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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Jan 11. 2023

몸을 혹사하는 사람들이 치러야 할 대가

#존헨리이즘 #알바왕 #건강관리의 중요성 #몸을 혹사하지 않기 #위험관리

1997년 피츠버그의 지역신문에 감기 임상실험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실렸습니다. 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지원자들은 코를 통해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주입받고 며칠간 호텔 방에 갇혀 코를 풀며 일정한 시간을 보낸 후 800달러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왜 어떤 사람들은 더 쉽게 감기에 걸리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는 것이었죠. 조지아 대학의 진 브로디 박사는 최근 당시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성격을 분석하고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더 부지런하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이 훨씬 더 병에 쉽게 걸린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힘겨운 상황을 견뎌내 버릇하면 면역체계가 손상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였습니다. 후속 연구를 진행한 브로디 박사는 2015년에는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백혈구가 동년배에 비해 조기 노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한 흑인 청소년들도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반면 백인들의 경우 성공에 대한 의지나 근면한 성격이 면역 체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브론디 박사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은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도전 정신과 인내심이 강하며, 유혹에 잘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로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모범적인 유형들이었죠.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지 못한 사람이 개인의 노력으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성공하면 오히려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있어 계층의 사다리를 뛰어넘더라도 그 이후에는 건강 악화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면 이보다 더 가혹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이민자들에게 기회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지만 빈부 계층 간 빈부 격차와 건강 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죠.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지 못한 사람이 개인의 노력으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성공하면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는 이러한 현상을 '존 헨리이즘(John Henryism)'이라고 부릅니다. 브론디 박사의 연구팀은 어릴 때부터 노력하는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과 아드레날린 분비가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평생 몸의 세포들이 스트레스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당뇨병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 취약해진다는 것이 박사의 설명이죠. 그런데 백인들 사이에는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하루 2시간 자며 3억 5천을 빚 갚은 '알바왕'으로 소개된 이종룡님은 TV에 소개되어 한때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과거 시계 도매점 사장이었던 그는 잘 나갈 때는 월 매출이 3천만 원에 육박할 정도였고,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도 다니며 돈을 흥청망청 쓰며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사업이 휘청거리기 시작했죠. 거래처가 하나둘씩 끊겼고 매출도 곤두박질쳤습니다. 빨리 사업을 접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끌다 사업이 부도가 나고, 결국 3억 5천이라는 빚더미를 지게 되었죠. 그는 부도를 내고 아내와 함께 야반도주를 하다 경찰에 검거돼 구속을 당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작은 형에게 도움을 요청해 4천만 원을 겨우 빌려 합의를 보고 위기를 넘겼다고 합니다. 이후 돈을 갚기 위해서 그는 목욕탕 청소, 찜질방 청소, 떡 배달, 신문 배달, 학원차량 운전, 폐지 줍기 등 하루 평균 7개의 알바를 돌며, 450만 원이 넘는 월수입을 벌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신문을 배달하는 30초 남짓 한 시간 동안 그는 엘리베이터에서는 신문 헤드라인을 읽으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익혔다고 합니다.


알바가 30분 정도 빨리 끝날 때면 폐지를 줍는 부지런함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그가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총 20시간, 이동하는 거리만도 약 400km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루 겨우 2시간 남짓한 쪽잠을 자며 13년을 버텨 2008년 마침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빚을 청산한 그는 돈을 쉽게 생각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계속 알바를 했고 그 이듬해인 2009년에 《3억 5000만 원의 전쟁》이라는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죠.


그런 그가 대장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2013년 전후로 유명을 달리한 것이 뒤늦게 확인되었습니다. 본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음 힘을 다해 모든 빚을 청산했던 이종룡님을 보면서 저는 숙연함과 더불어 삶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종룡님같은 일이 제게 일어났다면 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이종룡님처럼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서 채무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당장 살기 위해서 아파 개인 회생 절차나 파산 신청을 아마 알아보러 다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10년간 OECD 자살률 1위와 더불어 최근 남성 고독사 사망률이 세간의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살률 중에서도 10, 20,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확연히 결과치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살률 1위와 달리 전체 사망률은 OECD 회원국에서 가장 낮다고 합니다.


이러한 원인에는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식생활습관 개선에 따른 수명 연장과 건강 관리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늘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전 국민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제도가 발달되어 조금만 아파도 손쉽게 병원을 찾아 진료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전체 사망률 최저 순위 기록 달성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이 생각납니다. 재물과 명예는 다시 노력하면 얻을 수 있지만 한번 잃은 건강은 아무리 노력해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건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시 미래의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고 힘든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영화 <러브레터> 후지이 이츠키의 호소력 짙은 말을 빌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갱끼 데스까!! 와타시와 갱끼 데스!! (おげんきです!! か 私は元気です!!)"



러브레터 Love Letter OST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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