 도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훈련함으로써 독창적 과학자들과 같은 통합적이고 전체적 사고를 숙달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제임스 엘런은 《위대한 생각의 힘》이란 그의 저서에서 "삶의 굴곡은 그 굴곡을 해석하는 방식 다시 말해 어떤 생각의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 그 굴곡의 진면모가 바뀐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생각을 할 수 있고, 생각의 힘이 전능하다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29년의 연구와 저술 끝에 13가지 성공 원리를 담은 나폴레온 힐의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Think and grow rich), 1937년》라는 책에는 "생각이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생각이 분명한 목표, 끈기, 강한 열망과 결합하면 그 생각은 더 강력해지고 부나 물질적인 대상으로 바뀐다"라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생각이 상황을 만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완벽하게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자신의 생각이며, 가난과 부도 모두 생각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출처 : Pixabay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볼 때 두루, 깊이 생각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식별자(indentifier)인 것 같습니다. 생각이란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 하면,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부처와 같은 신적인 존재도, 미국의 대통령도 될 수가 있는 반면 어떤 인간은 길거리의 거지나 부랑자로 삶을 살다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생각이 이렇게 강력한 삶의 도구이자 무기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은 좀처럼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불멍, 물멍, 숲멍, 비멍, 달멍 등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상태인 멍때리기 시리즈가 세간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멍때리기 대회까지 있을 정도죠. 바쁜 일상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분명 이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멍때리기의 효과도 밝혀졌습니다. 멍때리는 동안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DMN(Default mode network) 상태가 활성화되면서 받아들인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는 것이죠. 멍때리기를 하는 이유는 효율과 생산성, 그리고 속도를 중시하는 과로 사회에서 뇌가 엄청난 손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하나의 인과관계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계로 바뀐 탓도 있을 겁니다. 생각을 더 많이 요구하는 시대가 되자 오히려 생각을 하지 말자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업무 강도가 셀수록 귀가 후에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 유형이었습니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식사 후 TV 리모컨을 엄지 손가락 끝으로 이리저리 돌리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가 되고,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서 그 상황에 몰입하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생각, 최소한의 행동만을 하는 것이죠. 직장에서 한정된 에너지를 모두 고갈시킨 탓입니다. 이런 상태를 가리켜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부릅니다.


'자아 고갈 이론(ego depetion theory)'이론에 따르면 의지력과 자기 통제력과 같은 정신적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쓰다 보면 고갈이 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정신적 에너지는 신체 에너지와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같은 에너지원을 쓰기 때문입니다. 인내심이나 의지력, 그리고 자기 통제력 등의 정신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면 어느 순간 '당 떨어진다'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하게 됩니다.


이 말은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이때 만약 초콜릿이나 사탕과 같이 당이 듬뿍 담긴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 어느 정도 소진되었던 에너지 자원이 회복되는 걸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에너지 자원은 다시 보충이 되지만 그 속도는 고갈되는 속도보다 느리다는 게 단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인내력과 의지력, 자기 통제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자아 고갈 이론'을 확장시킨 바우 마이스터 교수는 이에 대해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먹는 것입니다. 음식에 든 포도당이 자기 통제력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둘째, 잠을 충분히 자는 것입니다. 잠이 부족하면 포도당 활성화 과정을 방해해 단기적으로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셋째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매일 운동하기, 일기 쓰기, 일찍 자고 일어나기 등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단련하라고 말합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 백과)


출처 : Pixabay


하지만 뇌가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유전적으로 게으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부릅니다. 1984년 미국 프린스턴대 수잔 피스크 교수와 UCLA 셸리 테일러 교수는 사람들은 최대한 간단하고 두뇌의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고 합니다.


인지적 구두쇠는 인간이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터득한 일종의 잔꾀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직립보행을 하고 뇌가 발달하면서 인간은 신체의 꼭대기에 위치한 뇌까지 피를 많이 끌어올려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고, 신체는 이를 최소화하려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두뇌까지 피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신체 에너지가 상당히 소진되어야 하고, 중력이라는 놈이 방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인지적 구두쇠라고 불리는 뇌는 몸무게의 2%의 크기지만 에너지는 25%를 쓰고 있기 때문에 생존 차원에서 수동적 선택을 통해 에너지를 최대한 아낀다고 합니다. 가급적 능동적으로 선택지를 찾기 위해 정보탐색을 하기보다는 현상 유지나 습관 등의 선택지를 통해 최대한 에너지를 아낀다는 뜻입니다. 늘 시켜 먹던 치킨만을 주문하거나 익숙한 브랜드만 고집해서 착용하거나 처음 이용했던 이메일 사이트를 계속 이용하려는 경향을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주변의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하지 않고 바로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동조(conformity) 현상, 이미 잘 알려진 이미지와 같은 성격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추론하는 고정관념(stereotype) 등도 인지적 구두쇠의 단편 현상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입니다. 이러한 습성 때문에 뇌는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죠.


출처 : 인터넷 줍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가진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후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누워 꼼짝달싹 안 하고 완전 휴식 모드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 일과 육아를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죠. 또 어떤 사람들은 새해 결심을 다짐한 후 작심삼일에 그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새해 결심을 지속 유지 노력을 강화함으로써 습관화시켜 성취감을 맛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귀차니즘의 정수인 인지적 구두쇠인 뇌의 게으른 속성을 극복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성취라는 결괏값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새해 결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세 가지 팁을 제안 드리고 자 합니다. 첫째,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시된 목표가 적을수록 결정하거나 실행을 하기 더 쉬워진다는 것이죠. 목표가 많으면 긴급성과 중요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면 됩니다. 그래야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몰입과 집중을 하기가 용이해집니다.


둘째, 실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환경 설정'을 하는 것입니다. 환경 설정이란 것은 실행을 하기 위한 환경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침 운동을 결심했다면 자기 전 시계 알람을 맞추고 운동복을 머리맡에 준비해 놓은 후 일찍 잠에 드는 것을 환경 설정이라고 합니다. 알람 소리에 맞춰 아침에 일어나면 가볍게 세수하고 이빨을 닦으면 잠이 빨리 깹니다. 그리고 준비해 놓은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든지 가까운 피트니스센터에 가면 되는 겁니다. 일단 운동을 하고 나면 성취감이란 달콤한 보상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60일만 지속하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고 합니다.


공부나 악기를 위해 학교나 학원을 등록하는 것도 환경 설정입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냉장고를 비우는 것과 먹는 그릇의 크기를 반으로 줄이는 것도 환경 설정이죠. 비용이란 환경 설정을 하게 되면 실행하기가 용이해집니다. 바로 매몰비용(sunk cost) 때문이죠. 본전 심리 때문에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 설정은 실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므로 어떻게 환경 설정을 할지 고민하시면 좋은 해답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냥 실행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행동의 스위치를 켜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거나 조건이 만들어질 때 실행으로 옮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실행의 저항요인입니다. 만약 준비가 조건이 미흡하면 시작을 미루는 핑계로 변질이 되기도 합니다. 시작하기에 좋은 날은 없습니다. 바로, 그냥 시작하면 되는 것이죠.


'시작은 반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현인들의 속담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닙니다. 선현들의 오랜 경험들이 축적되어 나온 말이죠.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관성이 만들어지고, 관성은 끝을 향해 나아가는 법입니다. 시작이란 스위치를 일단 누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강렬하게 원한다면 나머지는 시간의 흐름에 맡기면 저절로 이뤄지는 걸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실 수 있을 겁니다. 걱정은 절대 가불해서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란 초두 내용에 대한 추가 팁이 있습니다.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뇌세포는 평생 굳어지지 않고, 80세가 넘어서도 계속 생성된다는 뜻입니다. 뇌 영역은 쓰면 쓸수록 더 발달하고 안 쓰면 그만큼 퇴화한다는 말입니다. 론다 번의 《시크릿》에 나오는 '끌어당김의 법칙(the law of attraction)' 또한 뇌의 가소성에 기반한 법칙으로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간절하게 행동하는 만큼 뇌의 신경과 호르몬, 신경전달 체계가 새롭게 리모델링되기 때문입니다.


계묘년 새해에는 '뇌의 가소성'에 기반해 가급적 생각을 많이 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생각이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해 결심의 시작 스위치를 켜기 위해 과도한 욕심이나 기대보다는 단순하게 첫 단추를 끼우는 일부터 일단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한 걸음을 떼는 순간이 바로 여러분 인생 여정의 위대한 문워크(moon walk)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말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Nothing comes from nothing)!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 댄스를 처음 공개한 무대 (빌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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